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으로 조금 나가면 온통 카사바와 우리의 참비름과 비슷한 아마헌트 재배에 바쁜 사람들을 만난다. 조금 더 나가다 보면 아낙네와 남자들이 숯이 든 긴 자루를 이고 지고 킨샤사로 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화물차도, 택시버스도 숯 자루 운송에 바쁘다.

먹거리는 바깥에서 준비
콩고의 시골은 참 여유롭다. 밥때가 되면 얼기설기 돌 세 개를 받침으로 해서 솥 걸이를 만들어 놓고 불을 지핀다. 솥이라기보다 냄비가 일상적인 밥짓는 용기다. 농가 집은 입구를 천으로 발을 쳐 놓듯 가려 놓고 방 한칸과 간이창고 하나가 딸려 있는데, 식사를 준비하는 부엌이 집채 안에 없다. 마당에서 먹거리를 해결하는 습성은 연중 따뜻한 기후환경을 활용하고 집채의 구조도 단순하게 할 수 있어 경제적인 것 같다. 기후환경을 생각해 보면 우리도 초가집에서 생활할 때는 여름철에 마당 한쪽에 솥을 걸어놓고 밥을 짓기도 하고, 국수를 끊이거나 수제비를 빚어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면서 무더운 여름밤의 방 온도를 시원하게 유지했었다. 다만 이곳에서는 쌀이나, 밀가루 대신 카사바 뿌리를 옆에 두고서 가루로 만들어 먹거나, 또 다른 용도를 갖는 카사바의 잎으로 국을 만들어 영양 보충하는 것이 다른 점이라 하겠다. 하지만 고구마를 삶아먹는 것은 우리와 비슷한 식습관이다. 이러한 먹거리를 준비해 놓고는 온 가족이 닭, 돼지와 친구삼아 어울려서 끼니를 해결하는 모습은 참으로 행복해 보인다.

10시 반인데 일꾼이 없어
 일은 사람이 한다고, 9줠 하순경 시작되는 우기 이전에 밭농사 준비하려면 일꾼이 필요했다. 물론 자체 일꾼도 있지만 기한 내에 작업을 끝내기 위해서는 추가로 일당제 일꾼이 필요했다. 포장작업 매니저인 말로바로 하여금 5명을 섭외하게 되었고 일당은 3,000프랑으로 계약하였다. 작업 첫날 아침에 작업 지시하고 12시 무렵에 가보니 5명중 2명만 남아서 일하고 있었다. 영문을 알아보니 하루 작업량을 미리 정해놓고 하다 보니 작업량을 채운 사람은 집에 갔다고 한다. 어이가 없어 그럼 반나절만큼의 일당을 줘야 하는데 우리는 하루 일당을 계약하지 않았냐고 꾸짖자, 자체 일꾼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그렇게 하면 빈둥빈둥 일하고 결과가 없기 때문에 방도가 없다고 했다. 이 사람들의 노동방식으로 달리 방안이 없었다. 그로부터 3일 뒤에는 10시 반인데도 포장에 일하는 노동자가 아무도 없었다. 너무나 황당하여 매니저에게 꾸짖자, 모두가 일당제로 일하면서 작업량을 정해놨기 때문에 아침 일찍이 와서 일 마쳤다고 했다. 다음날 일찍이 뒤쪽 포장에 올라가 작업량을 수정 제의했다. ‘지금까지 8m 길이의 이랑 땅을 하루 3줄씩 팠는데, 지금부터는 5줄로 파는 것으로 하자’ 했다. 으레 흥정해야 일이 되니 4줄을 마음먹고 1줄을 더 늘려서 제안했다. 그리고는 만약 못한다면 다른 사람을 불러 쓰겠다고 협박 아닌 경고를 했다. 그러나 모두가 5줄은 어림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결국 4줄씩 일하는 것으로 합의를 볼 수밖에 없었다. 일당제 노동자는 모두가 돈으로 당근을 먹이면서 소위 ‘돈내기’ 작업을 시켜야만 계획된 기간에 목표달성 계산이 나오는 나라이다. 그러고 보니 돈내기는 우리의 6~70년대 작업장에서도 보아온 작업문화인 것 같다. 노동문화도 경제발전에 따라서 달라지는 진화과정을 밟는가 보다.

아프리카에서 런던 올림픽팀 응원까지
해외 생활도 나라 나름이지, 지구촌에서 경제사정이 제일 어려운 이곳 아프리카에서는 문명과 문화에서 지구촌의 공통분모를 찾기 어렵다고 다들 짐작하고 있고, 실제로 어느 정도는 그런 상황인 것 같다. 여러 대륙의 나라들을 찾아가 봤지만 아프리카는 내게 첫 번째 방문 대륙이다. 그래서 한국을 떠나기 전에 여러모로 식생활에 대해서 걱정 많이 했고 사회 치안과 환경에 대해서도 그랬었다. 그 만큼 열악하다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 와 보니 몇 개 채널의 위성방송을 들을 수 있어 일과 후에는 한국에서와 같은 생활감각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별로 애로가 없다. 다만 낮 동안에는 여기 현지의 분위기에 적응해 가야만 하고, 식생활은 수도권이라 이 골목 저 골목 야시장에서 물건을 골라잡아 준비하면 된다. 물론 식습관을 유지하려면 기본적인 장류식품 정도는 고국에서 가져오는 것이 좋지만. 그럭저럭 고구마, 토란, 감자, 양파, 마늘 등등으로 한 달을 훌쩍 넘겼지만, 문화생활은 부족함이 매우 많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 런던올림픽 기간에는 우리 선수들의 활약상을 보고 싶어 했지만 그렇게 못했으니 무척 답답했다. 여기 센터에 위성 TV가 있지만 정규 뉴스시간에도 중계권문제로 방송이 어렵다는 자막만 나올 뿐 녹화된 운동경기조차 볼 수 없었다. 한국에서 해외동포에 수신료까지를 챙기면서 돌려주는 이 지경의 서비스에 불만이 없을 리 없었고, 그래서 어느 교포는 중국만도 못하는 나라라고 쓴 소리까지 하는 것을 볼 수 있었기에 많이도 유감스러웠다. 그런 중에 마침 코이카 측으로부터 OOO호텔에 가면 축구중계를 볼 수 있다고 연락이 와서 그 기회로 어렵사리 멕시코전과 한일전을 볼 수 있었다. 사실 중계 장면은 두 번 모두 러시아워 시간대였기 때문에 길에서 시간 많이 보내고 후반전 밖에 못 봤지만 아프리카 그 것도 콩고민주공화국 땅에서 축구 한일전을 응원할 수 있었던 것이 행운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뜻을 갖고 찾아보면 길이 있다고 하는 것 같았다.


킨샤사 근교는 숯장사 판
킨샤사의 인구는 전국의 7,100만명 중 17%에 해당하는 1,200만명에 달한다. 그렇다고 우리처럼 시내 중심가에 밀집해 있기보다 변두리의 비탈진 산에 까지 흩어져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좋게 보아서는 모두가 전원생활 하는 것 같고, 특히 밤에는 야광이 그럴싸하게 좋아 보인다. 산업이 발달되지 못한 형편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대체 무얼 하면서 생활하는지 궁금할 정도다. 농촌으로 조금 나가면 온통 카사바와 우리의 참비름과 비슷한 아마헌트 재배에 바쁜 사람들을 만난다. 조금 더 나가다 보면 아낙네와 남자들이 숯이 든 긴 자루를 이고 지고 킨샤사로 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화물차도, 택시버스도 숯 자루 운송에 바쁘다. 동네 어귀에는 화물차를 기다리는 숯 자루들이 줄지어서 주인맞이 준비를 하고 있다. 또한 야시장에는 땅바닥이 검정색으로 물들었을 정도로 숯 조각들이 널려 있다. 아무튼 킨샤사에서는 숯 수요가 많음에 틀림없다. 양고기라 불리는 무똥과 염소, 돼지, 통닭 등의 숯불구이가 인기절정의 술안주로 이름나 있다. 물어보니 이 사람들이 술을 많이 먹는단다. 그런데 또 하나의 사실은 킨샤사 주변의 산에는 나무가 거의 없다고 할 정도로 나무 구경이 어려운데, 보이는 쪽 쪽 벌목해서 돈벌이로 숯 만드는데 이용하는 것 같았다. 어제 오후에는 센터 뒤편 밭의 중간에 나무를 베어내는데, 외부에서 돈 받고 그냥 베어간다하여 알아보니 숯 만드는 데 쓴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삼림으로 울창한 우리의 산도 그린벨트 정책이 없었더라면 타용도로 많이 점령되었지 않았을까 짐작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