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완주의 깊은 산골. 산 넘어의 골짜기에 있다는 뜻의 이름을 가진 너멍굴.이곳에 귀한 청년 농부가 있다. 믿기지 않겠지만, 직접 초가집부터 가옥까지 지으며 진정한 자급자족을 실천하는 농부. 진남현 농부가 이달의 주인공이다.

| 손무경 기자

귀농, 당신도 할 수 있습니다.

귀농. 본디 도시출신으로 농촌에 살아본적 없는 사람이 농촌에 와서 농사를 짓는다는 뜻이다. 단지 농촌에 살면서 농사 이외의 일을 하는 것은 귀촌으로 엄연히 다르다. 도심에서 살다 보면 지치기도 하고 밤을 번쩍이는 불빛이 피곤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럴 때면 우리는 홀연히 도시를 떠나조용한 곳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들곤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정착비용이나 농지구매비용, 생활비 등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귀농마저 부유한 이들의 소유가 되어버린 것만 같다.

실제로 귀농을 후회하고 다시 돌아오는 사람도 많고 그 후기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준비가 없어도 열정 하나만으로도 귀농에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몸소 보여준 농부가 있다. 직접 초가집부터 가옥까지 지으며 자연농을 현장에서 배워가며 귀농의 삶을 보내는 진농현농부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100만 원으로 시작한 귀농

100만 원. 누군가에게는 큰 돈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작은 돈일 수 있다. 이걸로 무엇을 할지 생각해보자. 갖고 싶은 것을 살 수도, 여행을 가거나 저축을 할 수도 있지만, 완주의 진남현 농부는 귀농을 택했다. 귀농 9년 차인 진남현 농부는 올해 34살이다. 원래부터 농업에 종사하고 싶었다는 진남현 농부는 다니던 대학을 포기하고 완주에 내려왔다고 했다. 놀라운 점은 진남현 농부에게 완주는 무연고지라는 것이다.

초·중·고를 전부 안양에서, 서울에서 대학을 다닌 진 농부가완주를 선택한 이유는 양재에서 진행한 귀농귀촌 박람회에서 찾을 수 있었다. 청년 농부라고 했지만, 40대가 참석해 강연해주던 타 시군과 달리 완주는 20대가 참가해 귀농에 관해 강연해주었다. 이 모습에 젊은 청년 농부가 많을 것이라 생각한 진남현 농부는 바로 완주 귀농길에 올랐다.

유기농 시작은 장소 선택부터

완주에 처음 정착한 진남현 농부의 멘토가 되어준 사람은 바로 지난 달 월간친환경에 소개했던 이종란 농부였다. 마침 적은 정착비용으로 농사에 고민이 많던 진 농부에게 이종란 농부의 자연농법과 토종종자를 활용한 농업은 매력적이었다. 당시 3년간 100만 원씩 지원해주는 정착농 지원금도 받지 않았던 진남현 농부는 완주군 삼례읍에 정착했다가 유기농업에 대해 더욱 배우고 유기농업을 실천하기 위해 고산 내원, 현재의 자리로 옮겼다고 말했다.

창농대출로 처음에 1,700평의 논을 구매한 진남현 농부의 농지는 유기농을 하기에 천혜의 조건이었다. 진남현 농부의 농지 주변은 모두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주변에 다른 농가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비산이나 화학자재가 흘러들어와 오염될 걱정이 전혀 없고, 현재의 농지는 이전 농부가 20년간 유기농을 했던 자리여서 잔류농약의 위험도 없다고 한다. 한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이곳에는 전기도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요새같은 곳이라고 하니 유기농을 위해서 태어난 공간임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