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 대부분은 남이 한 일을 모방한 것이다.” 세계적 소매업체인 월마트 창업자 샘 월튼이 자서전 ‘샘 윌튼, 메이드 인 아메리카, 나의 이야기’에서 밝힌 말이다. 모든 비즈니스 스쿨에서 혁신기업의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월마트의 시조가 한 말로는 뜻밖이다. 실제로 월튼이 백화점과 슈퍼마켓을 결합한 하이퍼마켓을 미국에 오픈한 것은 브라질업체를 모방해서였다. 월튼은 녹음기를 들고 다른 할인점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배우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월마트가 단순히 베끼기로 성공한 것은 아니다. 모방에 점진적인 혁신을 합성해 경쟁자들을 앞섰다. 그래서 이들은 모방가와 혁신가의 합성어인 이모베이터라고 불린다. -매일경제 2010.5.21

잘하고 싶다면 먼저 발품을 팔아라

놀부보쌈, 사월에 비빔밥 등을 성공시켰던 오진권 대표는 식당을 차리기 전에 제일 먼저 했던 일은 바로 학습할 만한 곳(식당)을 찾아가 식사를 하는 것이었다. 심지어는 한 끼에 두세 군데의 식당을 돌아 다니며까지 연구할 때도 있었다고 한다. 특이하고 맛있는 식당이라면 남쪽 끝자락에 있는 섬도 멀다 않고 단숨에 찾아갔던 이유는 스스로가 경험하고 발견할 수록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미국에 배즙을 수출하고 있는 당진의 임봉이 대표 역시 처음 배농사를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한 일은 전국을 다니면서 농사를 가장 잘 짓고 소득을 많이 올리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는 것이었다. 그 때 얻은 결론은 그들이 생산을 잘하는 것은 기본이고, 시장을 잘 알고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고객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는 것이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바로 발품을 팔았다는 점이다.

벤치마킹이란 어느 특정 분야에서 우수한 상대를 표적으로 삼아 자기의 성과 차이를 비교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그들의 뛰어난 운영 프로세스를 배우면서 부단히 자기혁신을 추구하는 경영기법을 말한다. 즉 뛰어난 상대에게서 배울 것을 찾아 배우는 것이다.

또한 농산물만 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상품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내가 앉아있는 곳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한계가 있다. 더구나 매우 익숙한 곳은 더욱 그렇다. 그래서 정진홍 씨는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말하다’에서 낯선 곳에서 나를 부딪치라고 충고한다. 낯선 곳에 가면 창의성, 새로운 아이디어가 샘솟게 되기 때문이다. 밥을 먹을 때에도 그 나물에 그 반찬을 피하고, 매일 보는 친구가 아닌 낯선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끊임없이 나를 낯설게 하고 곤혹스럽게 만들어야 한다. 대다수 창의적 인물들은 타고난 재능을 가졌다기보다는 강력한 흥미와 호기심의 소유자들이었다. 날마다 살아서, 날마다 스스로 놀라야 한다. 놀랄 일이 없다는 것은 오감이 죽었다는 말과 다름없다. 실제로 창의적인 사람은 사소한 것에 잘 놀란다. 단, 놀라는데서 그치지 않고 이 놀람을 기록하고, 이야기 하고, 재창조해야 한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는 먼저 현재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낯선 곳에 가보기를 권유한다. 예를 들어 총각네 야채가게, 민들레영토, 프로방스, 남이섬 등에 가보라. 그곳은 아이디어가 넘치는 대표적인 곳이다.

농업에서 농산물로만 바라보면 발전이 없다. 낯선 상품과 농산물의 융합, 직화 냄비와 고구마, 서비스 체험과 농업의 융합, 식당과 농산물의 융합, 농가 레스토랑 등 다른 낯선 산업과 결합해보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 새로운 상품이 된다. 또한 새로운 유통 경로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다. 도매시장 출하만 고집하지 말고 내 상품의 시장 반응을 보기 위해 직접 식당에 팔아보기도 하고, 인터넷에서 팔아보기도 하고, 체험농장에서 팔아보기도 하는 것이 필요하다. 농부가 이것저것 다하고 농사는 언제 하느냐고 말할 수도 있다. 물론 생산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더 좋은 가격으로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은 더 중요할 것이다.

특히 처음 사업을 시작하려한다면 그 분야에서 가장 잘하는 곳을 살펴보아야 한다. 성공한 경영자들은 기존에 잘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주의 깊게 듣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들은 듣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깊게 생각해보고 내 것으로 만들기를 즐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듣고 무엇인가를 느끼지만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들기를 주저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필자는 강의를 하면서 벤치마킹 숙제를 꼭 내주고 있다. 적어도 세 개 정도 벤치마킹을 해오도록 하고 때로는 검사도 한다. 기업의 벤치마킹처럼 조직적이고 분석적이지는 못하지만 그들에게 어느덧 정보의 양이 쌓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제 농업경영에서도 벤치마킹이 성공을 위한 기본 습관이 되어야 한다. 성공하고자 한다면 벤치마킹 기술을 익혀 나의 부족한 부분과 나아갈 방향을 찾아야 한다.

강원도 농업기술원에서 벤치마킹 숙제를 내주었는데 그 때 수강생 중의 한 분의 발표가 인상에 남는다. ‘복드림’을 경영하고 있는 그 분은 “벤치마킹을 하려고 사례를 살펴보다 보니 집중하며 깊이 있게 생각하게 되었고 그러다가 자신이 하고 있는 경영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고 하였다.

누군가 성공했다는 사례를 보면서 ‘그냥 운이 좋아 따라겠지, 어쩌다가 그랬겠지’하며 무덤덤하게 흘려듣지만 말고 그것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면 나와 다른 차이점이 무엇인지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더불어 나의 문제도 무엇인지 보에게 될 것이다. 결국에는 이러한 벤치마킹 과정을 통해 성공의 길에 이르는 그 과정에 조금 더 효과적으로 다가설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런데 벤치마킹에 관심이 있어서 벤치마킹을 하기 위해 소풍만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성공농가를 방문하고, 외국의 선진사례 간다고 하면서 맨날 눈만 즐거운 소풍을 다니지 않는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벤치마킹 하려면 사전에 그 곳의 기초 정보를 파악하고 가야 효과적이다. 일단 가서 알면 된다는 식의 사고방식은 벤치마킹이 주는 이점을 제한시키는 태도이다. 무엇이 잘 되고 있고, 무엇이 안 되어 있는지 평가만 하고 문제점만 발견하는 것은 다녀왔지만 결국에는 내가 얻은 것, 내 것으로 된 것이 없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또한 벤치마켕에 대해 체계적으로 접근하지 못하고 단순히 ‘모방’하는 수준에 그치거나 단발성 평가로 끝나버리는 경우도 많이 있다. 목적이 불분명하며 정확한 자료수집 없이 진행되는 오류로 인해 올바른 벤치마킹이 되지 못하고 그냥 ‘베끼기’ 수준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벤치마킹은 모방을 통해 더 나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 성공사례를 단순히 보고 평가만 하면 결코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냥 아는 것, 그저 지식을 쌓는 것으로 끝날 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