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업기술위원회는 국내 유기농업 발전과 활성화 방안을 찾기 위해 2005년부터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장과 환경농업단체연합회장이 공동위원장을 맡아 민관이 함께 유기농업관련 정책과 기술수요 발굴 및 현안사항을 논의하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위원회이다. 올해 상반기 기술위원회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재생유기농업의 국내 동향 및 기술수요’를 주제로 개최됐으며, 재생유기농업을 바라보는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 이경민 기자

재생유기농업의 가능성을 보다

지난달 27일 국립농업과학원에서 제39차 유기농업기술위원회가 개최됐다. 재생유기농업을 주제로 한 이번 위원회는 산업과 현장, 연구현장에서 바라보는 재생유기농업의 사례 발표가 진행되어 눈길을 끌었다. 산업부문에서는 김광현 파타고니아 부장의 ‘기업에서 바라본 재생유기농업과 중요성’, 현장 부문에서는 박건오 채소생활 대표의 ‘재생농업을 위한 토양 보전 및 작부체계 기술’. 마지막으로 연구 현장에서는 안난희 연구관의 ‘국내외 재생유기농업 현황과 연구계획’이라는 주제발표가 이어졌다.

김광현 파타고니아 부장은 “파타고니아는 환경보호를 중시하는 기업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재생유기농업을 지원 중이며, 재생유기농법을 실행하고 있는 농가와 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건오 채소생활 대표는 현장에서 재생유기농업을 실천하면서 겪고 있는 현재의 상황과 기술, 그리고 한계점에 대해 발표했다.

박 대표는 현재 1.2ha의 면적에서 양채류와 근채류 등 45개 품목의 작물을 보존식 이랑, 최소경운 등 재생유기농업 기반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박 대표는 “재생유기농법, 즉 무경운이나 최소경운을 하면 제대로 된 생산이 가능한가라고 묻는 사람들이 많지만, 실제로 해보면 생산이 가능하며, 매년 농사에 들어가는 노동력이 감소되기 때문에 생산비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이 존재하고 있다. 재생유기농업에 대한 체계적인 기술체계가 아직 정립되지 않았으며, 이에 따른 농기계나 농기구도 국내에서는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재생유기농업을 위한 다양한 농기계 등이 있어 재생유기농업에 조금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안난희 농과원 연구관은 “재생유기농업관련 신규 연구과제를 기획·수행하고 있으며,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협의체 구성, 심포지엄 개최 등을 추진중에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바라보는 재생유기농업은?

주제발표 후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재생유기농업에 대한 심도 깊은 토론이 이어졌다. 현장 전문가로 참석한 이보은 농부시장 마르쉐 대표는 “유기순환농법을 실천하는 작은 농부들을 지구농부라 명명했으며, 이 농부들의 농업방식은 토양복원, 농업경관보존 등 다원적 가치가 매우 크다”며 “재생유기농업을 실천하는 소농들이 인증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제도권 안으로 진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경완 몽중산다원 대표는 국내 최초로 ROC 인증을 받은 녹차 사례를 발표했고, 이광섭 컨트롤유니온 부장은 ROC 인증 심사에 대해 발표했다.

재생유기농업은 유기농업보다 한 발 더 나아가 토양 건강과 전체 농장의 생태계 재생에 초점이 맞춰 있으며, 토양보호는 물론 동물복지와 사회적 공정성까지 고려해야 한다. 또한 지속가능성을 넘어 지구환경의 회복과 재생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재생유기농업에 대해 아직은 시기상조가 아닐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으며, 또 다른 인증제도로 인해 인증이 유명무실해 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장철이 유기농업과장은 “재생유기농업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고, 올해 기업과 함께 하는 재생유기농업의 첫 번째 모델을 만들고 있다”며 “유기농업기술위원회에서 나온 의견을 수렴해 조금 더 발전할 수 있는 재생유기농업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