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기후변화와 온난화 시대를 맞은 지금, 35년 전 기후온난화를 예측하고 친환경농업을 시작했던 선구자들이 있었다. 우리원의 대표였던 故 강대인 명인과 반려자인 전양순 명인이다. 보성군 벌교읍에 위치한 유기농 수도작의 성지 우리원에는 아직도 전양순 명인이 작목반을 다독이며 유기농 수도작을 짓고 있고, 전 명인의 자녀들이 가업을 물려받으며 다음세대 경영을 준비하고 있다.

김경윤 기자

1977년 수도작과 과수분야에서 유기농시작

“처녀 시절 당시 경기도 양주에 있던 풀무원을 방문해 3박 4일 동안의 연수회를 가졌습니다. 당시 일본 유기농계를 이끌던 고타니 준이치 선생의 강연을 듣고 유기농의 길을 생각했습니다. 그 때 故 강대인 명인을 만나 인연이 되어 부부의 길을 맺고 보성 우리원에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전양순 명인은 처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유기농의 시작을 이야기했다. 보성 우리원은 말 그대로 국내 유기농 수도작의 성지 역할을 하고 있다. 유기농업이란 정의 자체도 생소했던 1977년 벌교에서 당시 수도작(쌀농사 2만 5,000평), 과수(매실, 4,000평)을 유기농으로 경작했다. 국내 최초 유기재배 품질인증획득도 우리원의 성과였다. 우리원은 1995년 유기재배 품질인증을 받았다. 우리원의 명성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04년 UN이 정한 ‘세계 쌀의 해’ 기념식 석탑산업훈장을 수상했고 2016년부터는 WPL 현장실습교육농장으로 사업지정을 받아 지금에 이르고 있다. 다만 우리원 경영의 주역이 바뀐 부분은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후계농이 친환경농업의 미래

전양순 명인은 故 강대인 명인과의 사이에서 1남 4녀를 뒀다. 그 중에 큰 딸 강선아 대표, 셋째딸 강보리, 그리고 막내 강태승 군이 우리원을 책임지며 경영하고 있다. 전국청년 농업인연합회 회장도 역임했던 강선아 대표는 성균관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우리원의 실질적인 경영을 담당하고 있다. 풀무농업고등학교를 거쳐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강보리 양은 우리원의 가공식품 생산·판매를 전담하고 있다. 순천대에서 농업경제학을 전공하고 군제대 후 우리원으로 합류 한 막내 강태승 군은 현재 우리원의 쌀생산을 책임지고 있다.

“지금은 자녀들이 우리원을 경영하고 저는 옆에서 조언하고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자리가 역전 된지 오래입니다. 우리 친환경농업계도 후계자 양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후계농이 우리의 미래입니다.”

생 볏짚 논에다 환원하면서 땅 관리해

하지만, 유기농사가 언제나 녹록하지는 않았다. 특히 우리원의 유기농 초창기엔 벼멸구 피해가 컸었다. 당시 유기농가가 어떻게 병해충을 방제해야하는지 노하우나 매뉴얼 역시 전무하던 시절이었다. 당시 故 강대인 명인은 토양 만들기에 전념했다. 우리원이 유기농 수도작을 하면서부터 지켜온 원칙인 생 볏짚의 환원이었다. 가을에 수확을 할 때 볏짚을 말리지 않고 바로 파쇄해 논에다 환원해 주는 식이다. 생 볏짚은 그대로 미생물인 효모균이 활성화 되어 있기 때문에 땅을 건강하게 만들어 준다. 여기에 쌀겨 역시 추가해 준다. 초창기에는 전 논에다가 쌀겨를 뿌렸는데 이제는 토양 검사를 하고 양분이 부족한 곳에만 쌀겨를 넣어 분다. 생 볏짚을 넣고 물을 덴 후 효소액도 살포해 준다. 결과는 건강한 땅이다. 이른 봄까지 논에서 점진적으로 자연발효가 진행되면서 토양에 영양분이 왕성해 진다. 여기에 전 명인은 충분히 발효된 유기물을 넣어줄 것을 강조한다. 발표가 덜 된 거름들이 논에 들어가면 병을 오히려 유발한다는 것이다.

향후 사업은 시설혁신과 유기농 가공식품 개발

최근 우리원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셋째 딸 강보리 양의 움직임 활발하다. 어머니 전양순 명인을 보좌하는 게 아니라, 우리원의 가공식품 사업을 설계하고 지휘하고 있다.

“다행이도 작년에 우리원이 친환경농업기반구축사업에 선정이 되었습니다. 생각하지도 않고 있었는데 딸들이 계획하고 제안서를 직접 작성해 얻어진 결과였습니다. 지난 2005년에 마련한 소형 정미기를 아직도 사용하고 있는데, 노화되고 마모가 심해 정미공정에 한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부분의 시설을 교체 할 계획입니다.”

전 명인은 우리원의 향후 계획에 설비투자를 강조했다. 실제로 우리원은 대형식품유통기업 마켓컬리와 성공적으로 유기농 쌀 공급계약으로 맺고 진행 중 이었다. 하지만 노화된 정미기 때문에 제품의 품질이 완벽하지 못하자 당분간 계약을 보류한 상태다. 전 명인과 강선아 대표는 이 부분에 아쉬움을 토로했고, 신형 정미기 설치가 완료되면 재도전 한다는 계획이다. 가공식품분야에서는 오색누룽지 사업을 준비 중이다. 이 분야는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셋째 딸 강보리 양이 기획하고 있다. 현재 오색누룽지 상품과 누룽지 초콜렛이 개발된 상황이며, 요양원과 어린이집을 중심으로 우선 판매 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