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고서면에서 유기농포도를 재배하고 있는 아침이슬농장의 박일주 명인. 한·칠레 FTA를 계기로 친환경 고급 포도재배에 매진하고 있다

전남 권역별 대표 농장 - 전남도 유기명인 담양 박일주 명인

위기를 기회로, 고당도 유기농포도에 매진

| 전남 담양 아침이슬농장 박일주 명인 |

지난 2004년 4월 1일. 정부는 칠레와 FTA(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다. 우리나라가 체결한 최초 FTA 협정이었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한 순간이었다. 한국과 칠레 간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수출 확대 및 안정적 원자재를 확보해 상호간 번영을 누리자는 게 그 취지였다. 협정 이후 칠레에서 포도와 포도주의 대량의 수입이 예상되어 국내 포도 농가들은 비상상황을 맞이했다. 하지만 당시 한·칠레 FTA 위기를 기회로 극복한 유기농포도 농가가 있다. 전남 담양의 박일주 전남 유기명인이 주인공이다. | 김경윤 기자 |

친환경·유기농포도의 시작은

“한·칠레 FTA를 계기로 친환경포도를 시작했습니다. 지난 98년도부터 포도 농사를 시작했었는데 FTA 협정 이후 분위기가 ‘이제는 포도가 안 된다’는 여론이었습니다. 하지만 나름의 역발상이 주효했습니다. ‘수입하면 값이 비싸고 장기간 유통을 위해 농약을 할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친환경을 해서 고급화 포도를 하면 되겠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전남 담양 고서면의 박일주 전남유기농 명인이 처음으로 친환경포도 농업을 시작한 계기다. 한·칠레 FTA라는 거대한 파고 속에서 박 명인은 우리포도가 갈 길은 친환경 고급화 전략이라고 판단했다. 당시 국내 포도산업에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한 언론사가 박 명인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당시 박 명인은 “한·칠레 FTA 위기 극복을 위해 무농약을 거쳐 유기농에도 도전하겠다”라고 인터뷰에서 밝혔다고 한다.

하지만 시작은 만만치 않았다. 2002년 처음 친환경 농업을 시작할 당시에는 친환경포도를 찾는 소비자들이 많지 않았다. 또 친환경 판로 매장 역시 적어 생산자의 경우 헐값에 애지중지하던 친환경포도를 넘기는 경우도 많았다. 박 대표는 포도즙 가공과 고서포도와인을 준비하면서 어려운 시기를 이겨냈다. 최근 4년 전부터 학교급식으로 친환경포도가 들어가면서 많이 수월해 졌다고 한다.

왜 담양 포도인가?

전남 담양은 영산강 상류에 위치한 청정지역으로 유명하다.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대규모 공업단지나 특별 유해시설이 없기 때문에 공기 맑고 물이 풍부하다. 특히 담양은 일사량이 풍부한 지역이어서 포도 재배에 유리하며, 당도 높은 포도가 생산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담양 포도는 높은 당도가 자랑입니다. 아침이슬농장의 캠벨 포도 경우 17~19 °Bx까지 당도가 나오고 입습니다. 다른 지역보다 2~3°Bx 높은 고당도 포도라고 자부합니다.”

박 명인은 고당도 담양 포도를 강조한다. 지난 1892년 미국 오하이오 주에서 개발된 캠벨 얼리 품종은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많이 재배되는 품종으로 유명하며, 전체 생산량의 약 80%를 차지한다.

비료 사용하지 않아 충해 적어

유기농 명인들에게는 각자의 충해방제 및 토양관리 비법이 있다. 박 명인에게 방제의 기술을 물으니 심플하게 답변이 들어온다.

“우선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병충해가 적습니다! 일차적으로 농장에 방충망을 사용하고 있고, 내부에서는 전기식 해충포획기를 사용해 예방하고 있습니다.”

박 명인의 또 다른 해충 퇴치 비법은 자연농법으로 석회유황합제를 제작해 살포하는 방법이다. 박 명인은 직접 황토분말, 천일염, 천매암 분말, 유황, 그리고 가성소다 등을 배합해 석회유황합제를 만들어 사용한다. 은행잎, 오동나무잎, 자리공, 그리고 청양고추 등으로 독초추출액을 제조해 천연살충제로 사용하기도 한다.

맥반석 정수기로 과수에 물 줘

박 명인은 친환경농업에 가장 중요한 부분은 ‘땅심갖추기’라고 강조한다. 박 명인은 과수원에서 풀을 깨긋이 뽑아주는 청경재배(淸耕栽培) 대신에 풀을 가꿔주는 초생재배(草生栽培)를 해준다. 초생재배를 하면 토양침식이 방지되고 제초에 신경을 덜 써도 되고, 무엇보다도 ‘땅심’, 즉 지력이 증진되기 때문이다.

“토양관리는 퇴비 위주로하고 초생재배를 해서 일년에 네 번정도 풀을 베어 주니 땅이 좋아지는 효과 나타납니다. 땅에 유기물이 풍부하면 땅심이 올라가는 효과가 나타나지요.”

여기에 박 명인은 과수에 뿌리는 물을 관리한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과수 역시 물을 잘 흡수해야 잘 큰다는 게 박 명인의 지론이다. 박 명인은 어린 시절 시냇가 자갈 사이로 흐르던 맑은 물을 생각하면서 자체적으로 정수기를 제작했다. 대형 정수통에 숯, 세라믹, 그리고 맥반석을 추가해 실용적인 정수기를 제작했다. 처음에는 큰 효과를 기대하지 않았지만, 맥반석을 넣어 주니 확실히 물이 정수되는 효과를 봤다. 3~5년을 주기로 과수원의 유기농심사를 받는데 심사 때마다 수질은 최상등급을 유지했다.

소비자에게 신뢰받는 과수원 되길 원해

보통 농가들에게 향후 농가 운영 계획을 물으면 ‘생산량을 증대’ 하거나, ‘시설을 확장’하거나, ‘신제품을 제작 출시’하는 등의 산업 확장적인 답변을 듣기 쉽다. 하지만 박 명인은 달랐다. 박 명인은 “소비자가 믿을 수 있는 최고 품질을 위해 더 노력한다”라고 말했다.

아침이슬농장의 유기농포도 주 소비자 중에 암과 아토피 환자들이 상당수 있다. 박 명인은 이런 환자 소비자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최근 들어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샤인머스켓 포도를 물어 보니, “‘지베렐린’처리 때문에 친환경 농사꾼에겐 맞지 않다”라고 말한다. 친환경·유기농을 선도하는 전남도의 유기농 명인다운 자세였다. 올해로 73세를 맞은 박 명인은 “자녀들이 아직 직장생활을 하지만, 곧 돌아와서 농장일을 같이 할 것이다”라고 강조하며, “특히 와인도 제조하고 있어 매년 더 많은 소비자들과 만나고 있다”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