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초’라고 불리는 포항의 시금치는 일반 시금치에 비해 키가 작지만 오히려 뿌리를 중심으로 옆으로 자라 향과 영양분이 고루 퍼져 뛰어난 맛을 자랑한다. 찬 겨울의 바닷바람을 먹고 피어난 푸른 얼굴, 포항초의 달콤한 유혹에 빠져보자.

포항초를 아시나요~
추운 겨울 제철 농산물을 찾다보면 반드시 떠오르는 채소가 바로 시금치이며 시금치는 겨울철에 가장 맛있다. 가장 맛있는 시금치를 찾다보면 자연스레 ‘포항초’를 찾게 된다. 포항에서만 재배된다해서 붙여진 포항초는 일반 개량종 시금치에 비해 키가 작지만 향과 맛은 훨씬 뛰어나고, 가격 또한 비싸다.
포항에서 시금치 재배로 가장 유명한 인사는 경북친환경농업인연합회 이등질 회장이다. 1989년부터 시금치 재배를 해온 그는 2005년 석탄산업훈장을 비롯해 다양한 상을 수상했으며, 포항초 중 유기농으로 재배된 ‘곡강 시금치’를 포항의 대표적인 친환경농산물로 만든 장본인이다.
“포항이 시금치가 유명한 이유는 지리적 특성 때문입니다. 시금치는 겨울에 자라지만 냉해 피해를 입을 수 있으며 날씨가 너무 따뜻하면 추대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기후적 조건을 모두 갖춘 곳이 바로 포항입니다. 또한 겨울에 눈이 거의 오지 않고 물 빠짐이 좋아 시금치 재배에 최적지입니다. 바닷바람 속에 함유된 미네랄을 듬뿍 먹은 포항초는 타 지역 시금치와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지역적 특성을 살리고, 적은 투자로 성공할 수 있는 작물, 그리고 특화된 브랜드를 만들자. 이 세 가지를 생각하다 보니 시금치가 떠올랐습니다. 지원사업에 발목을 잡히지 말고, 빚 없이 손쉽게 할 수 있는 노지 작물이 바로 시금치였습니다.”
포항에서도 가장 가난한 마을이었던 흥해읍 곡강리. 차도 다닐 수 없는 갈대 뿐인 이지역을 이등질 회장은 저수지 축조, 개간 등을 통해 전국 제일의 시금치 재배지로 만들었다.

시금치 종류는 두 가지?
시금치의 품종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될 수 있다. 봄에 파종해 여름에 먹는 서양계종과 가을에 파종해 겨울에 수확하는 동양계 종이다. 서양계종은 병충해에 강하고 더운 기후에 잘 자라지만 맛이 떨어지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포항초는 동양계 종으로 잎이 두껍고 맛과 향이 진하지만, 병충해가 많다. 특히 노지에서 해풍을 받고 자란 포항초는 다른 시금치에 비해 맛고 향이 일품이다.


기본에 충실한 유기농업
이 회장은 9월에 파종해 이듬해 4월까지 시금치를 수확한다. 다른 지역은 시금치 재배 후 벼를 심거나, 다른 작물을 파종하지만 곡강지역의 친환경농업인들은 일년에 1기작으로 시금치만을 재배한다. 건강하지 못한 땅에 건강한 유기농산물이 나올 수 없다는 유기농업의 기본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시금치 작기가 끝나면 두과작물로 콩을 재배한다. 수확하기 위한 콩이 아니라 토양의 지력 증진을 위해서 심는 것이다.
토양관리는 기본 중에 기본. 일 년에 한 번 시료를 채취해 정밀분석을 의뢰한 후 전년대비 토양의 변화를 면밀히 살펴본다. 토양이 얼마나 변화했는지, 부족한 영양분이 무엇인지 확인 후 적절한 영양분을 공급해 준다.
“유럽에 가서 유기농업을 많이 배웠습니다. 윤작과 휴작, 그리고 두과작물 재배 등은 유기농선진국에서는 가장 기본이 되는 것들이었습니다. 국내에 들어와서 최소한 기본은 지키자는 마음으로 기본에 충실한 유기농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초창기에 인증을 받기 위해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이제는 포항초의 명성이 널리 알려져 매우 기쁩니다.”

유기농업으로 성공하는 방법에 대해 이 회장은 “유기농업과 돈을 연관시키지 말아라”고 웃으며 말한다. 기본에 충실한 유기농업을 실천하면 물질적인 성공은 알아서 찾아온다는 말인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