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업의 4대 원칙은 건강, 생태, 공정, 배려이다. 또한 토양과 식물, 동물, 사람과 불가분의 관계인 지구의 건강을 유지하고 촉진하는 것이 친환경·유기농업이다. 하지만 20년을 넘어 성년이 된 국내 친환경농업은 방향을 잃고 있다. 5차 친환경농업육성 5개년 계획이 쌍방통행이 아닌 일방통행, 정부의 일방적인 계획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친환경농업 진영에서는 정책협의회 위원직 전원 사퇴라는 강수를 두고 5차 친환경농업육성 5개년 계획은 공중에 떠버리고 말았다.

| 이경민 기자 |

친환경농업의 중장기 마스터플랜.

친환경농업육성 5개년 계획

친환경농업육성 5개년 계획(이하 육성계획)은 정부가 2001년부터 ‘친환경농업육성법’ 제6조의 의거(현 친환경농어업법 제7조) 5년마다 립해야 하는 법정계획이다. 친환경농업이 앞으로 5년 동안 추진해야 할 방향, 목표, 실천과제, 재원 조달 등으로 구성된 친환경농업 중장기 마스터플랜의 성격으로 친환경농어업 분야의 환경보전을 위한 정책목표 및 기본 방향 등을 담아내는 중장기 계획이다.

2001~2005년 진행한 제1차 계획은 ‘농업인과 소비자가 함께 하는 친환경농업구현’이란 비전으로 친환경농업직불제를 도입했으며, 2차 육성계획은 ‘국민과 건강한 삶과 생명환경농업의 실현’이란 비전으로 친환경농산물 생산비중 10% 목표를 달성했다. 제3차 계획은 ‘국민과 자연이 함께하는 친환경 녹색산업 구현’을 비전으로 광역단지 및 마을단위 지구조성, 유통·소비채널 확대 등의 실적을 보였다. 4차 육성계획은 ‘국민적 신뢰에 기반한 지속가능한 친환경농업’을 비전으로 친환경농어업 및 유기 정의를 재설정하고, 공익적 기능 강화와 의무자조금 도입, 임산부꾸러미 등을 도입했다. 친환경농업육성 5개년 계획에는 명(明)·암(暗)이 존재하지만 국내 친환경농업의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며 조금씩 발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표류하는 5차 친환경농업육성 5개년. 파행으로 치닫아....

친환경농업 진영에서 5차 친환경농업육성 5개년에 거는 기대는 남달랐다. 기후위기 시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친환경농업이 부각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6월 29일 한국친환경농업협회·가톨릭농민회·생협 등이 참여하는 ‘친환경농업 발전을 위한 대책협의회(이하 대책협의회)’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민관협치 기구 역할을 해왔던 친환경농업정책협의회 의원직 전원 사퇴라는 강수를 뒀다.

대책협의회는 “지난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친환경농업 확대를 골자로 한 제5차 친환경농업육성 5개년 계획 수립을 위해 농식품부와 긴밀히 협의하고 분야별 간담회, 보고회 등을 통해 금년 2월 친환경농업정책협의회를 통해 최종 육성계획을 마련했지만, 담당과장의 인사발령으로 발표가 연기됐으며, 새로 부임한 과장에 의해 지난해 1년간 논의했던 내용이 한마디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변경되는 파행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실제 정부가 추진하는 5개년 계획의 내용과 친환경진영에서 요구하는 5개년 계획과는 상당한 온도차이가 있다. 농식품부의 목표는 2025년까지 10% 인증면적을 목표로 친환경집적지구 육성, 집적지구 연계 가공식품산업 활성화, 대형유통업체, 편의점, 온라인 판매 확대, 군납 친환경농산물 공급의 농협역할 강화 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생산과 관련해 아직 검증된 사례가 별로 없는 집적지구 조성에 정책적 지원을 집중하면서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생산농가에 대한 육성책은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또한 유통과 소비에 있어서 친환경농업 확대의 핵심 과제인 공공급식 확대에 대한 의지 부족, 농협과 대형유통업체, 편의점, 온라인 등을 통한 농산물 판매처 확대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면서 그동안 친환경농업 발전에 주요하게 역할을 해 온 생협 등 소비자 주체들의 역할을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 비판을 받고 있다.

대책협의회는 △친환경농업 정책협의회 위원직 사퇴 △ 농식품부 장관의 민·관협치 파행에 대한 사과 및 책임자 문책 등 재발방지책 마련 △ 기후위기 극복,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과감하고 적극적인 친환경농업 육성계획 마련 등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