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Net-zero)이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제로(0)화’한다는 뜻으로 지구적 차원, 국가적 차원으로 세계 각국에서 기후와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정한 목표다. 저탄소 농법으로 기후위기를 대처하고 있는 전북 고창군의 이광호 농부는 수도작 본답 생육일수를 약 20일 가량 줄이고, 중간물떼기를 앞당겨 탄소저감을 실현하고 있다. 이광호 농부를 만났다.

| 엄정식 기자 |

도열병도 피해가는 농장

분지 형태로 벼농사에 적합한 전북 고창군. 이곳 여곡친환경유기농단지에서 23명의 작목반 회원들과 함께 20년째 유기농업을 실천하고 있는 이광호 회장은 지역에서 알아주는 수도작 명인이다. 힘에 부쳐 면적을 줄였지만 아직도 6,000평의 논에서 최고의 쌀을 생산하는 농부로 인정받고 있다. 30년 동안 전북을 대표하는 신동진벼를 위주로 재배할 뿐만 아니라 수광벼도 재배하는 이 농부는 수확량이 떨어져 선호도가 낮은 수광벼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한다.

올해 전북도를 대표하는 신동진벼는 도열병으로 인해 전북 전체 쌀 생산량이 평년보다 5~8% 줄었다. 단품종 장기화의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품종다양성이 새롭게 화두로 떠오르는 이 시기에도 이광호 회장은 걱정이 없다.

“올해 전북지역은 도열병이 심해 신동진벼 피해가 많았으나, 저희 논은 도열병은 물론 세균벼알마름병, 깨씨무늬병 등 아무런 피해 없이 빠르게 수확을 마쳤습니다.”

이처럼 성공적인 농사의 비법에 대해 이 회장은 당당하게 ‘분얼’이라 말한다

성공비법은 바로 ‘분얼’

분얼이란 벼, 밀, 보리와 같은 외떡잎식물의 뿌리마디(불신장절)에서 나오는 아들가지, 손자가지를 말한다. 구분은 유효분얼과 무효분얼이 있으며, 조기분얼의 완성은 유효분얼이 많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벼의 경우 분얼은 주로 영양생장기에 불신장절(분얼절)의 각 마디에서 1개씩 나오고, 지상부의 신장절에서는 휴면하여 분얼이 나오지 않는다.

“생육초기 분얼촉진이 중요합니다. 분얼기간을 앞당기면 조기수확은 물론 수량도 늘어납니다. 분얼이 농사의 성공을 좌우합니다.”

이광호 회장은 초기 분얼을 위해 엑토신과립(공시-1-3-278)을 사용했다. 엑토신과립은 생육초기 분얼촉진으로 분얼기간을 앞당겨 도복저항성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빠른 수확과 수확량 증가를 가능하게 하며, 벼의 산장절인 5절간, 4절간을 짧게해 도복의 저항성도 갖는다.

“엑토신과립의 사용은 뿌리와 분얼을 발달시켜 빠른 물떼기 등 본답 생육일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물떼기를 20日 앞당겨

“유기농업 초창기부터 사용하는 방법인데 20년째 종자소독은 온탕침법으로 합니다. 이전에는 솥을 이용했지만 온도가 일정하지 않은 단점이 있어 자동화기계를 도입한 후로 조금 편하게 소독을 하고 있습니다.”

온탕침법은 60℃ 온수에 10분간 또는 65℃ 온수에 7분간 담가 소독하는 방법이다. 이 때 온탕 소독이 끝나면 볍씨를 곧바로 꺼내어 10분 이상 찬물에 넣어야 한다.

“올해의 경우 6월 5일에 모내기를 했습니다. 분얼 촉진을 위해 엑토신과립을 사용하고 1,200평에 2봉지(12kg)를 넣었습니다. 엑토신과립의 유무는 분얼이 15일~20일 정도 차이나기 때문에 매년 사용합니다. 분얼 촉진 후 6월말에 중간물떼기를 합니다. 이후 물을 넣다 뺐다를 반복하면 미질이 좋아지고 나락이 튼튼해집니다. 올해는 9월 20일에 완전히 물을 떼고 10월 6일에 수확했습니다.”

논에 담수 시 토양 속 혐기성미생물에 의해 발생하는 메탄가스(CH₄)는 이산화탄소(CO₂)보다 온난화지수가 21배 높아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알려져 있다. Ling 박사의 논문(논의 메탄가스 저감 가능성)에 따르면 중간물떼기는 10∼37%의 메탄가스 발생 감축 효과가 있으며, 이후 물을 충분히 공급하면 수량 감소도 없다고 한다.

앞으로의 논 농사에서 중간물떼기의 기간이 늘어야 하는 이유이다. 파종에서 결실까지, 품종과 재배환경에 따라 다르지만 벼의 일대기는 대개 짧은 품종은 120일, 긴 품종은 180일 등 보통 150일로 본다. 만약 벼의 본답 생육일수를 20일 줄인다면 어떤 효과가 나타날까? 많은 전문가들이 저탄소 농법의 필요성을 외치지만 개발 및 보급이 저조한 실정이다. 전북 고창군 이광호 회장은 연간 20일, 중간물떼기 기간을 늘리는 농법을 통해 저탄소 농법을 실천하고 있다. 올해 벼 본답 생육일수를 약 20일 가량 줄인 이광호 회장은 300평당 840kg의 쌀(조곡)을 수확했다.

건강을 위한 쌀을 생산하다

‘내 가족, 형제, 국민 건강을 위한다’ 이광호 회장과 작목반의 슬로건을 보면 건강한 쌀을 생산하기 위한 의지가 보인다. 특히 고품질 쌀을 위해 벼 재배 농가를 찾아 농법을 비교, 분석한 후 이 회장만의 농법으로 만들 정도로 논 농사에 애착이 깊다.

“3.3㎡(1평)에 70주를 심던 관행 농가는 포기는 크나 이삭이 작고, 낱알 수가 130개 채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드문모심기로 50주를 심으면 이삭과 낱알 수가 더 증가할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올해 신동진 벼는 도열병의 대유행으로 전국이 큰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전북에서 논 농사를 짓는 이 회장의 신동진 벼는 아무런 탈이 없다. 심지어 조곡 기준 300평당 840kg이라는 수확을 거뒀다. 본답 생육일수를 줄여 저탄소 농법을 실천할 뿐만 아니라 맛, 영양까지 사로잡은 이 회장의 마지막 비법은 ‘엑토신골드’다.

“9월 20일에 엽면시비로 엑토신골드를 살포하면 벼의 양분을 이삭으로 몰아줍니다. 또한 쭉정이도 줄어들고 미질이 좋아집니다. 본답 생육일수를 계산해보니 약 120일 정도 걸린 듯합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공부해서 나, 가족과 지구를 살리는 농사를 하고 싶습니다.”

유기농업을 시작으로 저탄소 농법까지 실천하고 있는 이광호 회장. 당찬 그의 모습에서 밝은 미래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