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는 우리 식문화로 보아 예로부터 김치의 주재료로 쓰이며 가장 많이 먹는 채소이다. 1970년대 초반까지는 그 재배가 채소 전체면적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컸으나, 1999년도 재배면적은 전체 채소의 약 10%를 차지하는 3만 9,000ha 정도이다. 이처럼 최근에는 식생활의 변화로 쌀과 더불어 그 소비가 줄고 있다고 하나 여전히 생산량으로 보나 풍성한 김치 문화로 보나 우리 식단의 기본을 이루는 푸성귀이다.

배추는 애초부터 오늘날과 같이 고갱이가 들어 있는 결구형 배추가 아니었다. 중국 북부 원산으로 자연교잡되어 배추의 원시형이 나타났고 그 후 이 원시형으로부터 재배와 선발육성에 의해 16세기에 반결구배추, 18세기에 결구배추가 탄생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문헌상으로는 고려 후기에 반간된 ‘향약구급방(1236년)’에 ‘숭(?)’으로 처음 등장한다고 하니 재배는 훨씬 그 이전이겠으나 정확한 기원은 알 수 없다. 한편 그 당시에는 야채보다는 약초로서 많이 쓰였다고 하는데, 아마 우리 고유의 발효문화와 결합하면서 점차 필수적인 반찬거리로 자리 잡았을 것이다.

재배법
배추는 한 해 두 번 키워 먹는데, 봄배추와 가을배추가 있다. 김치 중엔 그래도 김장김치가 우리에게는 더 중요하므로 가을 배추를 위주로 소개한다. 봄배추는 이를 기준으로 하면 되는데, 단지 서리가 내릴 때 쯤 끈으로 포기를 묶어 주는 가을배추와 달리 봄배추는 묶어 주지 않는 차이가 있다. 또 봄배추는 조금이라도 늦게 심었거나 늦게 거두게 되면 꽃대가 금방 올라와 먹기가 좀 곤란해질 수 있다.
배추 중에 늦겨울이나 초봄에 먹는 봄동이 있는데, 이는 김장배추 수확한 후 남겨 둔 덜 자란 것에서 봄에 새로 싹이 올라오는 것을 말한다. 또 겉껍질이 연하고 작아서 먹기가 알맞어 김장김치가 다 떨어졌을 때 요긴한 봄 김치로 재로로 쓰였다.

밭준비
배추 또한 거름진 땅이어야 한다. 보통의 평이랑으로 만들어 질소질 비료를 위주로 평당 3kg 정도 충분히 넣어준 다음 흙을 갈고 마른풀로 덮개를 충분히 해준다. 왠지 너무 두텁다 싶을 정도로 해 주는 게 좋다. 배추는 특히 벌레가 많은 작물이어서 농약을 주지 않으려면 천적을 잘 이용해야 하는데, 이 풀들은 천적이 살기 좋은 환경이어서 벌레 문제를 해결하는데 적지 않은 도움을 준다.

씨앗 뿌리기와 모종 키우기
봄배추는 직접 파종할 수 있으나 가을배추는 모종을 키워 옮겨 심는 것이 좋다. 봄배추를 직파할 때는 점뿌림이나 줄뿌림을 하는데, 결구를 키우려면 점뿌림이 좋고 얼갈이배추처럼 먹으려면 줄뿌림 하는 게 좋다. 줄뿌림을 해도 결구로 키울 배추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얼갈이처럼 그때그때 솎아 먹어도 좋다. 가을배추 모종을 키울 때에는 포트에다 심는데, 일회용 종이컵이 제일 적당하다. 종이컵에다 삼각형 모양으로 세 군데에 심어 나중에 세 포기를 갈라 옮겨 심는다. 그러면 씨앗도 절약하고 포기 수도 많이 얻을 수 있어 좋다.
배추는 싹이 날 때 벌레가 많이 끼므로 깨끗한 상토 만들기가 매우 중요하다. 앞에서 소개한 대로 숯가루나 재를 충분히 넣은 산의 흙으로 정성스럽게 상토를 만들어 쓰도록 하자. 씨앗이 발아하고 나서 떡잎일 때는 서로 공생하도록 두고, 본잎이 두세장일 때부터 두세 차례에 걸쳐 약해보이는 것, 병해충이 든 것은 먼저 솎아 나가면서 본 잎이 한뼘 정도 되어 대여섯 장일 때쯤 옮겨 심는다.
옮겨 심을 때에는 구멍을 파서 물을 듬뿍 주고 심는데, 약한 놈들은 두포기씩 심어 나중에 잘 자란 놈을 놔두고 솎아줄 생각을 한다.

가꾸기
포기가 기운차게 잘 자라기 시작하면 포기 사이를 가볍게 긁어 뿌리에 산소 유통이 잘되게 해 주어 기운을 북돋아 준다. 그리고 흙을 줄기 밑둥치 약간 윗부분까지 북돋아 주면 키가 자란 포기를 받쳐 주는 역할도 한다. 김매기로 뽑은 잡초들은 포기 사이에 가지런히 말리는 데, 퇴비도 되고 멀칭 역할도 한다. 배추는 수분이 95%라는데, 그만큼 물을 많이 주어야 한다는 뜻이니 틈나는 대로 물을 자주 흠뻑 주면 좋다.
성장기에는 더욱 생장이 왕성하므로 많은 양분이 필요한데, 며칠 전에 미리 받아둔 오줌을 고랑 사이에 고르게 뿌리는 것으로 웃거름이 충분하다. 해 보면 알겠지만 그 효과는 눈에 띌 만큼 탁월하다. 하지만 밑거름이 부실한 상태에서는 나중에 웃거름으로 벌충하려고 잔뜩 주어도 그 효과는 충분히 밑거름을 주었을 경우 능가하지 못하는 점을 알아야 한다.
유기질 퇴비만을 줄 때 초기의 자람이 늦어지므로 양분 부족이 아닌가 의심하기 쉽지만 3주 가량 지나면 튼튼하게 자라는 것을 보고 안심할 수 있다. 만약 이 무렵에 자람이 정 더디다 싶으면 웃거름을 주어야 한다.
벌레가 아주 극성을 부려 속잎을 갉아 먹으면 일일이 손으로 잡아주는 것이 제일 확실하다. 괜히 징그러울 것 같으면 장갑을 끼고 하든가, 아니면 나무 젓가락으로 집어내어 잡아 준다. 다음 방법으로는 목초액이나 식초를 200배로 희석한 물에 담배꽁초 우린 물과 빨래비누물을 섞어 뿌려준다. 한번만 해서는 별 효과가 없고 3일이나 5일에 한 번씩 벌레의 기세가 눈에 띄게 덜해 질 때까지 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