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청정환경, 어메니티 서천
충청남도 최남단 서천이다. 낮은 구릉과 분지로 형성된 서면, 해안 갯벌 따라 들어온 ‘해돋이 마을’ 마량포구는 서해의 정동진이다. 일몰과 일출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천혜의 서해 해돋이 장소다. 빛무리로 터지는 해는 소망의 분출이다.
임진년 새해, 우리 모두의 삶에 안녕을 빈다!
마량리 동백나무숲(천연기념물 제 169호)을 향한 길목, 서천화력발전소를 돌아 동산으로 오르는 계단 양옆에 즐비한 동백의 장엄한 자태에 탄성이 저절로 나왔다. 현재 남은 85주의 동백 노거수는 500여년 해풍의 세월을 지킨 강인한 생명력의 나이테를 품었다. 동백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계절에 동백정에 올라 낙조(落照)로 붉디붉은 동백꽃을 보고 싶다.
점점 진하게 떨어지는 눈발과 함께 홍원항에 들어섰다. 포구에 정박한 배들이 정겹다. 싱싱한 생선이 담긴 나무상자가 새벽 어시장의 활기를 전해준다. 흥정이 끝난 아귀, 물메기를 척척 쇠꼬챙이로 낚아 마대에 담아 포장해 주는 아주머니가 인상적이다.
한산모시관으로 가는 길에 식당에서 맛본 청국장이 하도 맛있어 원조청국장을 찾아 나섰다. ‘천혜땅식품’ 여사장님이 10년간의 식당운영 끝에 냄새 없는 청국장에 승부를 건 이야기, 삶은 콩을 황토방에서 직접 발효시키는 과정, 황토방에서 건조한 무말랭이와 시래기를 수출하고, 모시잎과 분말 청국장을 넣은 냉면발 등 토속식품의 경쟁력이 대단함을 느낀다.
가공하지 않는 투박한 자연 가득 넘쳐
체험학습원 꿈꾸는 나무들 ‘서천식물예술원’(충남 서천군 가산면 화산리 170)이다. 식물 다음에 왜 ‘예술원’이 덧붙었는지 알겠다. 식물과 조형물이 지극한 인간의 손끝에서 예술로 승화된 자리다. 초등학교 교장출신 김재완 원장님의 평생 수집품인 분재, 도기, 1,000여 점의 옹기, 탑, 솟대가 연꽃정원, 미로정원, 솟대정원, 옹기전시장, 분재전시장, 민속체험관 곳곳에서 우리의 전통문화와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 있었다. 이 큰 시설물의 관리와 전시 모두를 사비로 운영하며, 방문객은 무료입장이라니 훈훈하다. 주인장의 깊은 내공력이다.
분재전시장 입구 작은 카페에서 따끈한 검은콩라떼 한 잔을 두 손으로 감싼다. 따습다. 아이 주먹만한 노란 열매를 단 수령 700년의 모과나무! 그 연륜에서 배어나오는 격조 있는 분위기에 압도되다. 육덕이 스러진 자리 정신의 빛깔은 저리 영롱하리라.
지난 해 세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된 한산모시 짜기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한산모시관은 한산세모시의 맥을 잇는 홍보와 휴식의 공간이다. 전시교육관, 길쌈놀이 전수관, 전통공방, 소곡주제조장, 한산모시공예 ? 공방을 갖췄다. 한산세모시는 가벼운 착용감, 통풍성, 깔깔한 질감 흡수력 다 좋지만, 백옥처럼 희고 맑은 색깔이 빚어낸 고결한 기품을 단연 으뜸으로 치고 싶다. 1,500년의 전통과 역사 속에 고스란히 지켜온 장인정신의 결정체다. 마침 전시관 공방에서는 방연옥(중요무형문화재 제 14호 한산모시짜기 보유자) 님의 시연이 있었다. 이제 한산세모시의 세계적인 패션명품 부활을 기대한다.
서천군 한산면 신성리 금강하구둑 약 20만㎡에 펼쳐진 신성리 갈대밭은 영화의 한 장면이다. 탐방객의 발걸음이 키를 훌쩍 넘은 갈대밭 샛길을, 잇닿은 데크를 따라 걷다 보면, 탁 트이는 해방감에 가슴이 후련하다. 가공하지 않은 투박한 자연이 내안 가득 찬다. 그리고 머리 위로 검은머리물떼새의 군무를 마주하는 행운이라면 서천이 준 행복의 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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