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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05-07 11:20
[5월호] 쉽게배우는 미생물강좌 (21)
 글쓴이 : 친환경 (58.♡.189.254)
조회 : 2,656  

찌그러지고 빛바랜 누런 양은 주전자를 보면 어린 시절 외할머니 심부름으로 막걸리가 가득 담긴 주전자를 들고 논둑길을 넘어질까 두려워 조심스럽게 걸어갔던 기억이 난다.
논에서는 외할아버지가 소에다 쟁기를 걸어 부지런히 논을 갈다 가끔씩 “어뎌! 어뎌!”라고 소에게 외치곤 하셨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소와 외할아버지만 아는 의사소통 수단이었나 보다. 어린나이에 혹시라도 막걸리 주전자를 가지고 가다가 흘릴 것을 염려하신 듯 쑥을 뜯어 주전자 주둥이를 꼭꼭 막아 주시면서 빨리 갔다드리라고 하시던 외할머니, 좀 늦게라도 가지고 가면 늦었다고 호통치시며 막걸리를 한 사발 가득 따라서 목젖을 위아래로 움직여가며 꿀꺽 꿀꺽 드시던 외할아버지의 모습들이 이제는 아련한 추억으로만 남아있다. 그런 외할아버지 옆에서 요깃거리로 몇 조각 안 되게 넣어놓은 쑥떡을 조금씩 얻어먹던 기억은 이젠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나만의 기억이 되었다. 며칠 전 초등학교 5학년 된 딸이 솜털 난 쑥을 따서 가지고 온 것을 보니 외할머니도 요즘 같은 시기에 쑥떡이나 쑥버무리를 해서 간식거리로 내어놓았던 것으로 어렴풋이 짐작이 간다.

친환경농업이 필요한 이유
나무를 때던 시절 아궁이에서 나온 재, 뒷간에서 퍼온 냄새나는 인분 그리고 외양간에서 나온 소똥과 지푸라기가 한데 섞인 퇴비 등을 한 수레 가득 싣고 쇠스랑으로 들이나 논에 뿌리시던 외할아버지는 그 더러운 것들을 만지던 손을 그대로 막걸리가 한 가득 따라져있는 양재기에 손을 푹 담궈 휘휘 저으신 후 막걸리를 그렇게도 너무나 맛나게 드셨다. 지금 생각하면 불결하기 짝이 없다고 보일 풍경이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그렇게 조금 더럽고 지저분하게 살아도 그렇게 큰 문제는 없었던 것 같다. 오히려 더욱 깨끗하고 청결을 제일 우선으로 따지며 살아가는 오늘날이 질병이 더욱 많아지고 건강에 대한 문제도 더욱 많이 대두되는 것이 현실이다.
미생물에 대한 이해가 점점 넓어지고 과학의 발달에 힘입어 우리는 자연에서 일어나는 많은 현상을 이해하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우리 할아버지들이 짓던 농사방법은 좀 뒤떨어진 방법으로 인식되어 지게 됐다. 농약과 비료를 사용하면 농사가 편하고 효율도 높아지는데 무슨 호사를 누리겠다고 예전 방식처럼, 친환경 농업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는 이야기들도 있다.
‘친환경으로 농사를 지면 농산물 가격을 조금 더 높은 수익으로 올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뛰어들었다가 엄청난 낭패를 보고 말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사례는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친환경농업은 당장의 이익이나 나만을 생각하기보다는 조금 멀리 보고 나와 가족을 포함한 우리를 위한 실천인 것이다. 내가 애써서 수고로이 지은 농산물을 먹는 도시 아이들의 건강을 생각하고 더 나아가서는 우리나라의 식량주권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인 것이다. 최첨단 무기로 국가 간의 전쟁을 하기도 하지만 앞으로는 식량으로도 전쟁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국가의 가장 근본인 식량 주권을 다른 나라에 의지하게 되면 나중에 엄청난 굴욕과 비참함을 맛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농사를 짓는 것이 모든 일의 근본이라고 배워오지 않았던가!(農者天下之大本)

세계적 다국적 기업으로부터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친환경농업
세계 식량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곡물 유통 메이저회사들에 의해 우리의 생명산업이 좌지우지되기 전에 하루빨리 우리 대한민국의 농업 경쟁력을 키워야 하며 우리의 식량 주권을 지키기 위한 꾸준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이제는 시골에서 넓지 않은 면적에 환경을 생각하며 농사짓는 촌부가 다름 아닌 우리나라를 지키는 일꾼들인 것이다. 친환경 농업은 안전한 먹을거리를 생산해 내는 것이 목적이지만, 그 이전에 세계적인 농업 관련 다국적 회사들이 생산해 내는 농약이나 화학비료에 의지를 하지 않기 때문에 자급자족이 가능한 방법이다. 그러기에 다국적인 곡물 메이저 유통 기업들의 눈치를 안보고 간섭 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것이다.
비료와 농약과 첨단 농업 기계들을 이용하여 보다 편리하게 농산물을 생산해서 전 세계의 소비자들에게 먹을거리를 값싸고 충분하게 공급해준다는 것이 글로벌 식량 공급체계 확립의 목표일 것이다. 세계적 다국적 기업인 곡물 유통 회사들은 농가에 종자에서부터 비료와 농약 판매는 물론이고 생산된 농산물의 유통판매 그리고 농업 경영 컨설팅까지 온갖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실제로 농가의 농업 경영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결과는 책임지지 않는다. 관심이 없는듯하다. 거래하던 농가가 부실해지면 다른 농가를 상대하면 그만이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회사들이면 돈도 꽤 많이 벌었을 텐데 더욱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시골 농민들을 자기네가 원하는 농산물만을 생산하는 단순한 기계로 절락시켜 버릴 작정인 것 같다. 이렇게 나의 이익을 위해 누군가를 희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다함께 같이 살아가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갈 수는 없는 것일까? 미생물중에는 함께 살아가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기꺼이 자기를 희생하며 살아가는 미생물이 있다.

위산에도 생존하는 미생물의 생명력
세균중에 헬리코박터라고 하는 세균이 있다. 요즘에는 유산균 발효유 광고에도 많이 등장하여 유명한 세균이기도 한데 정확한 명칭은 헬리코박터 파이로리(Helicobacter pylori)이다. 이 미생물은 인간의 위(胃)에 오랜 세월 기생하며 살고 있었는데 최근에야 그 존재가 밝혀진 미생물이다. 우리 사람의 위에는 위액이라고 하는 강한 산성(pH 2.0)의 소화효소가 분비된다. 위산이라고 불리는 그 액은 바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염산(鹽酸: HCl)이라는 물질인데 대충 씹어서 넘긴 음식물들을 위에서 염산이 분비되어 녹여버린다. 염산이 우리 위속에서 분비되기 때문에 음식물 속에 들어있던 병원균을 포함한 일반 미생물들은 거의 사멸되는 것이다. 물론 염산이 위 점막에 그대로 노출되면 위가 상처를 입기 때문에 우리 몸에서는 염산이 분비되기 전에 뮤신(mucin)이라는 끈적끈적한 물질을 분비하여 위 점막을 보호해놓고 위 안에 들어온 음식물들을 향해 염산을 사정없이 뿌려댄다. 저녁식사로 상추와 함께 싸먹은 돼지고기 삼겹살은 염산에 녹아 포도당, 아미노산, 섬유소 그리고 지방산과 같은 영양물질들로 분해된다. 이렇게 잘게 잘라진 영양물질을 십이지장이나 소장과 같은 소화기관에서 흡수를 하여 우리가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혹독한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 곳이 위이기 때문에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간의 위속에 미생물은 도저히 살지 못할 것이라고 여겨서 궤양이나 염증이 위에 발생을 하면 미생물이 원인일 것이라고는 상상조차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1980년도에 들어서 위궤양을 연구하던 연구자들에 의해 위속에도 미생물이 기생을 하며 심하게는 위암도 유발할 수 있는 원인이 된다는 끔찍한 사실을 밝혀냈다.

미생물에게서 배우는 ‘자기희생’
pH 2.0인 염산이 폭포수와 같이 쏟아져 내리는 환경에서도 미생물이 살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지만 어떻게 그렇게 혹독한 조건에서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들이 꼬리를 물고 제기가 되었다. 나중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바로 헬리코박터 균이 가지고 있는 효소에서 그 의문점이 해소가 되었다. 헬리코박터 미생물은 몸 안에 강산을 중화시킬 수 있는 효소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 효소는 몸 안에 있기 때문에 살아있는 동안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 독한 염산에 노출된 헬리코박터의 세포막이 터지면서 몸 안에 있던 염산 중화 효소가 몸 밖으로 나가게 된다. 그렇게 몸이 터져 죽은 미생물들이 분비한 효소들로 인해서 염산으로 인해 강산성이 되었던 그 주위가 서서히 중화가 되는 것이다. 즉, 자기는 어쩔수 없이 죽지만 옆에 있는 동료라도 살리겠다는 것이다.
하찮은 미생물이지만 동료 미생물을 위해 기꺼이 자기 한 목숨 희생하는 마음씀씀이가 참으로 기특하다. 이렇게 먼저 죽은 미생물의 희생으로 주위의 pH가 일시적으로 약산성으로 되어 간신히 살아남은 헬리코박터 미생물들은 주름이 많은 위 점막속으로 비집고 숨어 들어가 개체를 계속 유지시키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하찮은 미물인 세균들조차도 우리라는 커다란 울타리를 보존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을 하는 것을 보면 만물의 영장인 인간도 세균에게서 배워야 할 것이 아직도 많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