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4일 친환경농산물자조금관리위원회에서는 ‘왕우렁이 생태적 안전성 조사’ 결과 보고가 있었다. 논살림사회적협동조합은 왕우렁이 농법을 시행한 유기농 논 뿐만 아니라 관행논까지 생물다양성이 확대되었다고 발표했다. 생물다양성이 증진되는 왕우렁이 농법. 하지만 왕우렁이에 대한 시선은 두 가지로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 김경호 · 이경민 · 김경윤 · 엄정식 기자

왕우렁이는 생태계 교란생물인가?

지난 2019년 환경부는 “왕우렁이를 생태계교란 생물로 지정하겠다는 행정예고 이후 농업계 등에서 다양한 우려가 제기됐다”며 “이를 반영해 왕우렁이는 생태계교란 생물로 지정하지 않을 계획”이라 밝혔다.

생태계교란생물 지정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생태계교란생물이란 생태계위해성평가결과, 생태계 등에 미치는 위해가 큰 것으로 판단되어 환경부 장관이 지정·고시하는 생물종을 말한다. 환경부는 외래생물 등에 대한 생태계위해성평가(2011~2013)을 진행해 대상종의 특성과 분포, 확산양상,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등을 조사하고 있다. 외래생물의 철저한 관리를 위해서는 평가가 먼저 이뤄져야 하나, 현재 국내에 들어온 외래생물 총 2,167종(2019년 기준) 중 87종만이 위해성 평가가 이뤄졌다.

위해성 평가를 시행하고 나면 이에 대한 지침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과정은 까다롭다. 외래생물 출현 밀도, 분포 면적 등 외래생물 전국 서식실태조사를 통해 위해성평가에 필요한 침입성·확산성 등에 대한 자료를 수집해야 하며, 개화기나 번식기, 서식지 특성, 개체증식 방법 등의 자료를 모은 후 피해 사례, 주변 생태계 영향 등을 조사해야 한다.

이렇게 까다로운 생태계위해성평가를 거친 후 생태계교란 생물이 지정되는 것이지만 환경부나 생태원에서 왕우렁이에 대한 정밀한 연구를 진행한 사례는 없다. 2017년 외래식물 정밀조사로 왕우렁이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것이 전부이다. 어찌 보면 2019년 생태교란지정에 대한 논란은 왕우렁이를 친환경농업에서 사용되는 귀중한 자원이 아니라 단순한 외부유입생물로 판단한 착오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왕우렁이, 생물 다양성에 긍정적 영향. 공동연구·조사 절실히 필요

지난달 4일 친환경농산물자조금관리위원회(위원장 주형로, 이하 자조금)에서는 논살림사회적협동조합이 진행한 ‘왕우렁이 생태적 안전성 조사’ 발표회가 있었다. 이날 자리는 친환경농업진영 뿐 아니라 국립생태원의 연구자들도 참석해 왕우렁이에 대한 심토 깊은 논의가 진행됐다.

2021년 한 해 동안 왕우렁이의 생태계 교란 가능성을 조사하기 위해 살림사회적협동조합에서는 왕우렁이 월동량 조사, 물속 생물 조사, 왕우렁이 이동량 조사, 왕우렁이 생존량 조사 등을 진행했다. 이날 발표에서 방미숙 논살림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생물다양성 부분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했다고 강조했다. 방 이사장에 따르면 “친환경재배 뿐만 아니라 관행재배에서 왕우렁이 농법을 사용한 곳에서도 생물다양성(실지렁이 개체수 증가) 효과를 볼 수 있었다”며 “조사를 통해 왕우렁이가 생태적 교란을 일으키는 교란종이 아니라 생물 다양성을 지키는 귀중한 자원임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생태원 관계자들은 “왕우렁이의 경우 논안에서만 잘 관리되면 문제가 없지만, 외부 유출의 문제와 월동 가능성의 문제가 제기되어 장기적인 측면에서 보면 생태계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며 “왕우렁이에 대한 관리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친환경 벼 재배면적의 88.9%가 사용하는 우렁이 농법. 2018년 기준 4만 2,992ha의 친환경인증면적에서 왕우렁이를 활용하고 있으며, 관행농가에서 사용하는 면적은 6만 9,039ha나 된다. 보여주기 식 ‘왕우렁이 수거의 날’ 대신에 현실적인 관리 방안, 그리고 농식품부와 환경부가 함께 진행하는 조사·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