소비자 신뢰 위해 ‘유기농전문연구기관’ 필요해, 순천 현영수 명인

우렁이를 활용한 유기농 벼재배로 유명한 순천 별양면의 구룡마을. 이곳에서 생산되는 유기농벼는 100% 순천시내 친환경학교급식으로 유통되고 있다. 순천 시내 초등학생의 경우 최고급 유기농 밥을 식단으로 제공받으면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것이다. 별양면 구룡마을을 우렁이 유기벼 재배의 메카로 만든이가 바로 현영수 전남 유기명인 (前 전남친환경농업인연합회장)이다.

김경윤 기자

현영수, 지역사회가 키운 청년농업리더

지난달 현영수 명인을 별양면의 자택에서 만났다. 수수한 차림의 현 명인은 컴퓨터 앞에 앉아 올해 진행된 구룡마을 유기벼 재배 현황에 대해서 정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컴퓨터를 활용한 서류정리 작업에도 현 명인은 명인다운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청소년 시절부터 4-H 활동에 참여했던 현 명인은 군복무 시기를 제외한 사회경험을 모두 고향 별양면에서 정통 농부로 활약했다. 어린시절부터 활발하게 농민 활동에 참여한 현 명인을 지역사회는 아낌없이 지원해 주면서 청년리더농업인으로 현 명인을 대우해줬다.

“학창시절 4-H 활동을 하면서 선진지 견학 및 벤치마킹을 배울 기회가 많았습니다. 1980년엔 전남도 영농중점 정책 중 하나가 ‘기계화’였는데 당시 ‘청소년기계화영농단’을 조직해 총무로 활동하면서 자연스럽게 기계를 활용한 과학적 영농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현 명인이 말한 1980년 당시는 국내 대다수의 논에서 손으로 모내기를 할 때였다. 농업의 과학화 기계화의 필요성을 젊었을 때부터 체감 할 수 있었다.

UR 쌀수입의 파고, 극복방법은 ‘고품질 유기농쌀’

현 명인이 유기농업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1993년도 ‘새농민상’ 수상 후 포상으로 주어줬던 일본 교토·나고야 선진농업연수였다. 당시 일본의 최정상급 유기농가을 방문 할 기회가 있었는데, 현지 농가가 ‘소득수준이 3만불을 넘으면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건강식품을 찾고, 유기농산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니 이 분야에 관심이 필요하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귀국 후 국내 유기농 지인들과의 만남을 늘려가면서 이 분야로 보폭을 넓혔다. 1995년 UR협상 타결은 유기농 작목반 결성을 가속화 시켰다. 쌀수입의 파고 속에서 우리농업이 갈 길은 ‘친환경· 유기농’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별양면에서 13농가가 의기투합했고 마지막엔 8농가가 남아 활동을 펼쳤다

한국 상황에 맞는 ‘새끼우렁이농법’ 도입

처음 유기농업의 시작은 무에서 시작했다. 체계적 매뉴얼 하나 없어 손수 터득해 가면서 할 수 밖에 없었다. 토양관리, 병해충관리, 수확 후 관리 등 직접 하나하나 체험하면서 나름의 방법을 정리해 나갔다. 그 중 관건의 잡초관리였다. 현 명인은 처음에 일본의 사례처럼 오리를 도입한 오리농법을 시도했다.

하지만 오리배변으로 질소가 과다시비 되고 이는 미질하락과 지하수 오염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쌀겨농법도 도입해 봤지만 논에 쌀겨가 균등히 퍼지지 않아 포기했다. 결국 일본의 방식을 한국 상황에 맞게 토착화한 ‘새끼 우렁이농법’을 과감히 도입 성공시켰다.

“처음엔 일본처럼 왕우렁이를 도입해 시도해 봤습니다. 300여평 논에 20kg 가량의 왕우렁이를 당시 전남농업기술원의 권오도 박사(현 전남농업기술원 연구개발국장)와 함께 살포하면서 실증을 거쳤습니다. 하지만 왕우렁이 값이 너무 비싸고 어린 묘를 갈아 먹는 부작용이 있었습니다. 고심 끝에 어린새끼우렁이를 현장에 투입했습니다. 비용이 절감되고 잡초방제효과는 더 커, 일석이조 사례였지요.”

현 명인은 당시 권오도 박사와 공동연구와 전남도청 이정희 주무관의 지원(현 전남도청 친환경농업과장)에 큰 자신감을 얻었다. 현 명인의 활약이 전남농업기술원에 전해지고, 체계적인 유기농벼 재배기술의 필요성이 점차 확산되면서 전남농업기술원(원장 박홍재)에도 친환경연구소가 설립됐다.

유기농업 보장 위해선 유기농전문연구기관 관건,

전남에 ‘국립생태유기농업연구소’ 필요

현재 순천로컬푸드 이사도 역임하고 있는 현 명인은 “지속적인 유기농업이 보장되기 위해선 유기농이 가진 공익적 생태가치가 객관적 연구를 통해 인정받아야 되고 소비자의 신뢰를 위해선 객관적 연구기관의 꾸준한 연구개발(유기농업기술 R&D)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면, 최근 전남도청 친환경농업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국립생태유기농업연구소’ 설립 필요성에 힘을 보탰다. 30년 넘게 유기농업에 헌신한현 명인에게 “가장 행복하고 보람된 시절이 언제였냐”라고 물으니, “유기농업 초반기 보성의 故강대인 명인과 함께 일 할 때”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