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은 2009년부터 세계 각국에 미래대비 유용자원 확보, 개발도상국, 신흥국가와 농업기술을 공동개발하고 정보공유를 통해 농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해외농업기술개발센터(KOPIA:Korea Project On International Agricultural)를 설치·운영해 오고 있다. 또한 KOPIA는 개도국의 정치·경제 여건에 따른 저비용 맞춤형 농업기술 전수와 공유, 우리나라와 개도국 발전에 필요한 자원 공동개발과 활용, 그리고 한국농업의 세계화를 위한 글로벌 청년 인재양성 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월간 친환경에서는 KOPIA DR콩코 센터 강위금 소장의 콩고 농업 체험기를 연재한다.

현지인 노동자와 얘기를 나눠보니...(7.9)

현지인 일꾼이래야 단 4명. 그러나 그들의 건의사항은 끝이 없다. 여기선 50대 이상의 남자를 우리의 ‘어르신’ 표현처럼 ‘빠빠’를 이름 앞에 붙인다. 빠빠 조나스가 제일 먼저 일장 연설을 한다.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소장을 치켜세우고서는 월급 올려 달라, 신발 사달라고 한다. 덩달아서 ‘바디’는 먹는 것을 해결해 달라 한다. 이에 착한 ‘에릭’은 그건 당치 않는 주장이라고 설득한다. 그래도 최고학력자인 ‘말로바’는 전체 얘기들을 영어로 번역하면서 분위기를 컨트롤 해 준다. 알고 보니 이 사람들 모두 아침을 거의 안 먹고 나온단다. 보통 1끼 식사가 대부분이라나. 커피를 주니 설탕을 자꾸 많이 넣어달라고 아우성이다. 참 서글프다.

차량정비에 야간수당이 붙는다(7.27)

‘구슬이 있어도 꿰어야 보배다’는 말이 실감난다. 특히 아프리카처럼 저개발국에서는 아무리 좋은 차가 있어도 제대로 된 대리점이 없거나 차종이 특이하면 부품구입에 애로가 많다. 더구나 여기는 도로사정이 안 좋아 울퉁불퉁, 포장 벗겨진 갓길을 먼지 속으로 달려야 하는 사정이라서 고장이 잦다. 그러나 간판 달고 정비하는 업체는 수입차 지점에 딸린 것이 고작이고 현지인은 대로 가에서 자연스럽게 분해하고 조립한다. 배기통과 핸들이 연결된 크랭크에 이상이 있어 가까운 현지인 정비소에 가니 부품 값에 구입비용과 정비수당을 요구한다. 어제는 정비사 실수로 잘못 가져온 부품을 다시 구입하여 일하다 보니 밤 9시가 되어서야 정비되었다. 문제는 이 차 때문에 야간작업을 했으니 수당을 주간의 2배 값으로 요구한 것이다. 돈이 없다며 버티니 내일 영수증 찾을 때 주간작업비용에 10불을 더 얹어 달란다. 아무튼 이곳에서는 돈 절약이 따로 없어 보인다. 대형 마켓 외에는 돈 달라는 대로 주면 안 된다고 한 교포의 얘기가 명심된다.

사진은 아무데서나 못 찍어요

해외에서 건 낯선 곳에 가서 돌아오면 남는 것은 사진이다. 근데, 여기서는 사진을 함부로 찍어서는 큰 코 다친다. 관공서는 아예 찍어서는 안 되고, 찍으려면 허락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도착한지 얼마되지 않아 색다른 것을 찍고 싶어 차속에서 셧다를 눌렀는데, 갑자기 길 바깥의 인도에 있는 사람까지 손을 들고 아우성치며 차를 뒤쫓아 오는 일을 생겼다. 쫒기면서 마음 졸이는 기분이 이런 거구나 생각하며 가슴을 쓸어내린 일이 엊그제인데, 나가면 또 사진을 찍고 싶다.

거리엔 폐차직전의 차들이 활보

킨샤사 거리의 차는 거의 90% 이상이 중고차다. 그것도 폐차직전의 차량들이다. 특히 대중 교통수단인 버스와 승용차는 100%에 가깝게 한물 간 수입된 것들이다. 버스의 경우는 말이 버스지 엄밀히 말하면 우리의 봉고보다도 작고 못생긴(?) 소위 ‘택시버스’란 말이 더 어울린다. 현지인에게 실제로 버스다운 버스가 있어 물어보니 그건 진짜 버스고 봉고보다 못한 작은 차는 택시버스로 구별된다. 내부는 최대한 승객수를 늘리려고 의자용으로 긴 나무판자를 줄줄이 배치하여 앉으면 노소 관계없이 무릎이 앞사람 엉덩이에 닿는다. 창문은 열리지 않아 침통더위에 사람냄새가 판친다. 남자 차장이 문에 매달려 가지만 문짝이 없이 문틀에 매달린 경우가 다반사다. 그래도 버스택시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차 상태에 대해서는 군소리 없이 창문 밖 세상구경에 눈길이 바쁘게 움직인다. 이런 킨샤사의 교통사정을 뒤로하고 동쪽의 퀴키트나 서쪽의 바콩고 쪽으로 가 봐도 역시 달리는 차량은 똑 같이 고물이다. 가득 실은 짐 위에 위태위태하게 대여섯 명이 올라앉은 채로 도로의 중간 중간 에서 수리 중인 차가 10분 간격으로 나타난다. 엔진을 본네트 밖으로 꺼집어 내어서 운행하다 고장 난 것도 있고, 엔진을 떼어내 거늘진 곳에 놓고는 길에 드러누워 하염없이 정비사를 기리는 모습도 보인다. 펑크난 타이어를 교체하는 장면은 비일비재하다. 승합차용 새 타이어 값은 300달러나 한다. 중고를 100달러에 사서 달리다 보면 킨샤사라 도로라 해도 일주일에 1번 이상은 펑크가 난다. 그래서 도로가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차량정비장면이다. 시골길에서의 그 같은 장면은 꼭 우리나라 60년대 풍경을 떠올린다. 설사 차량은 고물에 가깝다 하더라도 수리만 잘하면 또 다른 상황이 될텐데, 여기서는 수리하러 갈 때 제대로 하는지를 지켜봐야 한다. 부품을 안 바꾸는지, 기름은 제대로 넣는지 등등. 그래도 사람들의 운전실력은 한국인 보다 훨씬 나은 것 같다. 중앙선 없는 도로에서 뒤엉킨 차량들의 비좁은 틈으로 바쁘게 돈벌이 가는 운전모습이 가히 인상적이다.

먹거리는 바깥에서 준비

콩고의 시골은 참 여유롭다. 밥때가 되면 얼기설기 돌 세 개를 받침으로 해서 솥 걸이를 만들어 놓고 불을 지핀다. 솥이라기보다 냄비가 일상적인 밥짓는 용기다. 농가 집은 입구를 천으로 발을 쳐 놓듯 가려 놓고 방 한칸과 간이창고 하나가 딸려 있는데, 식사를 준비하는 부엌이 집채 안에 없다. 마당에서 먹거리를 해결하는 습성은 연중 따뜻한 기후환경을 활용하고 집채의 구조도 단순하게 할 수 있어 경제적인 것 같다. 기후환경을 생각해 보면 우리도 초가집에서 생활할 때는 여름철에 마당 한쪽에 솥을 걸어놓고 밥을 짓기도 하고, 국수를 끊이거나 수제비를 빚어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면서 무더운 여름밤의 방 온도를 시원하게 유지했었다. 다만 이곳에서는 쌀이나, 밀가루 대신 카사바 뿌리를 옆에 두고서 가루로 만들어 먹거나, 또 다른 용도를 갖는 카사바의 잎으로 국을 만들어 영양 보충하는 것이 다른 점이라 하겠다. 하지만 고구마를 삶아먹는 것은 우리와 비슷한 식습관이다. 이러한 먹거리를 준비해 놓고는 온 가족이 닭, 돼지와 친구삼아 어울려서 끼니를 해결하는 모습은 참으로 행복해 보인다.

10시 반인데 일꾼이 없어

일은 사람이 한다고, 9줠 하순경 시작되는 우기 이전에 밭농사 준비하려면 일꾼이 필요했다. 물론 자체 일꾼도 있지만 기한 내에 작업을 끝내기 위해서는 추가로 일당제 일꾼이 필요했다. 포장작업 매니저인 말로바로 하여금 5명을 섭외하게 되었고 일당은 3,000프랑으로 계약하였다. 작업 첫날 아침에 작업 지시하고 12시 무렵에 가보니 5명중 2명만 남아서 일하고 있었다. 영문을 알아보니 하루 작업량을 미리 정해놓고 하다 보니 작업량을 채운 사람은 집에 갔다고 한다. 어이가 없어 그럼 반나절만큼의 일당을 줘야 하는데 우리는 하루 일당을 계약하지 않았냐고 꾸짖자, 자체 일꾼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그렇게 하면 빈둥빈둥 일하고 결과가 없기 때문에 방도가 없다고 했다. 이 사람들의 노동방식으로 달리 방안이 없었다. 그로부터 3일 뒤에는 10시 반인데도 포장에 일하는 노동자가 아무도 없었다. 너무나 황당하여 매니저에게 꾸짖자, 모두가 일당제로 일하면서 작업량을 정해놨기 때문에 아침 일찍이 와서 일 마쳤다고 했다. 다음날 일찍이 뒤쪽 포장에 올라가 작업량을 수정 제의했다. ‘지금까지 8m 길이의 이랑 땅을 하루 3줄씩 팠는데, 지금부터는 5줄로 파는 것으로 하자’ 했다. 으레 흥정해야 일이 되니 4줄을 마음먹고 1줄을 더 늘려서 제안했다. 그리고는 만약 못한다면 다른 사람을 불러 쓰겠다고 협박 아닌 경고를 했다. 그러나 모두가 5줄은 어림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결국 4줄씩 일하는 것으로 합의를 볼 수밖에 없었다. 일당제 노동자는 모두가 돈으로 당근을 먹이면서 소위 ‘돈내기’ 작업을 시켜야만 계획된 기간에 목표달성 계산이 나오는 나라이다. 그러고 보니 돈내기는 우리의 6~70년대 작업장에서도 보아온 작업문화인 것 같다. 노동문화도 경제발전에 따라서 달라지는 진화과정을 밟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