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주말저녁에 온 국민을 TV 앞에 모이게 한 국민 코미디언, 편안하고 친근한 시사프로그램 진행자. 그리고 현재는 농촌으로 돌아와 풀들과 고군분투하고 있는 김미화 씨. 경기도 용인에서 농사와 예술이 공존하는 카페 호미에서 초보농사꾼 김미화 씨를 만났다.

옛정이 남아있는 이곳에서 농촌을 이야기 한다

“농촌에 내려온 지는 9년째입니다. 방송을 하다 보니 늘 많이 번잡한 곳에만 있었는데 도시에 근접하고 자연이 있는 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곳에 오게 되었습니다.”

아침 이른 시간이라 약간은 피곤해 보였지만 농촌이야기에 김미화 씨는 이내 얼굴에 웃음이 만발했다. 서울에서 1시간 거리의 지역이지만, 버스도 잘 다니지 않는 외지(?)인 이곳에는 도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두레’가 남아 있는 곳이다.

“동네 이장님이 아침에 즐겁게 방송을 시작하세요. 아~아 이장입니다. 오늘은 도로 주변에 있는 풀들을 제거하는 날입니다. 오후 3시까지 삽이랑 호미 들고 모이십시오~ 라고 방송이 나오면 마을 주민들이 이내 모두 모입니다. 함께 모여 일을 시작하고, 일 틈틈이 참을 만들어 모두 같이 나눠 먹습니다. 같이 일하며 먹는 참이 어찌나 맛이 있던지....”

반찬도 음식도 모두 이집, 저 집에서 갖다 주신다며 마을 자랑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동네 주민분이 집 담벼락으로 갖은 반찬이며, 나물이며 휙~휙 던져 놓고 가시기도 한다고.

그녀는 농촌에 내려오니 농부님들이 수고하시는a 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고, FTA 등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농부님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고민을 했다고 한다.

도농이 소통하는 공간. 까페 호미

“이곳에서 열심히 일하시는 농업인들을 돕는 것이 젊은 사람들은 돕는 거나 마찬가지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좋은 음식을 먹을 기회가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은 학교급식, 요즘은 더욱이 친환경급식 등으로 어느 정도 영양균형을 맞출 수 있지만 요즘 대학생들, 특히 자취하는 학생들은 음식의 영양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있습니다.”

젊은 친구들의 영양을 생각하다가 이런 카페를 생각하게 되었고, 그래서 만든 것이 바로 ‘카페 호미’이다. 영양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그들과는 다르게 오히려 시골 분들은 진수성찬(?)을 맛보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고 한다.

“도시에서 맛볼 수 없는 것들이어서 정말 놀랐죠. 씹을수록 육질이 탱탱한 오골계와 시골닭, 방금 수확한 아삭아삭하고 신선한 채소와 과일 등 호화롭지 않지만, 정말 신선하고 담백한 시골밥상을 젊은이들에게 보여주고, 먹여주고 싶었죠.”

젊은이들에게 시골의 좋은 음식과 문화를 알리고자 시작한 카페 호미. 카페가 목적 이였다면 서울에서 했겠지만, 공기 좋은 이곳에서 김미화 씨는 도시와 농업을 잇는 작은 징검다리를 놓고 있다.

예농문화의 플랫폼을 만든다

윤승호의 ‘호’, 김미화의 ‘미’ 이렇게 이름 한 글자씩 따서 지은 카페 ‘호미’는 ‘농사가 있는 문화까페’이다. 이 공간은 예술과 문화가 있는 농산물 직거래시장(순악질의 FFM)을 표방하고 이를 위한 모임의 장소로 개설된 곳이다. 순악질의 FFM은 Farmer's Flea Market(농부벼룩시장)의 약자로 촌동네 구멍가게까지도 먹어가오 있는 재벌기업, 외국자본 등의 SSM(Super SuperMarket), 그리고 FTA에 대응하기 위한 민간차원의 ‘우리농업 지키기’의 새로운 콘셉트이자 새 물결 운동이다.

“너무 거창하게 말하는 것 같지만, 카페 호미는 ‘순악질의 FFM’을 위한 문화공간이자 예술과 농업이 어우러지는 예농문화의 플랫폼 역할을 할 것입니다. 현재는 손바닥만 한 구멍가게에 불과하지만 많은 분들이 카페에 오셔서 농산물을 구입해 가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순악질의 주말 FFM’장터를 열어 우리농산물의 직거래 장터로, 문화예술공연장으로, 맛나는 먹거리 장터로, 가족의 피크닉 장소로 거듭날 것입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에도 이 동네의 농부들은 직접 재배한 청경채, 콩나물을 가져와 정성스레 진열을 하고 그녀와 이야기를 나눴다.

잡초와의 전쟁. 초보 농사꾼의 영농일지

농사를 지어보니 제철과일, 제철채소에 대해 알게 되었다는 김미화 씨. 그녀는 얼마 전 대대적으로 감자수확을 했다. 봄에 뿌렸던 씨앗들이 자라 수많은 상자를 가득 채운 감자. 이 많은 노동(?)은 모두 트위터로 신청한 도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수확을 한 것이다.

“외갓집에 온 느낌이라고 할까요? 아이들부터 어른까지 모두 편하게 우리 농업에 대해 느낄 수 있게, 또 집으로 돌아갈 때는 푸짐한 농산물을 가져갈 수 있게 해주고 싶어요. 오신 분들은 직접 농업체험과 문화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죠.”

질 좋은 농산물을 사먹을 수도 있지만, 이 공간에 도시민들이 직접 찾아와서 경험을 할 수 있게 하는 것. 그녀가 생각하는 방점은 사람들이 농촌으로 내려오게 하는 것이다.

감자 외에도 고구마, 배추, 그리고 논 농사까지 시작한 그녀는 요즘 농사 짓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농사를 지어보니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네요. 제초제를 쓰지 않고 친환경농법으로 하려 하니 정말 풀과의 전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주위에 한우를 키우시는 분이 숙성된 우분 퇴비를 뿌려주셨는데, 고구마 심은 곳에 풀 반, 고구마 반이 되더라구요. 지나가는 농민분들이 다 한결 같이 ‘이게 풀밭이냐’ 하며 한 마디씩 거들고 가세요. 책에서 보고 지금 실시하는 농법이 있는데 ‘태평농법’이라고 풀을 안 뽑는 농법입니다. 제초제를 안 쓰고 풀뿌리끼리 서로 경쟁하며 자라는데, 서로 경쟁을 하니 더 튼튼한 농작물이 나온다는 농법입니다. 농부가 보면 게으른 농법이라고 할 수 있지만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는 이게 최선의 자연농법입니다.”

굳이 갑과 을을 따질 필요는 없지만 농부가 갑이 되는 세상. 소비자가 농부를 따라가는 그런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그녀는 강조하고 있다.

초보 농사꾼 김미화. 도시와 농업을 이어주는 초보 농사꾼 김미화 씨의 변신은 아름다웠다.

월간 친환경 독자들에게 한 마디~

월간 친환경 8주년을 축하드립니다. 가끔 아이들에게 이렇게 좋은 농산물이 언젠가는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우스개 소리를 합니다. 농담반으로 앞으로 이 좋은 것을 캡슐로 먹는 날이 올지 모른다고 말을 합니다. 농부들이 지속적으로 맛있고 안전한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농사가 지속될 것입니다.

친환경잡지는 앞으로도 도시민들에게 정확하게 친환경농업, 유기농산물이 무엇인지 많이 홍보를 해주셔야 합니다.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인식이 확고해 지면, 우리 친환경농업도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순수한 농심이 지켜져서 더불어 사는 세상이 오는 날 까지 월간 친환경도 열심히 매진해주십시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목산리 375-4

Tel 070-8880-13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