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천명(知天命), 하늘의 명을 깨닫는 나이로 익히 50세를 달리 부르는 명칭이다. 충남 당진시에서 자연농법으로 블루베리를 키우는 김성욱, 박재희 부부는 50이 넘은 나이에 하늘의 명을 깨닫고 유기농 블루베리를 키우기 시작했다. 고난과 역경을 딛고 제2의 인생을 즐기는 김성욱, 박재희 부부를 만났다.

엄정식 기자

자연의 맛 그대로

시대가 변하고 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농사방법 또한 변했다. 합성농약, 화학비료는 농사를 조금 더 편리하게 해주지만 자연과 인간에게는 이롭지 않다. 현대농업은 과학에 의존하고

당도와 맛에 의존하는 농사가 되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 자연농법으로 블루베리를 재배해 산물 본연의 맛을 소비자에게 알리는 자연그대로 블루베리농장(대표 박재희, 이하 농장)은 이미 전국적으로 소문난 농장이다.

“2005년 귀농을 결심하고 블루베리 묘목 500주를 구입해 본격적으로 농사를 시작한 지 16년 정도 됐습니다. 귀농 당시 세운 제1차 5개년 사업계획서가 어느덧 제4차 계획서 될 정도로 시간이 빠르게 지났습니다. 1년에 한 번 수확하는 농사의 특성상 시행착오를 되풀이하며 답답한 적도 많았지만 인내심과 기다림을 배웠습니다. 자연농법으로는 기본적으로 묘목을 심고 최소 5~6년 정도는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도 경험을 통해 직접 깨닫게 되었습니다.”

4,000평의 농장에는 블루베리 나무가 약 3,000주 정도 심겨있다. 듀크, 엘리자베스,

레카, 블루칩 등 다양한 품종이 있지만 사방팔방으로 흩어져있어 품종의 다양성을 느낄 수 있다. 수익의 일부를 묘목으로 구매해 확장시키다 보니 생긴 결과이다.

관수시설 없는 농장

자연그대로 블루베리농장의 가장 큰 특징은 관수시설이 없다는 점이다. 물은 농사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지만 이 농장에선 관수시설은 찾아볼 수 없다. 오랜 가뭄이나 물이 꼭 필요한 시기에만 호스를 이용한다. 편하게 농사를 짓겠다는 농장주의 생각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최근 기후를 보면 정도가 없습니다. 장마가 길거나 가뭄이 길거나. 4월 중순에서 말 사이, 블루베리 열매가 비대해질 시기에 가뭄이 길어지면 그땐 물을 줍니다.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 그대로 키운 나무는 뿌리 활착이 좋아져 자생에 큰 도움이 됩니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블루베리는 대표적인 천근성 식물로 지표면에 뿌리가 넓게 활착해있고, 배수에 민감하기 때문에 배수가 좋은 토양에서 물을 자주 주어야 한다. 하지만 농장의 블루베리는 심근성식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소 관주가 없다보니 뿌리가 토양 깊숙한 곳까지 수분을 찾아 뻗은 결과다. 자연농법을 추구하는 김성욱, 박재희 부부는 이외에도 토양관리, 약제, 방제 등을 따로 하지 않는다. 유일하게 주는 것은 커피찌꺼기(커피박)이다.

인정받는 고품질 블루베리

간단하게 생각하면 쉬워 보이는 농사법이지만 지금의 블루베리는 쉽게 탄생하지 않았다.

초창기에는 생육, 병해충, 품질 등에 대한 걱정으로 약재 사용에 대한 고민이 많았지만 해답은 인내심이었다. 인내심을 통해 생산되는 산물은 올가홀푸드, 현대백화점 등에 최고가로 납품된다. 특히 여러 품종이 한 통에 담겨 있어 다양한 맛을 볼 수 있다

“그동안 당도를 확인한 적이 없었는데 최근 우연하게 측정했더니 14.9°bx가 나왔습니다. 특별하지 않은 농법이 결국은 특별한 농법이 되었습니다. 작년 경우 4t 좀 넘게 수확했는데 앞으로도 꾸준히 잘 커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