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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08-04 18:06
[8월호] 올가닉컬쳐 - 새는 온몸으로 난다
 글쓴이 : 친환경 (58.♡.80.182)
조회 : 2,886  

나는 매일 아침 충북 제천 박달재 아래서 이철수(57) 선생이 인터넷으로 매일 날리는 <나뭇잎 편지> 이메일을 받아본다.
직접 농사를 짓는 농부, 시인, 화가인 - 나는 그를 철학자로 생각한다 - 그의 짧은 그림편지를 매일 읽으며 계절의 변화, 자연의 변화, 생명의 소중함 그리고 삶과 생활의 지혜를 얻곤 한다. 그가 6년 만에 지난 7월 종로 관훈미술관에서 판화전시회를 열었고 작가와의 대화시간을 가졌다.

젊은 시절부터 존경해온 이철수 선생을 직접 만날 기회가 와서 적잖이 마음이 설레었다. 나에겐 그가 교과서에 나오는 철수와 영희처럼 바른생활만하는 교과서적인 인물로 조금은 포장되어 있었다.

새벽이 온다 북을 쳐라!

젊은 시절 이철수 선생의 목판화 그림 <새벽이 온다. 북을 쳐라!>를 흉내 내어 당시 우리 집(양재동) 벽에 벽화를 그리기도 했다. 이십대 후반 첫 직장에 입사하여 나름 청춘의 스트레스와 정신의 공허함을 홀로 달랬던 기억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도 약간의 호기와 객기 사이였는 듯. 물론 그 후 벽(담)은 무너지고 새 아파트가 들어섰다. 그래서 조금은 더 아득해진 내 청춘. 이철수 목판화 30년 기획전에서 원본 목판화를 만나니 참으로 감회가 새로웠다. 추적추적 비가 오는 날 내 발걸음은 종로로 행했다.
1987년 나의 첫 직장이 종로 관훈빌딩이었던지라 당시 바로 인근에서의 이철수 판화전이 생각난다. 마침 7월의 종로거리는 마치 24년여 전의 종로통처럼 투쟁을 하는 인파와 경찰이 대치 중인 상태였다. <반값 등록금>… 이슈만 바뀌었을 뿐 역사가 반복되고 있었다.

농부시인 이철수, 비움의 철학 이철수 이번 전시회명은 새는 좌우 날개가 아닌 온 몸으로 난다는 의미에서 <새는 온 몸으로 난다> 였다. 과거에도 <새에게도 무게가 있습니다> 라는 전시를 보았다. 유독 ‘새’로서 화두와 의미를 던지는 그에게 새는 무슨 의미일까?
아마도 자유로운 영혼, 자기를 성찰하는 생명, <갈매기의 꿈>에서의 조나단처럼… 초기작품부터 최근 작품까지 함께 전시된 화랑을 살펴보고선 이철수 선생을 만났다. 그의 조곤조곤한 말은 마치 이 시대의 현자, 이 시대의 철학자와 대담하는 듯하였다. “내 삶과 내 인생, 내 존재의 진짜 주인 노릇을 하자. 머슴살이 하며 지내는 삶은 참으로 슬픈 일이 아닌가?”

“당신은 진정으로 다 내려놓고 가벼워질 수 있는가?” “눈이 침침해져서 30년 하던 일을 계속 지속할 수 있을지?” 묵직한 삶의 의미 깊은 목소리를 듣는 시간이 참으로 좋았다. 이어서 질문시간… 난 참을 수 없이 어줍은 질문을 하고 말았다. “부디 눈에 좋은 거 드시고 건강하소서. 당신과 당신 작품이 없는 세상은 우리 국민이 조금 불행해 지는 겁니다…” 눈도 침침해지고 여차하면 조각도를 놓을 수도 있다는 그의 협박(?)에 내가 농 섞인 질문을 하자 방청객들이 웃는다. 아마도 공감의 표시일 게다.

“착하게 사는 게 좋다” 철수의 바른생활 “남은 당신의 그림 화두는 무엇입니까? 당신은 어떻게 기억되길 바랍니까?” “생명, 소박하고 단순한 삶… 뭐 그런 것들이겠죠.” “난 편한 이웃으로 공감을 할 수 있는 생각을 나누었던 사람으로 생각되길 바래요.” “추상(抽象)이요? 난 안해요. 나는 좀더 쉬운 그림을 그릴 겁니다. 이 정도는 나도 그릴 수 있겠다 하고 들을 때가 행복해요.” “저는 그림에 늘 이야기를 담아요. 그 이야기는 거칠게 요약하자면 <착하게 사는 게 좋을 걸>, <이왕이면 나누며 사는 게 어떻겠나> 하는 거예요.

그림으로 말해 놓은 게 많다 보니 만나는 사람들이 <너 진짜 그렇게 살고 있어?> 하는 눈빛으로 나를 보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제가 막살지 못합니다. 판화를 만들어 놓은 게 족쇄처럼, 그림이 도리어 저를 지켜주는 존재가 된 듯해요.

나쁘진 않아요.(웃음)” ‘온 몸, 온 마음으로 살아라’ 최근의 판화에서 그는 우리에게 생명의 소중함 그리고 하찮은 것들의 소중함을 말한다. “비판의 소리만 내고 살아야 할 때도, 그리고 내 일 내가 하고 살아도 여전히 힘들 때, 왜 이렇게 힘이 드는 걸까 스스로 묻곤 했습니다. 스스로 내린 답은 내 삶과 내 존재의 주인 노릇을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지요.” 그래서 그는 ‘온몸, 온 마음’을 얘기한다.

새는 좌우의 날개가 아니라, 온몸으로 난다고… 이철수 선생은 ‘온몸으로 살아라’의 의미를 이슬람의 큰 지하드(성전)로 설명한다. 평화를 침해하는 외부의 적을 공격하는 싸움이 작은 지하드라면, 개개인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불화와 싸우는 것이 ‘큰 지하드’라는 것이다. 큰 지하드 없이 작은 지하드만으로는 결코 평화를 이룰 수 없다고 했다.

그는 “평범한 사람들도 생활 속에서 자기와 만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고 <온몸으로 살기>를 화두를 꺼내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30년 판화작업을 하면서 시대적 화두를 작품에 담아냈다. <거리에서>(1988)는 화염병을 들고 권리쟁취를 외치는 노동자의 모습이 담겨 있다. <개혁>(1991)은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레닌을 만나면 레닌을 죽이고’라고 적고 있다. 동구권의 현실사회주의 몰락을 지켜보면서 이데올로기의 함정을 쿡 찌른다. <산으로 가는 배는 오도 가도 못하고>(2008)는 ‘물은 옛길에서 유장하다-한반도 대운하’라는 문구와 함께 산에 걸린 배를 익살맞게 그리고 있다. <쇼핑-거룩한 집>(2009)과 <바코드의 숲-산행>(2009)은 각기 교회의 물신주의와 상품이 지배하는 소비과잉주의를 질타한다.

어느 날 아내와 함께 마트에 가서 사람들을 유심히 살펴보니 카트에 물건을 잔뜩 실은 사람은 당당히 어깨를 피고, 물건이 적은 사람은 위축되어있는 모습을 보고서 그린 그림이란다. ‘움직이는 씨는 싹을 틔우지 못한다’ 그의 작품에는 내면의 성찰에 이르게 하는 것들이 많다.
‘움직이는 씨는 싹을 틔우지 못하는 법, 고요히 앉으라!’(<농사경어-쉬라!>, 2004), ‘마음 밭에 풀이 무성하여 소 한마리 먹이자 하였더니 어김없다! 말 안 듣는다. 실컷 처먹고 오든지 말든지!’(<벽창우-마음>, 2009), ‘마음이 웃어야 웃는 거지요’(<웃는 마음>, 2009) 인생에 대한 통찰과 살아가는 태도도 담겨 있다. ‘세상에 빛 없거든 우리 마음에라도 내 가슴에라도 작은 불씨하나 타오르게 합시다. 우리들의 키 작은 불꽃하나 아주 꺼뜨리지 말고’(<작은 불꽃>, 2001) ‘바람 거친 날 조용히 서있는 나무 어디 있는가?

가지와 잎을 흔들어 온몸으로 아우성치지 바람 없으면 고요하고 미풍에는 잎새가 가볍게. 오늘은 바람 거치신가? 도리없다. 온마음으로 나부낀다!’(<온몸으로 바람타는 나무>, 2007) 작고하신 아동문학가 권정생 선생이 생전에 “철수에게 고운 것이 들어 있는데 이렇게 거친 걸 그리느라고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했겠나”라고 말했단다.

나 역시 그에게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아흔이 넘은 신 할머니 두 분이 우산을 지팡이 삼아 이번 전시장을 오셨다는데 허허… 그는 참 행복해 보이는 작가다. “이철수 선생님, 오래된 형님을 만난 기분입니다.

부디 건강하게 사시고 <나뭇잎편지>로 사무실에 앉아 있는 불초소생들에게 계절의 변화를 느끼게 하는 기쁨을 계속 느낄 수 있게 하소서.
뙤약볕의 농사일 너무 무리는 마시고요.”

작성자 : 윤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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