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한 달여 간의 일정을 마친 정진영 박사. 남겨진 농민대표들을 위해 떠나기 전날까지 후속조치를 마련한 정 박사는 다음을 기약하며 아쉬움 속에 귀국길에 올랐다. 정진영 박사의 기술지도 방문기 마지막 일기를 공개한다.

스물한 번째 날 드디어 신축 비닐하우스 주변의 언덕 정비 등 수방공사를 일단락 했다. 이후 무쇠 파이프(굵기 1인치, 6m) 16개와 관수시설용 수도꼭지 8개, 파이프 연결용 가락지 30개, 수도관용 곡관 4개 등을 구입했다. 저녁 8시가 지나서야 게스트 하우스에 도착해 23일 농민대표들에게 강의할 자료를 준비했다.

스물둘 째 날 종일 비가 내려 오전에는 농장에 가서 씨앗 파종 해놓은 것에 관수만하고 농장 감독과 남은 일정 동안 더욱 협력해 나가자는 다짐을 하고 숙소에서 휴식을 취했다. 그러나 비로 인해 하우스 완성이 늦어지는 것은 너무 안타까웠다. 자재 몇 가지 때문에 2~3일을 허송하고 일할 만 하면 비 때문에 땅이 질어 일 못하고…. 안타까움을 안고 내일 있을 강의 내용을 정리했다.

스물셋 째 날 강사인 Mr. Qureshi의 파키스탄어 통역으로 AAUR에서 1개월간 연수 중인 농민대표 수강생들에게 유기농업의 기본 정신과 철학, 필요성과 발전 전략 등 강의를 시작했다. 절략형 비닐하우스 건립 방법과 이를 이용한 토양 개량법·난황유 제조와 사용법·발효 액비 제조, 쌀겨 균강 제조 등 기술도 소개했다. 모두들 재미있어하는 표정으로 교육과 실습에 임했다. 그러나 이후 하우스 설치시 잔손질이 많은데도 마냥 떠들며 노는 그들로 인해 답답함을 금할 수 없었다. 사람은 많지만 일손이 부족한 기이 현상으로 몸과 맘이 고생으로 얼룩진 하루였다.

스물넷 째 날 같은 학생을 대상으로 난황유 제조 방법과 작물에 대한 엽면 살포 과정을 실습했다. 20여종의 채소류 20kg과 설탕 12kg을 이용한 발효 액비를 제조해 봤다. 만들어진 액비를 50ℓ통에 보관 시켜두고 1개월 뒤에 혼합 작업을 하라고 지시한 후 실습을 마쳤다.

스물다섯 째 날 비닐하우스 건립 부지가 농장에서 가장 낮은 저지대라서 우천시 물이 몰려올 우려가 큰데다 신축 비닐하우스와 기존 비닐하우스의 간격이 좁아 배수로 확보가 여의치 못했다. 이에 배수로 재정비 작업을 실시했다. 퇴비가 우마차로 4대가 더 와서 3대는 신축 하우스에 투입하고 1대는 기존 하우스에 사용토록 조치했다.

스물여섯 째 날 오전에 하우스 내부 강화용 비닐로프 고정을 위한 철근(40cm) 90개를 박고 로프 설치 작업을 마쳤다. 11시경에는 농민대표를 대상으로 1개월 코스 수료식이 있어 조익환·김태환 교수님들과 함께 참석해 부총장을 비롯한 원예과장과 더불어 축사했다. 이날 오후에는 쌀겨와 밀기울, 면실박 등으로 균강을 만들어 발효시켰던 것들을 모두 신규 하우스 내에 살포했다.

스물일곱 째 날 새벽 6시에 농장에 가보니 간밤에 내린 비에 비닐하우스 천장 곳곳에 물주머니가 생겨 비닐 로프를 당기고 조이는 등 고군분투를 벌였다. 혼자서는 도저히 역부족이라 부득이 농장 숙소에서 자고 있는 인부들을 깨워서 물주머니를 밀어내 보았지만 설상가상으로 빗발이 더욱 거세지더니 우박마저 쏟아졌다. 그래서 농장 감독과 합의하에 비닐을 걷어 내리고 하우스 내부로 밀려드는 빗물을 옆으로 유도해 흘려 보내느라 진땀을 흘렸다.

스물여덟 째 날 어제 구입한 면화 로프로 하우스 내부 천정보강 작업을 철저히 실시했다. 저녁까지 면화 로프로 천정 보강 작업을 일단 완료하고 하우스 우측의 철 파이프 재 고정 작업을 실시했더니 손가락들이 붓고 열이 올라왔다.

스물아홉 째 날 부총장의 배료로 승용차와 경호원을 배정해 주어 조익환·김태환 교수와 함께 관광차 남쪽의 라호르에 갔으나 1천만 명이 거주하는 대도시답게 교통 혼잡이 극심했지만 모스크나 궁전, 박물관 등을둘러보며 잠시 마음의 여유를 가져 보았다.

서른 번째 날 며칠 무리했던 탓인지 벗겨진 6개 손가락이 붓고 열이 나면서 신열도 생겨 종일 숙소에서 누워 휴식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나니 손가락들도 가라앉고 신열도 내려 농장에 나가 하우스 골재들을 철사로 묶은 곳들을 일일이 점검해 주었다.

마지막 날 농장에 나가 모든 잔여 자재에 대한 사용방법과 효소제 및 저독성 농약들에 대한 활용 방안을 설명해 주었다. 신규 비닐하우스의 토양개량 처리과정도 한 번 더 확인 시켜준 후 최종적인 정식과 향후 재배관리 과정도 준비했던 재배 관리 자료를 보여주며 상세히 설명해 주었다. 드디어 모든 일정을 마치고 귀국 인사를 드리고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저녁 11시 35분발 TG350편으로 귀국길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