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봄이 지나 초여름의 날씨를 느끼게 한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산에 매화, 개나리, 진달래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봄 경치를 느끼게 하더니만 지금은 그 화려했던 꽃들은 어디 가고 이팝나무 꽃만이 눈이 부시게 피어 보는 이의 마음을 풍성하게 한다. 이팝나무는 나무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밥나무 즉, 쌀밥나무라는 뜻인데 꽃이 피어난 모양이 흰쌀밥을 밥그릇에 수북이 퍼 놓은듯하다 하여 지어진 이름이라 한다. 이팝나무의 꽃의 풍성한 생김처럼 올해에도 어김없이 농사의 풍년이 들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궁금하기만 한 산속 나무의 먹을거리
매년 이맘때 쯤이면 느끼는 것이 산에 나뭇잎이며 꽃이 피어나는 것을 보면 그렇게 신기할 수가 없다. 겨울에 그렇게 앙상하게 가지만 남겨놓은 채 거의 죽은 것처럼 생기가 하나도 없던 나무에서 싱싱한 나뭇잎들이 어떻게 그렇게 많이도 생겨나는지... 신록이 푸르다 못해 진녹색으로 물들이는 자연현상에 그저 놀라움뿐이다. 도대체 산속에 있는 나무들은 어떤 영양분을 섭취하기에 매년 어김없이 나뭇잎을 저리도 풍성하게 매다는지 참 궁금했다. 지구상에서 해마다 새롭게 만들어지는 물질 중에 가장 많은 것이 나뭇잎과 같은 섬유소 성분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실제로는 산에서 나는 나뭇잎보다는 바다에서 태어나 자라는 새우나 게 껍데기를 구성하고 있는 키틴이라는 물질이 가장 많다고 한다. 키틴은 새우나 게 껍데기의 성분이기도 하지만 진딧물, 하늘소, 노린재 등 지구상의 수많은 곤충의 껍데기의 구성 성분이기도 하니까 그 양은 상당히 많을 것으로 추측이 된다. 어쨌든 지구상에서 두 번째로 가장 많이 만든다 해도 나뭇잎들이 그렇게 많이 생겨나는 것을 보면 참 자연의 위대함에 대하여 감탄을 하게 된다.
그런데 산속에 있는 나무들은 어떤 양분을 흡수하기에 아름드리 큰 나무로 성장을 하게 되는 것일까? 아마도 산 흙속에 서식하고 있는 미생물이 답을 말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산의 흙에는 어떤 생물들이 서식하며 나름대로 토양 생태계를 이루고 있을까?

나무뿌리와 땅속 영양분을 연결하는 ‘곰팡이’
지난해 가을에 우수수 떨어진 낙엽을 분해할 수 있는 곰팡이들이 산 흙에는 가장 많을 것이다. 종류도 많은 버섯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그리고 이 곰팡이를 뜯어 먹고 사는 작은 미소(微小) 곤충들이 그 뒤를 이을 것이다. 그러다가 이 곤충이 죽으면 곤충의 사체를 분해하는 세균들이 번식을 한다. 이렇게 해서 흙속에는 곰팡이, 세균 그리고 미소 곤충들이 나름대로의 조화와 균형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또한 곰팡이는 낙엽만을 분해할 뿐만 아니라 나무뿌리 속으로 침투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침투한 곰팡이는 나무에 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 깊은 흙속의 양분을 흡수하여 나무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즉 곰팡이는 나무뿌리와 땅속 깊은 곳에 있는 양분을 연결시켜 주는 빨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산에 있는 나무를 뽑아 굵은 뿌리만 추슬러서 다른 곳으로 이식을 할 때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나무의 뿌리 역할을 대신해오던 무수한 곰팡이 빨대들이 끊겨지는 것이다. 다른 곳으로 이식된 나무는 또 눈에 보이지 않는 곰팡이 빨대들을 다시 만들어야 되기 때문에 정착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그러므로 우리 눈에 보이는 뿌리가 전부가 아닌 것이다. 흙속에 뿌리를 박고 사는 모든 식물들은 곰팡이와 함께 공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양분을 뽑아 올려 나무뿌리에 제공한 곰팡이는 수고한 대가로 나무로부터 약간의 유기물을 얻는다. 숲속 토양에는 방선균이 많이 발견된다. 낙엽이 떨어진 곳을 파보면 하얗게 점점 모양으로 박힌 것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이 방선균이다. 방선균은 흙냄새를 내개 하는 미생물이기 때문에 숲속 낙엽 썩은 곳에서 유난히 흙냄새가 많이 난다. 방선균은 배양해보면 곰팡이처럼 생겼지만 사실은 세균의 일종이다. 방선균은 항생제 등을 분비하기 때문에 다른 미생물들의 번식을 억제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방선균 외에 다른 세균들도 나름대로 숲속 토양에서 역할이 있다.

나무에 천연질소비료를 전달해주는 수많은 토양속 세균들
세균은 낙엽과 같은 섬유소 성분은 거의 분해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땅속에서 살아가기는 좀 힘들다. 그러다가 지나가던 노래기나 지렁이라도 한 마리 죽으면 흙속에 있는 세균들에게는 잔치가 벌어진다. 그동안 굶주렸던 세균들이 단백질이 풍부한 지렁이를 분해하여 오랜만에 포식을 하고 자기 개체수도 늘리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세균도 수명이 있어서 토양에서 살다가 죽으면 세균의 죽은 사체는 식물이 흡수할 수 있는 아주 훌륭한 질소비료가 된다. 토양 1g당 10억 마리 이상의 세균이 서식하는데 이렇게 많은 세균들은 나무에게 천연 질소 비료를 공급하고 있는 것이다. 산속의 토양환경은 사실 세균들에게는 별로 쾌적한 곳은 아니다. 세균은 먹지 못하는 낙엽이나 나무뿌리 썩은 것, 나무 껍데기 등 섬유소 성분이 많은 것들만 있기 때문에 세균은 항상 불만족스럽게 살아간다. 오히려 농사를 짓는 논이나 밭이 세균에게는 좋은 곳이다. 세균이 좋아하는 단백질, 전분 등의 먹잇감을 농민들이 토양 속으로 넣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산 흙보다 농경지의 토양에서 세균의 밀도가 높게 관찰된다.

미생물은 분비하는 효소에 따라 서식지가 정해진다
미생물을 연구하는 학자들, 특히 곤충을 죽일 수 있는 곰팡이를 탐색하는 연구자들은 산에 올라가서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곳을 찾아 헤맨다. 바로 죽은 곤충의 사체를 찾기 위해서이다. 죽은 곤충을 실험실로 가져다가 해부하여 사체내에 들어있을 미생물을 분리하다 보면 가끔 돈이 될 수 있는 미생물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곤충을 죽일 수 있는 곤충 병원성 곰팡이를 찾는 것이다. 곤충 병원성 곰팡이라 하더라도 아무 곤충이나 뚫고 들어가 기생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곰팡이는 죽은 곤충에만 침투하여 곤충을 분해하는가 하면, 또 다른 곰팡이는 살아있는 곤충 표피를 뚫고 들어가 곤충을 가해하기도 한다. 그래서 곤충 병원성 곰팡이는 사물기생균(死物寄生菌)과 활물기생균(活物寄生菌)으로 분류할 수 있다. 대부분의 곰팡이가 사물기생균이고 활물기생균에 속하는 것이 Beauveria(보베리아), Metarhizium(메탈리지움), Lecanicillium(레카니실륨)과 같은 곰팡이이다. 농작물에 병원균으로 작용하는 흰가루병이나 노균병 곰팡이가 대표적인 활물 기생 병원균이다. 그래서 실험실에서 노균병이나 흰가루 병원균은 인위적인 배지에 배양이 안 되기 때문에 현장에 직접 나가서 방제 실험을 해야 한다. 아직까지 ‘왜 곰팡이가 살아있는 생물과 죽어있는 생물을 구별하여 기생하는지’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곤충 병원성 곰팡이의 공통적인 특징은 세 가지 주요한 효소를 분비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는 것이다. 효소는 미생물이 분비하는 물질인데 미생물마다 분비하는 효소가 다르다. 그래서 어떤 효소를 분비하는지를 확인하여 미생물을 동정(同定; Identification; 미생물의 이름을 밝히는 것)하기도 한다. 
곤충의 표피는 키틴과 단백질 그리고 지방이라는 3가지 주요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곰팡이 중에는 키틴도 분해할 수 있고, 단백질과 지방도 동시에 분해할 수 있는 효소를 분비하는 특수한 것이 있다. 이러한 곰팡이들만이 곤충의 표피를 분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산이나 들에서 무작위로 수집한 곰팡이를 대상으로 효소 활성 능력을 측정하여 곤충 병원성 곰팡이를 선발한다. 
이렇듯 미생물이 어떤 유기물은 먹을 수 있고 또 다른 유기물은 못 먹는다 하는 기준을 내는 것은 바로 미생물이 분비하는 효소가 답이다. 어떤 효소를 분비할 수 있느냐에 따라 사는 곳이 결정되어 지는 것이다. 미생물이 분비하는 물질을 통칭하여 대사산물(代謝産物; metabolites)이라고 하는데 여기에는 유기산, 비타민, 호르몬 등 다양한 영양원이 포함되어 있으며 그 물질들 중의 하나가 효소이다. 미생물 중에도 희귀하거나 특별한 효소를 만들어 내는 미생물은 대접을 받으며 살아가게 된다.

일전에 제주도 농업 기술원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섬유소를 분해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바실러스(Bacillus sp.)를 분리하여 농가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 준비를 한다고 한다. 세균의 한 종류인 바실러스가 볏짚이나 나무껍질과 같은 섬유소를 분해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는 것은 흔한 현상은 아니다. 이러한 미생물은 풀을 먹고 사는 호랑이나 사자에 비유될 수 있을 정도로 이용가치가 높다. 바실러스는 외부 환경에 영향을 크게 받지 않고 생존할 수 있는 포자 형성 능력이 있기 때문에 농가에서 사용하기 편리한 제형으로 만들 수 있고 보관이나 유효기간도 늘어나 살아있는 생균제로서의 한계를 많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이 세균을 이용하여 상토에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한다고 하는데 섬유소 분해 능력이 우수한 이 세균의 활약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