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득한 한 장의 빛바랜 사진…. 신입생 문학동아리 MT에서 수인선 협궤열차에 흔들리며 갔다. 소래포구였다. 갯벌 물웅덩이서 건진 망둥어의 생경함과 밀물에 떠밀려 허둥지둥 바라본 서해낙조의 아름다움은 내 기억에 오래 둥지를 틀었다.
나는 풍문으로만 들었다. 1995년에 안전상의 이유와 적자누적으로 운행이 중단됐던 수인선을 올해 재개통하면서 17년 만에 다시 달리게 되었다고. 특히 김장철과 맞물린 ‘소래포구 젓갈열차’ 운행은 수도권에서의 나들이를 한결 가볍게 했다. 소래포구종합어시장에 들어섰다. 아직 이른 시간이지만 시장안은 떠들썩한 활기로 넘쳐나 장바닥에 발을 딛자마자 그 분위기에 휩쓸려든다.
곰삭은 새우젓이 드럼통위에 수북수북 종류별로 쌓였고, 멸치젓 ? 꼴뚜기젓 ? 밴댕이젓 ?  게젓 등 온갖 젓갈이며, 함지박을 뒤집을 기세로 펄떡이는 활어횟감과 소쿠리 가득담은 꽃게를 흥정하는 상인과 방문객으로 시장 안은 유쾌하다. 새우젓과 굴, 갈치, 고등어를 담은 비닐봉지의 무게만큼 푸근해진 마음으로 나왔다.
소래포구에서 나와 큰길을 건너자 바로 소래습지생태공원이다. 초겨울의 싸늘한 바람에 등 떠밀다시피 탐방데크를 밟자 눈앞에 펼쳐지는 갯벌의 장관! 고층아파트가 둘러싼 소래포구를 벗어나 원시의 자연에 맞닿다니 놀라움이다. 소래습지생태공원은(1,561천㎡) 90년대까지 우리나라 소금 총생산의 30%를 차지한 큰 염전이었으나 이후 폐염전과 갯벌, 갯골 지역을 공원으로 조성(2009. 5.)하고, 다양한 생물군락지와 철새도래지를 복원하여 지역주민의 사랑을 받는 휴식공간으로 탄생했다. 목교아래 염전 체험장에서는 소담스런 천일염이 쏟아질 듯 생생한 분위기가 눈길을 끌었다. 투박한 검정색 목재 소금창고, 벌판에 좍 깔린 붉은 잎 칠면초와 무리진 갈대를 전경으로 저 만치서 있는 풍차까지 한 폭의 그림이다. 갯벌을 통해 자연과 하나 된 이 공간이 공존의 중요성과 생명존중을 일깨우는 배움의 장소였다.

곧장 인천의 명물 차이나타운에 도착했다. 최근에 떠오른 곳이라는 내 생각은 선입견이었다. 우리의 근대사와 함께 화교의 애환이 서린 이 지역은 1883년 인천항 개항 이후 정착한 중국인들에 의해 독특한 중국문화가 형성된다. 중국의 급부상과 세계화 바람을 타고 이곳의 역사성과 문화성이 재조명되면서 인천의 관광 명소로 수많은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밴댕이회거리 경사로에 들어서자 중국풍의 2층 건물이 즐비하다. 홍등을 내걸은 건물입구부터 건물외벽도 간판도 붉은 색 일색으로 화려하다. 짜장면 박물관 앞 철가방을 든 상징물이 친근하다. 원조 자장면 100년의 역사가 눈앞에 있다. 오리훈제꼬치를 굽는 화교상인의 손길이 분주하다. 바삭한 거죽과 달콤한 속의 조화가 핵심인 공갈빵과 월병이 상점 진열대마다 그득하다. 팥소, 말린 과일, 견과류 등으로 속을 채운 월병을 중국에서는 중추절에 서로 나누어 먹으면서 행복을 빌어준단다. 블루베리 월병을 몇 개 샀다. 반으로 갈라 먹으며 저무는 임진년의 마무리 행복을 빈다.

추억은 부패하지 않는 그리움이다. 50년이 훌쩍 지났어도 소년은 그곳에 그대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