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농어업’이란 생물의 다양성을 증진하고, 토양에서의 생물적 순환과 활동을 촉진하며, 농어업생태계를 건강하게 보전하기 위해 건강한 환경에서 농산물을 생산하는 산업을 말한다고 친환경농어업법 제2조 정의에 나와 있다. 하지만 친환경농어업법이 재정되고 23년이 지난 시점에도 하위법과 시행규칙은 바뀌지 않고 있다. 힘겹게, 외로이 불합리한 인증제도의 사각지대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친환경농민들이 스스로 모여 인증제도 개혁을 부르짖고 있다. 친환경인증제도를 개혁하는 사람들. 인혁사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이경민 기자

불가항력적 잔류농약 검출로 피해 받는 농민 없어져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인증통계에 의하면 행정처분에 의한 연도별 농산물 인증취소 현황(건)은 2019년 2,433건, 2020년 2,479건, 2021년 3,968건으로 2021년 전체인증농가 중 7.1%가 취소됐다. 인증취소처분을 받은 농민은 소송의 절차나 행정처분의 계통을 잘 모를뿐더러 행정절차 중 대부분 인증을 포기하고 만다.

한국친환경농업협회와 자조금위원회에서는 지난해 7월 인증취소 사례 간담회를 개최했고, 이날 간담회에는 제주 김영란 농부가 참석해 어려움을 호소했다. 김영란 농부는 제주 서귀포시에 귀농해 18년 동안 유기농을 실천해온 선도농가이다. 하지만 김영란 농부는 지난해 농약성분이 검출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유기 감귤농장에서 전혀 사용하지 않는 농약이 검출되어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영란 농부는 농민 스스로 행정심판 소송까지 진행하며 억울함을 호소했고, 인증기관을 상대로 행정심판에서 첫 승소를 거두게 됐다.

하지만, 불가항력적인 잔류농약 검출로 피해를 받은 농민들은 상황은 어떨까? 밀집된 농지, 평균 1.5ha의 소농, 태풍과 바람에 의한 비산, 강우·홍수·폭우로부터의 오염, 알 수 없는 지하수의 유입, 종자, 묘목, 농기구, 이미 오염된 퇴비를 비롯한 농자재 등 사람의 힘으로 막을 수도 없거니와 원인을 알 수 없는 잔류농약의 위험을 오직 농민이 검증해야만 하는 것이 현실이다. 대부분 고령의 농민들은 복잡한 행정절차나 행정기관의 위압감, 그리고 ‘이 어려운 농사를 내가 왜 계속할까?’라는 자괴감에 인증을 포기하고 만다.

힘들고 외로운 싸움, 친환경농민들이 스스로 모이다

지난해 7월 인증취소사례 간담회를 시작으로, 억울함을 호소하는 농민들이 스스로 모임을 가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8월 이시도르지속가능연구소에서는 농담진담 ‘유기농에 농약 검사, 누구를 위한’ 대담이 진행됐다. 이날 참석한 김하동 농부는 “다른 농부들에게 친환경농업을 권장하고, 교육하는 일들을 했었는데, 농약검출로 인해 삶 전체가 부정당하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인증을 포기하면 편할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김하동 농부는 이러한 문제를 정면돌파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간 외롭고 억울한 싸움을 진행해 온 많은 농민들은 “단순한 농업인의 문제가 아니라 인권의 문제”라며 뜻을 함께했다. 불가항력적인 재해나 비산보다 더 높고 견고한 불가항력적인 행정력에 부딪쳐 문제를 함께 해결해 보자며 농민들은 ‘친환경인증제도를 혁신하는 사람들’과 뜻을 함께 하기 시작했다. 인혁사에서는 최근 친환경인증제도 혁신을 위해 ▲ 전문성을 갖춘 새로운 인정기구 설립 ▲ 시행규칙과 고시 등에 ‘잔류농약은 검출되지 아니 하여야 한다’라는 내용 삭제 ▲ 심사방법 등을 규정하고 있는 시행규칙 및 고시 전면 개정 등을 강하게 요구했다.

김하동 인혁사 대표는 “유기농업의 가치와 철학을 신념으로 삼아 묵묵히 친환경유기농업에 매진하는 농업인의 보상을 확대하며 친환경유기농업을 적극 육성하는 법과 제도의 개선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