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즐거움과 애정을 담은 다담애(많을 多 + 즐길 湛 + 사랑 愛)친환경영농조합법인을 이끌고 있는 황상철 대표. 항상 ‘사람과 흙은 한 몸’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건강한 토양에서 미니 파프리카 라온, 파프리카, 풋고추, 청양고추 등을 재배하는 황상철 대표가 이달의 유기농업인의 주인공이다.

이경민 기자

사람과 토양은 한 몸이라는 철학을 세기며...

“2000년도에 우연히 한국유기농업협회 정진영 회장의 강의를 듣게 되었습니다. 사람과 흙은 한 몸으로 분리되지 않아야만 작물이 잘 생장하고 건강한 먹거리 생산으로 이어진다는 강의가 무척이나 인상 깊었습니다. 이렇게 생산된 농산물은 농부의 철학과 땀의 결실로 맺어진다고 생각해 이 때부터 친환경농사에 매진하게 되었습니다.”

경남 진주에서 유기농업을 실천하고 있는 황상철 대표는 ‘사람과 흙은 한 몸’이라며 토양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또한 그는 농약에 대해 가장 많은 피해를 보고 있는 사람이 바로 농부이기 때문에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농업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초창기 진주지역에서 많은 농가들을 친환경농업으로 유도했던 그는 소비자를 넘어 국민들에게 안전하고 건강한 농산물을 공급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환경 지킴이인 농부들의 건강을 위해 농약 사용을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독자적인 유기농 기술 정립
2000년대 초 유기농업에 뛰어든 그는 기술 부문에 있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막상 유기농업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병해충 방제는 무엇으로 하나? 천연물질은 어디서 구해야 하나? 토양을 건강하게 하려면 무엇을 사용해야 하나? 막막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주위에서 들었던 고전적인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병해충 방제에 효과가 있다는 고추씨 발효액, 담뱃잎 엑기스, 은행잎 진액, 목초액, 현미식초, 마늘 엑기스는 물론 소주까지 뿌려보았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특히 총채벌레와 청벌레와 같은 외래 해충에는 어떤 자재도 듣지 않아, 직접 손으로 잡아서 제거하는 물리적 방법까지 동원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황상철 대표는 독자적인 유기농 기술을 정립하게 됐다. 병해의 경우 포장 내부 온습도 조절과 토양 통기성만 잘 유지하면 큰 문제가 없다는 확신을 가졌고, 총채벌레와 같은 외래 해충은 1차 종합 천연물질 살포로 활동을 둔화시킨 다음 천적인 진디벌 방사 방제법을 터득했다.

“건강한 토양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시설하우스에서 매년 농사를 짓다보니 염류피해나 선충 등의 문제가 많이 발생했습니다. 처음에는 물관리로 담수만 하다가, 벼를 심어 보니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파프리카의 경우 7월에 파종하고, 9월에 정식을 시작합니다. 12월 초순경에 수확을 시작해 이듬해 7월 중순까지 수확을 합니다. 7월 이후에 밭을 정리를 하는데, 7월 초부터 준비를 해서 하우스 내에 물을 담수하고 벼를 심어줍니다. 수확 목적이 아니라 토양 관리를 위해 심는 것이기 때문에 40~50일 정도 키워서 녹비처럼 로터리 작업을 해줍니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볏짚 환원으로 토양의 유기물도 증가하고, 토양 소독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벼를 심는 방법은 매년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 2~3년에 걸쳐 작물의 생육을 보면서 실시하고 있습니다.”

생산자 단체 결성으로 안정적인 판로 개척

2000년도 초기에 생산한 친환경농산물의 경우 전량 수도권의 백화점에 납품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가격도 일반농산물의 2배 이상 높게 책정이 되었고, 없어서 못 팔정도로 인기가 높았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전국적인 친환경농업의 유행으로 친환경농산물 생산량이급증해 순식간에 가격은 하락의 길로 접어 들었다.

“지역 친환경농산물 유통시장의 규모화와 농가 간 재배 품목의 안배가 가장 급선무였습니다. 2009년 진주시 친환경농업인 40명을 규합해 ‘소담터’ 친환경유통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해 특정 품목의 쏠림 재배를 막으면서 품목별 그룹화 재배를 시작했습니다. 풋고추, 피망, 파프리카, 호박, 깻잎, 가지, 엽채류, 구근류 등 8개 그룹 결성을 통해 다양한 시장 수요를 반영했습니다.”

지금까지 유통방식으로는 경쟁력이 없었기 때문에 유통방식도 백화점, 대형할인마트 발주에서 법인이 직접 학교급식, 마켓, 친환경농산물 판매장을 직접 관리하면서 일주일간 소요량을 파악해 납품하는 형태로 바꿨다. 생산자단체가 규모화가 되다 보니 판로가 더욱 탄탄해져 2016년 다담애(많은 즐거움과 애정을 담은 브랜드) 법인을 설립해 친환경농산물 유통에 앞장서고 있다.

현재 다담애 친환경영농조합법인은 30여 명의 친환경농가가 참여해 연간 1,400톤의 친환경농산물을 생산하고 있다. 이렇게 생산된 농산물의 60%는 수도권 지역의 학교급식에 납품하고 있으며 나머지 40%는 백화점, 친환경농산물 전문판매장에 납품해 연간 87억원의 매출을 자랑하고 있다. 이러한 황상철 대표의 친환경농업 재배기술 업적과 공적은 2008년 유기농축산물품펴회 대상, 2013년 친환경인증 농식품 명품대회 최우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표창 등이 입증하고 있다.

“요즘은 유기농업자재도 많이 개발되어 예전보다는 농사가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토양관리입니다. 토양이 건강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하기 때문입니다.”

황상철 대표는 ‘사람과 흙은 한 몸이다’는 철학을 되새기며 매일 매일 토양을 밟고, 토양과 작물을 관찰하며 유기적인 삶을 지속하고 있다. 야생초와 같은, 자연을 닮은 황상철 대표의 귀추를 주목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