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공원으로 거듭나는 두물머리

4대강 사업으로 사라질 운명에 처했던 두물머리 유기농업지역이 생태학습장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지난달 14일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정평위원장인 이용훈 주교가 제시한 ‘생태학습장 조성’ 중재안을 4대강 추진본부 심명필 본부장과 두물머리 농민들이 수용했기 때문이다.
합의안의 요지는 두물머리를 친환경적인 생태체험학습장으로 조성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경기도와 양평군, 천주교, 농민측이 추천한 민관협의기구를 만들어 추진키로 하고, 기존의 유기농민들의 비닐하우스는 자진 철거한다는 것이다. 조성될 생태체험학습장에는 유기농 체험과 교육 등의 프로그램이 포함되는 것으로 되어 있어 기존의 유기농업체험농장 설치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친환경적인 생태체험학습장은 호주의 세레스 생태공원과 영국의 리턴생태공원을 모델로 하고 있다. 두물머리가 모델로 삼은 호주 세레스(CERES) 생태공원은 1982년 멜번 브런즈윅(Brunswick) 의회가 10에이커(12만 2,000평)의 땅을 10년간 지역사회에 임대해 주면서 시작됐다. 당시 이 일대는 공장지역이었고 공원이 들어선 곳은 쓰레기 집화장이었다. 공장들이 해외로 이전하면서 이 지역에 살고 있던 공장근로자들은 하루 아침에 실직자로 전락했다. 지역민을 위한 일자리 창출과 친환경적 여건 조성을 고민하던 정부는 이 지역에서 환경 및 사회정의 문제를 고민하던 사람들에게 쓰레기 하치장을 임대해 주고 공원을 조성토록 했다. 그 결과 세레스 공원은 지금 이 지역사회의 환경 교육과 유기농 교육, 지역 축제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생태환경 및 유기농 교육은 지속가능한 식량 생산을 추구하는 세레스 비전의 핵심이다.
세레스 홈페이지(http://www.ceres.org.au)에 따르면, 세레스는 연령과 능력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코스를 제공한다. 중학생을 위한 공인된 원예교육 프로그램과 성인을 위한 주말 워크숍까지, 모든 워크숍은 지속 가능한 원예와 생활 그리고 요리에 집중하고 종자 관리에서부터 가정에서의 신재생 에너지, 양계, 치즈 만들기, 빵 만들기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포괄한다.
두물머리가 세레스 모델을 지향한다는 것은 결국 유기농 체험교육장을 만들어 4대강식 막무가내 개발이 아닌 생태보전을 통한 새로운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두물머리를 지키고 있는 4명의 농민들은 앞으로 “합의서 상에 유기농장을 만들자는 내용이 있지는 않지만 반드시 유기농 농장이 조성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 말하며, 유기농 농장이 조성되면 ‘공익법인’을 만들어 운영하도록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실제로 그간 농민들은 두물머리에 획일적인 자전거도로와 공원이 아닌 유기농 발원지에 유기농장을 함께 만들자고 제안한 바 있고, 온실이 아닌 노지재배를, 개인영농이 아닌 공익법인을 전환할 수 있다고 입장을 밝힌바 있다. 농민들의 이런 제안은 하천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으면서 심지어 정부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에서도 권장하고 있는 내용이었다. 결국 이번 사회적 합의로 2009년 6월 정부의 4대강 마스터플랜이 발표된지 3년여 만에 두물머리를 둘러싼 정부와 농민, 종교계, 시민사회간의 오랜 불신과 갈등이 일단락 짓게 되었다.
멀리 돌아오게 됐지만 이번 합의의 취지는 상생이다.
앞으로 생태체험학습장을 통해 유기농지를 보전하고, 환경·생태·농업교육의 장으로 거듭날 두물머리를 기대해 본다.
발행인 이영자 yjagr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