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최근 지구 온난화로 인해 강원도에서 녹차는 물론 열대과일이 재배되고 있다. 즉 우리나라의 기후가 변하고 있다. 그만큼 지구가 따뜻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때는 벌써 입동(立冬)을 지나 소설(小雪)을 바라보는 절기가 되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수능시험이 치러졌다. 20여년 전 학력고사를 치를 때만 해도 날씨가 얼마나 추웠던지 기억이 새롭다. 시험 치기 전날 예비 소집일에는 손과 발이 무척 시렸다. 또 시험 당일에는 난로를 피워 따뜻하게 시험을 보던 기억이 떠오른다. 불과 20년 전만해도 날씨가 그렇게 추웠는데 요즘에는 11월 중순인데도 아직도 반팔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날씨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즉 지구가 따뜻해지고 있는 것이다.

고려바이오(주) 홍석일 이사(이학박사) cobio97@naver.com

기후가 점점 따뜻해 지는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그 중에 농업이 한 몫을 기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지금도 비닐하우스에 온풍기를 돌려가면서 때 아닌 명품 과채류를 생산하는 동안 발생된 이산화탄소는 지구 온난화에 기여하고 있을것이다. 이렇듯 인위적인 것은 당장 이득일 것 같거나 첨단인 것 같지만 궁극적으로 우리가 예상치 못 하는 문제를 발생시키는 원인이기도 하다.

인류의 새로운 도전 ‘생명공학’
1950년 이전에만 해도 생명체를 창조하는 영역은 하나님의 고유영역으로 인식되어 있었으나 유전물질인 DNA의 화학구조가 밝혀지면서 생명 현상의 원리가 이해되기 시작했다. 생명 현상의 근본이 밝혀지고 난 후 급기야 자연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엉뚱한 생명체를 실험실에서 만들고야 말았다. 이렇게 실험실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생명체를 유전자조작생물, 영어로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라 불린다. 이러한 기술들을 생명공학(Biotechnology)기술이라고도 한다.
인슐린을 예로 들어보겠다. 원래 대장균들은 인슐린(당뇨병 치료제)을 만들어낼 수 있는 미생물은 아니다. 그러나 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하면 대장균으로부터 인슐린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조작할 수 있다. 이렇게 새롭게 조작된 대장균은 많은 양의 인슐린을 생산해 우리 인간의 건강을 지키는데 기여를 하게 된다. ‘왜 하필 대장균을 사용하느냐?’라고 묻는다면 미생물 중에 대장균이 비교적 조작하기가 쉽고 빠르게 배양이 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현재 실험실에서 대장균을 활발하게 이용하고 있다. 이렇게 유전공학 기술은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하기 위하여 시작되었고 지금도 연구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어느 한 개체(종)에 없던 성질을 다른 개체(종)로부터 가져다가 이식시켜 새로운 우량한 개체(종)를 만들 때, 대부분 미생물로부터 유전자를 퍼오는 경우가 많다. 이렇듯 미생물은 적용되지 않는 부분이 없을 정도로 그 활용도가 많다.

생명공학과 농업의 접목 ‘GMO’
농업과 관련된 생명공학기술의 산물로는 유전자조작농산물을 들 수 있다. 옥수수를 대량  재배할 때 옥수수 열매를 파먹는 해충이 문제가 되자 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해 옥수수 종자에 애초부터 벌레를 쫒아내게 하는 성질을 집어넣게 된다. 이때 벌레를 쫒아내는 성질을 가져온 곳이 바로 미생물이다.
미생물 중에 Bacillus thuringiensis(BT)라고 하는 세균이 있는데 이 세균은 몸속에 독소를 가지고 있다. 이 세균을 먹은 곤충들은 죽게 되어 곤충 병원성 미생물로 사용되고 있기도 한다. 물론 사람에게는 전혀 해를 끼치지 않아 안전한 생물농약으로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BT 미생물 내에 들어있는 독소를 만드는 성질만을 떼어 다가 옥수수에 집어(이식)넣게 됐고, 이렇게 새롭게 만들어진 유전자 변형 옥수수는 벌레를 죽이는 독소를 처음부터 갖고 태어나게 됐다. 유전자가 변형된 옥수수에는 벌레가 근접도 못하게 되어 해충으로부터 해방되고 농약 치는 작업도 줄어들고 그에 따른 농업 일손 및 경비가 줄어드는 것이다. 이렇듯 본래 나에게는 없던 성질을 다른 생물로부터 가져다가 내 머릿속에 주입해 훨씬 똑똑하여 지도록 만드는 기술을 유전공학기술이라고 하는 것이다.




▲[사진] 지난 해 5월 부산YMCA는 아기스포츠단, 일반 주부들과 함께 GMO옥수수 수입반대 및 GMO옥수수로 만든 음식 안먹기 캠페인‘을 열어 GMO옥수수의 위험성을 알리고 GMO 옥수수로 만든 가공식품을 먹지 말자는 메시지를 시민들에게 전달했다. 이 외에도 수 많은 단체들이 GMO 농산물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키고 있다.

처음에는 유전자 조작된 옥수수를 재배하면서 농가의 일손도 줄고 벌레도 없게 되어 과학의 발달에 찬사를 보냈으리라. 그러나 과학자들이 유전자 조작된 농산물을 재배하는 밭에서 채집한 꿀벌을 관찰하던 중 꿀벌의 수명이 단축되고 무당벌레와 같은 익충의 학습능력이 현저히 저하되는 것을 알게 됐다. 물론 아직까지 사람에게 어떤 영향이 있는지에 대한 연구들은 진행 중에 있지만 원래 쫒아 내려고 했던 해충뿐만이 아닌 유익한 생물에게도 간접적으로 해를 끼친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밝혀지고 있다. 결국 먼 훗날 우리 사람에게도 해가 없으리라는 보장은 없을 것이다.

과연 ‘GMO’는 획기적인 발견일까?
유전자 조작 식물에 대해 말이 나온 김에 제초제 내성을 가진 콩에 대하여 짚고 넘어가 우리 친환경을 하시는 농민들에게 GMO에 대한 확실한 이해를 돕도록 하겠다. 이번 기회에 그동안 막연하게 유전자 조작 식물에 대한 걱정만을 해왔는데 유전자 조작 식물이 왜 위험한지에 대하여 알 필요가 있다.
드넓은 평원에 식량과 사료로 사용할 목적으로 옥수수를 재배하는데 가장 큰 문제가 잡초였다. 작물사이에 발생한 잡초들은 작물들이 흡수해야 할 영양분을 빼앗아 먹기에 작물의 생육에도 지장을 주어 결국에는 농업 생산성이 떨어지게 됐다. 화학 제초제의 효과는 탁월하지만 콩에도 영향을 끼치니까 사용할 수 도 없고, 그렇다고 그 넓은 면적을 일일이 사람을 고용해 김을 매 줄 수도 없었기에 잡초제거는 모든 농사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젯거리였다. 이때 너무나 기가 막힌 유전자 조작 기술을 적용하게 된다. 바로 제초제에 내성을 가진 옥수수를 개발한 것. 토양 미생물 중에 강력한 유기인계 제초제에 접촉되어도 죽지 않고 살아가는 슈퍼 미생물을 발견한 것을 계기로 이 슈퍼미생물 안에 들어있는 제초제 내성 유전자를 분리, 옥수수에 집어넣은 것이다. 제초제가 살포되어도 생장에 전혀 지장이 없는 특성을 옥수수에 집어넣은 후부터 값싸고 효과 좋은 제초제를 마음 놓고 살포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모든 제초제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제초제 중에 상표명이 근사미(또는 라운드업, 한사리, 글라신)라는 제품이 있는데 성분은 강력한 유기인계 glyphosate로서 광합성에 관여하는 효소의 작용을 저해해 식물을 고사시키는데, 유전자 조작된 옥수수는 이 제초제에만 내성을 갖게 된다. 이렇게 새로운 품종이 개발되어 옥수수를 재배하는 순간부터 그렇게 골머리를 썩이던 잡초제거 문제가 시원스럽게 해결된 것이었다. 또한 유전자조작 옥수수를 심은 밭에는 근사미만을 사용할 수 밖에 없으므로 제초제 회사는 시장을 독점하여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고 그동안 개발비로 쏟아 부었던 돈을 회수하며 쾌거를 불렀을 것이다.

‘GMO’가 위험한 이유
옥수수를 심어놓고 잡초가 발생될 때 항공방제로 제초제를 살포하면 그동안 지긋지긋하게 농민들을 괴롭혀왔던 잡초만 노랗게 말라 죽고 옥수수는 아무 일이 없었던 듯 푸른잎을 휘날리며 옥수수 열매를 튼실하게 영글게 할 것이다. 이 얼마나 시원하고 놀라운 과학기술의 발전이란 말인가!
농민들은 발달된 과학기술의 산물을 마음껏 누리며 농업 생산성 향상에 따른 경제적 풍요로움을 꿈꾸고 있을 때 엉뚱한 소식이 농민들의 귀를 의심스럽게 만들었다. 제초제 내성을 가지도록 유전자가 조작된 콩에서는 에스트로겐(estrogen) 함량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던 것이다. 에스트로겐은 여성호르몬의 일종인데, 원래 콩에는 에스트로겐이 어느 정도 함유되어 있어 여성들 특히 폐경기에 접어든 여성들에게 효과가 있어 유방암과 전립선암의 방지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러한 에스트로겐도 적당하게 섭취를 해야지 도를 넘어 섭취가 과다하게 되면 인체 내 신경계에 이상이 발생되어 결국에는 생식기능이 파괴된다. 주위에 흔히 볼 수 있는 잡초 중에 클로버가 있는데 클로버는 식물체내에 에스트로겐 함유량을 높여 자기를 보호하는 수단으로 사용한다. 초식동물들은 클로버를 섭취하면 생식기능이 저하된다는 것을 알기에 클로버는 섭취하지 않는다.
이렇듯 식물의 에스트로겐 과다 함량 보유는 강력한 자기 방어 수단인데 유전자 조작된 콩 10g에서 에스트로겐 함량이 50㎍ 증가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러한 사실들 때문에 요즘 우리 주부들이 유전자 조작이 된 콩은 섭취를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워낙 가격도 싸기 때문에 두부, 마가린, 식용유, 콩기름, 메주, 된장, 양조간장 등의 가공식품으로 탈바꿈해 시장에 널려 있을 뿐만 아니라 사료성분의 하나로 이용되어 축산농가에 거리낌 없이 공급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축산농가에서 사용하는 사료 대부분이 수입에 의존하는데 가축이 먹고 생산한 축산물을 먹는 우리 인간이 유전자조작식품의 간접적인 영향권 내에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요즘 우리 사회에 각종 반인륜적 범죄가 증가하는 것이 이러한 일련의 상황들과 연관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나만의 과대한 추측은 아닌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더욱 큰 문제로 생각되는 부분은 유전자 조작된 옥수수에서 제초제 내성 유전자가 빠져나와 인근에 있는 잡초들에게 옮겨갈 경우 제초제 내성을 가진 슈퍼 잡초가 탄생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렇듯 인위적으로 만든 유전자 조작된 생명체에는 우리가 예기치 못한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