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와 ‘진실’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하지만 선택한 ‘정의’가 올바른 ‘정의’가 아니고, 선택한 ‘진실’도 가려진 ‘진실’이라면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

KBS 파노라마의 방영을 앞두고 친환경농업계는 ‘친환경유기농업말살 규탄대회’를 개최했다. 그간의 과정과 앞으로의 공방을 자세히 살펴본다.

KBS 파노라마. 판도라의 상자인가?

지난달 15일 전국의 친환경농업단체 및 소비자 단체가 KBS 본관 앞에 모였다. 7월 말과 8월 초에 방영하는 KBS 파노라마의 방영 중단을 위해서이다. KBS 파노라마 제작팀은 지난해 10월부터 전국의 친환경유기농가들을 취재해 ‘친환경유기농업의 진실’이라는 프로그램 방영을 준비하고 있으며, 방송에서는 친환경유기농업에 대한 문제점을 속속들이 방영할 예정이다.

친환경농업단체들로 구성된 비대위에서는 “친환경유기농산물에 대한 문제점, 예를 들어 인증 위반 사례 등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잘못된 사례를 친환경·유기농업 전체의 문제로 다루는 것이 문제가 된다”며 “KBS가 공정하고 객관적인 공영방송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비대위에서는 KBS 파노라마의 방영 강행으로 다수의 선량한 친환경농업인들과 소비자들의 피해가 예상되므로, 이에 대한 보상과 명예회복을 위한 법적소송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2,500여 친환경농가, 소비자 KBS 규탄하다

지난달 25일에는 전국의 친환경농업인, 소비자 등 2,500여 명이 모여 서울 여의도에서 KBS 편파방송 중단을 외쳤다. 비대위에 참여한 농업단체 대표들은 “작년 10월부터 친환경유기농업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취재해 친환경농업의 발전을 돕겠다던 KBS 파노라마 제작팀은 전 세계 유기농 기준을 무시한 농약검출 방법을 사용한 결과 일부 소수의 잘못이 마치 친환경·유기농민 대다수의 잘못인 양 왜곡되어 친환경 유기농업의 신뢰 및 가치를 크게 훼손하게 되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날 집회를 마친 비대위 대표자들은 TV 모양의 상자에 각 지역의 친환경유기농산물을 담아 KBS에 항의 서한문과 함께 전달했다. 비대위는 앞으로 KBS의 방송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2차 집회를 개최하는 등 보다 강력한 투쟁을 예고했다. 

친환경농가들의 발언은 한결같다. KBS가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친환경유기농업을 다루기를 희망한다는 것이다. 결과 중심이 아닌 과정 중심으로서의 친환경 유기농업의 올바른 발전을 위해 정부 정책의 개선 또한 촉구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 하고 있다. 진실이라고 외치며 마구 던지는 그들의 발언에, 20년 넘게 친환경·유기농업에 매진해 온 많은 친환경농업인들은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그들의 말처럼 과연 ‘누구를 위한 친환경인가’를 되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