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3회 한국난명품전국대회 관람기

귀하신 손님의 내방으로 내륙도시 충북 충주시가 화들짝 깬다. 제 23회 한국난명품전국대회에 ((사)한국난문화협회 충북협회주관. 실내체육관. 3월 15일~ 16일) 선보인 한국춘란, 동양란, 풍란 등 1,000여 점이 그 주인공이다. 청명한 봄날 펼쳐놓은 내 고장 난잔치에 동무들과 호호깔깔 어울려 난을 감상하는 간만의 호사를 누린다. 육중한 체육관출입문 너머 난세계는 별유천지. 문외한의 두 눈이 번쩍, 반들반들 기름을 먹인 듯 난잎은 생그럽고 파스텔톤 꽃은 때깔부터 범상치 않다. 쭉쭉 뻗은 축하용 난이파리와 색조화장으로 치장한 듯 화려분방한 양란만 보다가 조막만한 한국춘란이 풍기는 아취(雅趣)는 막무가내로 사람을 잡아끈다. 서예가가 일필휘지로 친 듯 군더더기 없이 매끈하게 떨어진 잎. 잎새로 가녀린 꽃대에 감싸안긴 꽃의 자태와 꽃물이 빚어내는 청초함과 고결함은 상상을 초월한다. 단아함과 수수한 일면, 은근 섬세화려한 반전이 미묘하다. 그래서 난을 칭송하고 사모하는 어록이 끊이질 않았구나. 선비와 군자를 넘어서 누구나에게 심신의 청량제가 되는 꽃+잎으로 정의한다. 올해의 대상 주금소심(윤정만, 경북협회)을 비롯한 최우수상 황화소심(권영상, 충북난협) 등 전시회장에 도열한 작품 하나하나의 완성도와 품격에 압도된다. 초보는 난의 품명과 품종명이 명칭과 족보정도로 이해하면서 꽃의 형태, 색깔, 무늬와 명찰을 번갈아 보며 한층 높은 난문화에 동참한다. 전국의 애란인과 충주시민이 함께 공유하는 축제의 장에서 아름다운 난(蘭)의 자태와 애란인의 마음을 보고, 23회라는 긴 세월동안 자리를 마련한 주최측과 작품을 얻기까지 인내와 노고를 마다않은 모든 분들께 경의와 존경을 표한다. 더욱이 ‘난세계’ 발행인인 동창 이영자 사장의 고향방문인지라 더욱 의미가 깊었다.

고향의 친환경 미술관 ‘성마루’ 이야기

충주나들목을 빠져나와 한국교통대 못미처 건너편 산자락에 안긴 성마루미술관(충주시 이류면 장성리 243. 부지 3만 3,000㎡ 건물 330㎡)을 찾은 시간에도 조태남 관장(62세)의 손길은 분주하다. 지난 2007년 미술관을 손수 시공·개관 이후 현장을 관리손질하는 작업이 일상이 됐다. 설립배경으로 조관장은 고향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정착하기 위해서라고 입을 연다. 32년간의 교직생활 틈틈 좋은 작품에 대한 애착과 수집은 서예, 한국화, 서양화, 도자기 등 200여 작품을 수장하기에 이르고, 그림 벽(癖)은 끝내 자비로(퇴직금) 미술관을 완성했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척박한 소도시에 문화예술 공간을 설립한 개인의 의지와 열정이 놀랍다. 연중 10여 회의 전시회를 꾸준히 개최하여 작가·동호인·학생·가족·지역주민 위주의 방문객에게 큰 호응을 얻는다. 이달엔 조순형 작가의 한국화 50여 점을 전시한다. 고향길 고샅의 방구돌 마냥 ‘성마루’는 펀펀하다. 언제나 열린 공간에서 언제까지나 찾는 이들이 마음 편히 쉬도록 안팎을 조성하고 가꾸겠다고 주인장은 소박한 포부를 드러낸다. 부대시설로는 묘목부터 키운 30년 이상의 소나무·전나무·주목·구상나무·단풍나무·모과 등 유실수와 각종 야생화와 초본류로 가득찬 수목원(1만 6,000여㎡), 벌써부터 개구리떼 울음이 자글자글 넘치는 연못, 수벽정(守癖亭) 쉼터, 반딧불이 총총한 야외전시장이 있다. 평생을 농부셨던 부모님 곁에서 평생 걸어온 교육자의 길은 거름이 되어 다시 그를 거침없고 순수한 농사꾼으로 세웠다. 예술에 목마른 고향의 시민과 예술가의 안식처이자 충주를 대표하는 문화예술의 명소 ‘성마루’를 일구는 농사꾼으로…. 하여 황금만이 세상의 길로 인식된 세태에 영혼의 반딧불이로 반짝반짝 길을 비추리라. 아울러 조관장을 내조하는 동창 양창희(금년 교직명퇴) 쌤아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