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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02-16 11:12
[12월호] 올가닉컬쳐 - 생명에 답이 있다
 글쓴이 : 친환경 (58.♡.80.182)
조회 : 2,207  

생명시스템과 생태계 서비스를 자본으로 순환적이고 재생산적인 경제활동이 이루어지는 경제시스템 <생명자본주의>. 농업이 어떻게 생명자본주의 정신에 근거해 어떤 방식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을지는 많은 상상력과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

최근 세계는 이른바 1%를 향한 99%의 분노, 특히 탐욕스러운 미국의 월가를 향한 분노에 주목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금융시스템에 대해 불만을 가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대안이 없는 분노는 허탈함만 남을 뿐이다.

미래사회의 새로운 패러다임 <생명>

대한민국 대표 지성, 이어령 이화여대 명예교수(초대 문화부장관)는 세계경제를 주도해 온 산업자본주의와 지식정보 혁명이 이끌어온 금융자본주의가 환경오염·금융위기·윤리위기 등의 한계에 직면하며 그 유통기한이 다됐다며, 약 200년 간 인간이 사용해온 발전 모델과 그 기술을 바꾸지 않으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어 미래를 선도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생명자본주의>*라는 기치를 내걸었다.
산업·금융자본주의는 “자연계의 모든 물질은 유한한 것인데 돈만은 무한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끝없이 성장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현재의 자본주의 경제이다.
지구에서 3억년이나 살아온 바퀴벌레는 일체의 배설물을 내보내지 않고 몸 안에 있는 미생물을 이용해 모든 것을 재사용하는 반면, 인간은 오렌지주스 1ℓ를 만드는데 1천ℓ의 물과 2ℓ의 휘발유를 필요로 한다. 기계기술과 정보지식기술을 생태모방(biomimicry)**으로 바꿔 생명의 순환과 생식을 이용하면 자연에 재투자 가능한 생명자본주의 시스템을 창조할 수 있다고 이 교수는 주장했다.
기존의 자본주의 패러다임과 달리 자연과 이를 활용한 생명산업이 주가 되는 새로운 사회 패러다임으로의 전환, 경쟁이 지배하던 과거의 자본주의 대신 감동과 공감을 원천으로 하는 새로운 자본주의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연과 생명에서 새로운 가치를 캐내라!

겨울연가의 촬영지였던 남이섬 메타세쿼이아 길은 수많은 국내외 관광객이 찾고 있다. 예전엔 나무를 베어야 자본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나무를 잘 키우기만 해도 훌륭한 관광자본이 되는 시대다.
충북 괴산군 양곡리 논엔 올해 커다란 토끼가 등장했다. 토끼 두 마리가 절구를 찧는 대형 그림 아래에 <청정 괴산>이란 홍보 문구가 적혀 있다. 일반 벼 사이에 흑미를 심어 색깔을 낸 <논 그림>은 “논을 캔버스로 벼농사를 예술의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는 평가다. 쌀 생산뿐 아니라 지역 홍보와 관광수입 등 1석 3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인문학적 상상력을 발휘해 생명의 또 다른 가치를 끌어낸 사례는 그밖에도 무수히 많다.
농촌진흥청은 2011년 3월 이어령 교수와 함께 <생명자본주의 포럼>을 결성하고, 지난 10월 14일 양재동 aT센터에서 ‘생명자본주의와 농업의 새로운 가치’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가졌다.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농산물 시장 개방이 갈수록 빨라지는 상황에서 더 이상 국내 농업경쟁력을 가격이나 규모에서 찾으려고 해서는 안 되며, 농산물이 단순한 먹거리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자연과 예술 그리고 타 산업과 접목하려는 도전이 필요하다는 취지였고 이어령 교수는 “생명에 답이 있다”는 생명자본주의의 정신을 역설했다.
심포지엄에는 인문·사회, 경제·경영, 과학기술·산업 분야의 전문가들도 참석해 생명자본주의와 농업의 연계성을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이날 민승규 농촌진흥청장은 “사회를 이끌어 갈 중요한 자본이 생명인 것은 시대의 조류이며 농업이 그 중심에 서있다. 생명자본주의를 통해 농업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확산시키고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만국의 농민이여, 창조하라!

이어령 교수는 <창조학교>를 만들었고, 민승규 청장은 과거 <벤처농업대학>을 만든 장본인이다. 두 인물의 공통점은 소통과 계몽, 창조 그리고 현장을 중시한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대표 지성이자 인문학의 대가인 이어령 교수는 <생명자본주의>를 주창하고 나섰고 민승규 청장은 그 배에 승선했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는 슬로건으로 맺어지는 <공산당선언>.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1848년 공동집필한 과학적 공산주의의 강령적 문서였고 이후 세계사의 한 획을 그었다. 물론 지금은 수명을 다해가지만… 
필자의 생각으로는 이어령 교수와 민승규 청장 그리고 사회·문화·정치·경제 전문가들이 널리 참여하고 이론적 토대를 공고히 하여 <생명자본주의 선언>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룬 사회에서 다음 단계는 모두가 지속가능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생명화>를 기치로 내건다면 많은 사람들의 공감과 참여를 이끌 수 있지 않을까?
특히 자연과 생태계를 보존 유지하며 이뤄지는 지속가능한 친환경농업은 생명자본주의를 연구하고 이론적 토대를 정립해 가는 전문가들에게 큰 관심의 대상이 될 것이다. 미래를 선도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우리농업·농촌이 큰 기회를 얻은 것이다.  
농업이 어떻게 생명자본주의 정신에 근거해 어떤 방식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을지는 많은 상상력이 필요하다. 생명자본주의는 정보기술(IT)·의학·교육·레저·관광산업 등에 다양하게 접목될 수 있는데, 농산업 분야에서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우리는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물론 생명자본이 물질적 착취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유전자변형이나 장기 매매와 같은 일부의 극단적이거나 물질화된 생명현상 같은 인식론적 왜곡은 가장 큰 적이 아닐까? 생명의 지혜와 정신보다 생명 자체를 물질적 자본으로만 생각하여 착취의 대상으로 삼으려는 것, 지구적 생태위기를 심화시키는 그 어떤 행위에도 반대한다. 또 다시 자본 권력에 의해 인간 소외나 생태위기가 더욱 심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와 같은 풍부한 쟁점들에 대해 사회적 관심과 담론, 그리고 치열한 논쟁도 필요해 보인다.

생명의 지혜로 산 최초의 문명은 바로 <농업>

이화여대 정재서 교수는 “생명자본주의가 포괄하는 자연생태주의, 공생의식은 동양사상 특히 도가사상이 풍부히 녹아있으며 자본주의의 폐해를 발전적으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동양사상의 유산을 슬기롭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서구에서는 폴 호겐, 에이모리 로빈스 등이 자연자본주의를, 빌게이츠가 창조적 자본주의에 대해 말하지만 생명자본주의는 이보다 앞선 것이고 자본주의 폐해에 대한 지엽적인 대안이 아니라 자본주의 패러다임 자체를 뒤바꾸는 개념이라고 말한다.   
지식보다는 지혜에서, 지식경영보다는 지혜의 경영에서 새로운 기술과 생명시스템이 나온다. 생명의 지혜로 산 최초의 인류문명이 바로 <농업>이다. 앞으로 새로운 사상(정신)의 철학적 배경을 만드는 것은 인문학자들이 해야 할 일이다. 
종래의 자본주의는 리빙(living)을 해결하지만 생명자본주의는 라이프(life)를 겨냥한다. 차가운 금융자본주의에서 생명을 자본재로 하는 따뜻한 생명자본주의로 패러다임이 전환되어야 하고, 삶의 수단을 성취하는 경제가 아닌 행복을 추구하는 삶 자체가 목적이 되어야 한다.  

금융자본주의시대인 지금은 우리나라가 뒷자리에 서 있지만, 미래의 생명자본주의시대에는 우리나라가 어느 국가보다 앞서 나갈 것이다. 리에터 교수가 말했던 음양동화 원리를 생명자본으로 삼을 수 있는 가능성이 많은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화두를 던진 이어령 교수. 우리농업이 이어령이라는 큰 선각자를 만난 건 행운이다. 농업을 보는 새로운 시각, 생각의 지평을 넓혀준 인문학자이지만 앞으로 사회의 많은 관심과 담론 그리고 깊은 성찰이 과제로 남는다.

작성자 : 윤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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