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친환경농업인들의 염원을 담아 지난 2011년 창립한 (사)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회장 박종권). 출범 이후 많은 기대와 관심을 받고 있지만 친환경농업인들의 고충이 겹치면서 활동이 다소 주춤했다. 이 같은 모습은 강원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이하 도연합회)도 마찬가지. 이런 국면을 타파하기 위해 도연합회는 회장을 새로 선출하여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최근환 강원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장을 만났다. 

14살 때부터 농사 시작  출판사 영업사원 후 귀농

지난 3월 제2대 강원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장으로 선출된 최근환 회장은 초등학교를 졸업하면서부터 농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스무 살이 되던 해 고향을 등지고 서울로 상경하며 잠시 곁길로 빠졌다.

도시에서의 첫 직장은 공장에서 허드렛일을 돕는 것. 이렇게 살 수 없다 생각해서 2년 간의 공장생활을 정리하고 당시 대형출판사인 계몽사 영업부에 지원했다. 글은 잘 몰랐지만 똘똘해 보이는 그의 모습에 반했는지 덜컥 합격이 되었다. 출판 영업을 시작한 지 1년 만에 그는 전국 판매왕을 거머쥐었다. 그렇게 5년간 승승장구하더니 재산도 불어났다. 그 같은 경력만 믿고 출판사를 그만두고 직접 일식가게와 통조림 사업을 꾸린 게 화근이었다. 사업 1년 만에 재산을 모두 잃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고향에 도착하고 나니 천직이 농사꾼인가 보다 생각했죠. 그래서 먼저 저렴한 땅을 구입했습니다. 그곳에 강낭콩·양배추·샐러리·방울토마토 등 밭작물을 먼저 심었죠. 그러나 문제는 판로가 전혀 없다는 거예요. 그때 제가 도시 생활을 하게 된 이유가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최 회장은 판로의 중요성을 깨닫고 농산물을 들고 대도시의 백화점으로 향했다. 그렇게 수개월 담당자를 만나다 보니 하나 둘 판로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얼마 안가 자신의 농산물은 물론 작목반 농산물도 납품하게 됐다.

농사에 재미가 붙은 최 회장은 모든 작물을 친환경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공부도 많이 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까지 대학교를 다닐 정도로, 농사를 시작한 이후로는 한 번도 공부를 게을리 한 적이 없었다.

최 회장은 도연합회를 설립한 주역이다. 당시 도연합회를 추진한 후 기꺼이 초대 회장을 양보했다. 이 후 4년 만에 다시 회장을 맡게 된 최 회장은 현재 3만 3,000㎡에서 브로콜리, 양상추, 쌈채, 적채 등 전부 유기농으로 재배하고 있다. 백화점과 학교급식으로 전량 출하하고 있다.  

빠른 정보교류 물류네트워크 수립

지난해까지 횡성군친환경농업인연합회장을 맡은 최 회장. 그런 그가 도연합회장이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최 회장은 횡성군 농업인들을 한데로 묶은데 성공했다. 정보가 없고 물류 시스템이 원활하지 못한 지역 농업인들에게 재배는 물론 판로의 걱정까지 해결해 준 주인공이다. 그는 횡성군에 채소팀, 잡곡팀, 과수팀, 육류팀으로 분류해 각 품목마다 팀장을 세웠다. 각 팀장이 맡은 물류를 책임지고 관리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강산이 한두 번 변할 만큼 시간은 흘렀지만 농업인의 불평불만은 현재까진 없었다.

올해부터 도연합회를 맡게 돼 걱정이 앞선다고 하지만, 도 친환경농업 문제를 꿰뚫고 있던 그에게는 오히려 침체된 도연합회를 살릴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방침이다.

최 회장은 강원도를 동해권과 영서남부권, 그리고 북부권 이렇게 권역을 우선 세 군데로 나눌 계획이다. 횡성군과 마찬가지로 각 권역마다 담당자를 세우고 권역끼리 먼저 긴밀한 정보교류를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갈 생각이다. 권역 가운데 잘하는 작목반이 있다면 도의 지원을 통해 시설투자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세 권역은 다시 도연합회를 중심으로 정보망을 만들어 농산물의 재고 파악과 거래를 손쉽게 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현재 강원도는 약 6,000 농가가 친환경인증을 받았다. 그러나 서로 단합하지 못하는 실정을 두고 최 회장은 “지형적 특성상, 간섭을 꺼려하는 농민들의 성향 때문”이라고 말했다. 교통편이 좋지 않은 곳에 사는 인증 농가가 많다보니 오고가는 일이 여간 힘든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최 회장은 시군 연합회가 활성화 될 수 있도록 도와 지자체를 설득, 보조금 지원과 다양한 농업교육을 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강원도 친환경농산물은 장점을 고루 갖추었다. 타 지역과 시기가 크게 겹치지 않아 생산만 하면 전량 판매할 수 있다. 단지 정보가 늦어서 팔지 못할 뿐이다. 이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친환경농업인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겠다. 많이 응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조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