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자라다 보니 많은 추억이 시골을 배경으로 남아 있다. 어쩐지 나이가 들수록 어린시절의 추억으로 많이 돌아가게 되고, 그렇다 보니 자연적으로 시골이야기가 또 정겹고 마음 편해서 좋아진다.

킨샤사 근교는 숯장사 판

농촌으로 조금 나가면 온통 카사바와 우리의 참비름과 비슷한 아마헌트 재배에 바쁜 사람들을 만난다. 조금 더 나가다 보면 아낙네와 남자들이 숯이 든 긴 자루를 이고 지고 킨샤사로 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화물차도, 택시버스도 숯 자루 운송에 바쁘다. 킨샤사의 인구는 전국의 7,100만명 중 17%에 해당하는 1,200만명에 달한다. 그렇다고 우리처럼 시내 중심가에 밀집해 있기보다 변두리의 비탈진 산에 까지 흩어져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좋게 보아서는 모두가 전원생활 하는 것 같고, 특히 밤에는 야광이 그럴싸하게 좋아 보인다. 산업이 발달되지 못한 형편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대체 무얼 하면서 생활하는지 궁금할 정도다. 농촌으로 조금 나가면 온통 카사바와 우리의 참비름과 비슷한 아마헌트 재배에 바쁜 사람들을 만난다. 조금 더 나가다 보면 아낙네와 남자들이 숯이 든 긴 자루를 이고 지고 킨샤사로 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화물차도, 택시버스도 숯 자루 운송에 바쁘다. 동네 어귀에는 화물차를 기다리는 숯 자루들이 줄지어서 주인맞이 준비를 하고 있다. 또한 야시장에는 땅바닥이 검정색으로 물들었을 정도로 숯 조각들이 널려 있다. 아무튼 킨샤사에서는 숯 수요가 많음에 틀림없다. 양고기라 불리는 무똥과 염소, 돼지, 통닭 등의 숯불구이가 인기절정의 술안주로 이름나 있다. 물어보니 이 사람들이 술을 많이 먹는단다. 그런데 또 하나의 사실은 킨샤사 주변의 산에는 나무가 거의 없다고 할 정도로 나무 구경이 어려운데, 보이는 쪽 쪽 벌목해서 돈벌이로 숯 만드는데 이용하는 것 같았다. 어제 오후에는 센터 뒤편 밭의 중간에 나무를 베어내는데, 외부에서 돈 받고 그냥 베어간다하여 알아보니 숯 만드는 데 쓴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삼림으로 울창한 우리의 산도 그린벨트 정책이 없었더라면 타용도로 많이 점령되었지 않았을까 짐작하게 된다.

제값 못 받아 가면 남편에게 맞아 죽는다

해외콩고 사람들은 선량한 줄만 알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어느날 바콩고지역의 음바지 농업시험장에 들렀다가 귀가 길에 길가에 진열해 놓은 벌꿀을 사기로 마음먹었다. 그쪽지역 꿀이 좋다고 소문났고, 꿀은 비상식량으로서 에너지를 보충할 수 있으니 그 꿀은 내게 호재였다. 마을 어귀의 꿀병 진열대로 차를 가까이 하니 어디서 기다렸다는 듯 꿀 장수 아주머니와 함께 어린아이들이 떼를 지어 몰려들었다. 어리아이들은 모두가 시꺼멓게 바랜 고사리를 들고서 어서 창문을 열고 물건을 보라는 아우성이었다. 목적대로 꿀을 사려고 꿀 병을 든 아주머니께 접근했다. 흥정이 시작됐다. 값을 아래로 매기니 아주머니는 ‘오늘 이 꿀을 제값 못 받고 돌아가면 남편에게 맞아 죽는다’고 했다. 아마 낮선 이방인에게 연극하려고 한 것은 아닌 것 같은데 한쪽 콧구멍에 풀을 집어넣은 상태로 통 사정을 하는 것이었다. 카메라를 들이대도 아랑곳없이 심각한 표정을 이어갔다. 솔직히 이럴 땐 야시장에서처럼 물건 값 깎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날은 돈 달라는 대로 주고 꿀 두병을 샀지만 속았다는 생각보다 한 농촌 여인의 애절한 얘기에 동정심이 충분했을까 생각되어지는 하루였다.

저녁때면 농촌은 뭉게 연기 속으로

시골에서 자라다 보니 많은 추억이 시골을 배경으로 남아 있다. 어쩐지 나이가 들수록 어린시절의 추억으로 많이 돌아가게 되고, 그렇다 보니 자연적으로 시골이야기가 또 정겹고 마음 편해서 좋아진다. 그 많은 것 중에서도 제일 기억에 많이 남는 것이 저녁무렵의 풍경이다. 당시에는 저녁이면 솥에 안방 아궁이에 불을 두 번 지폈는데, 첫 번째는 보리쌀 삶는 것이고 두 번째는 밥을 짓기 위한 것이다. 지금과 달리 땔감은 나무였는데, 주로 푸른 소나무 가지가 많이 이용되었다. 그래서 해가 질 무렵이면 가가호호 굴뚝으로 뿜어내는 연기가 동네 뒤의 대밭과 산자락을 휘감아 오르고, 아래동네 윗동네 남녀노소의 왁자지껄한 이야기 소리가 사람 사는 분위기를 자아내는 가운데 친구들과 시간가는 줄 모르고 구슬치기하던 우리는 어머님의 부름을 눈치 채고 꾸지람 면할세라 친구한테 간다는 얘기도 없이 황급히 자기네 집으로 신작로를 줄달음 쳤던 것이 엊그제 같다. 물론 상수도가 설치되지 않아 동네 우물에서 양동이로 물 길던 새색시며 빨간 천으로 댕기를 맨 아가씨들의 모습도 선하다. 그런데 여기서 본 시골의 모습이 나의 그러한 시골 풍경을 생생하게 떠올리게 하는 것 같아서 많이도 고향에 있는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히게 하였다. 다른 것이라면 야자나무와 망고나무가 내 고향의 소나무와 대나무를 대신하고 있다는 것뿐이었다. 시골은 어디가나 소박함이 넘치고 정서면에서 편안함이 가득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