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군 장안면에서 초등학교 졸업 후부터 대를 이어서 고추 재배를 한 농부가 있다. 45년 동안 고향을 지키며 고추를 재배하는 농부는 ‘내 가족들에게 건강하고 안전한 농산물을 먹이고 싶다는 생각’에 유기농을, 토종 고추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이 달의 1박사 1농부의 주인공은 뚝심 있게 유기농 토종고추를 재배하는 안광진 농부다.

| 1농부_안광진•1박사_국립농업과학원 유기농업과 박광래•이경민 기자 |

토종 고추, 맛과 향으로 차별화

“우리나라에서 고추를 재배하는 농가는 많습니다. 다들 자기 고추가 가장 좋다고 합니다. 하지만 다들 비슷한 품종으로, 비슷한 환경에서 재배하는데.... 차별성이 없는 것이지요. 그래서 소비자들에게 건강하게 키운 우리 고유의 고추 맛을 보여주고 싶어 토종고추를 선택했습니다.”

유기농군 괴산에서 45년째 고추를 재배하고 있는 유기고추 재배명인 안광진 농부는 유기농 토종고추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3,500평, 23동의 하우스에서는 토종고추인 유월초를 비롯해 다양한 품목의 토종고추가 자라고 있다.

안 농부가 주력으로 재배하고 있는 ‘유월초’는 개량종 고추에 비해 수량과 수익성은 떨어지지만 한 번 맛을 본 소비자들은 해마다 안 농부의 유기농 토종 유월초를 찾는다. 그 이유는 유월초의 고유의 맛과 향 때문이다. 유월초는 매운 맛이 청양고추처럼 강하지 않아도 부드럽고, 입안을 감도는 매콤한 맛이 일품이다. 특히 고춧가루로 만들었을 때 고운 빛깔과 달콤한 맛이 나기 때문에 매년 소비자들은 유월초를 기다리고 있다.

유기농기술포인트1 농사는 토양이 짓는 것! 철저한 토양 관리

“농사는 사람이 키우는 것이 아니라 땅이 키우는 것입니다.”

안 농부의 지론은 확실하다. 유기농 고추를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농약과 비료를 사용하지 않고도 고추를 생산하는 비결은 토양에 있다고 생각해 토양을 살리는 데 5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했다. 가장 핵심적인 방법이 고추 헛골 사이에 영양분이 풍부한 청보리를 심는 것이었다.

질소, 인산 등이 풍부한 청보리를 심고 갈아엎어 토양에 유기물을 공급했다. 녹비작물인 청보리 공급은 해를 거듭할수록 땅을 비옥하게 만들어 주었으며, 토양의 물리성 또한 좋아졌다. 좋아지는 토양 덕분에 고추의 뿌리가 더욱 깊게 내리게 됐으며, 이로 인해 영양분 흡수량이 많아져 해가 갈수록 튼튼해지는 고추를 볼 수 있었다.

“청보리는 1석 4조의 효과가 있습니다. 토양의 비옥도를 높여주고, 뿌리 활착이 좋아지며, 잡초를 억제해주고, 그 유인효과로 탄저병과 진딧물 등의 병충해도 감소시켜 줍니다.”

고추를 재배하고 남은 부산물 또한 모두 토양에 환원해 주며, 추비 경우에는 농업기술센터에서 공급하고 있는 미생물 배양액과 퇴비차를 제조해 고추의 생육을 보면서 공급하고 있다.

안 농부가 토양관리 다음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물 관리이다. 물을 시기에 맞춰 공급해야 마디도 짧고 잘 크기 때문이다. 수분공급이 과하면 도장이 되거나 절간이 길어져 고추의 결실부족을 일으킨다. 그렇기 때문에 안 농부는 항상 고추의 생육을 관찰하며 고추잎이 조금 처졌을 경우에 수분을 공급해 고품질 고추를 생산하고 있다.

유기농기술포인트2 - 토종고추의 단점, 접목으로 극복

맛과 향으로 차별화된 토종 고추는 바이러스와 역병에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안 농부는 토양의 오염, 그리고 기후변화가 그 이유라고 강조한다.

“예전에 부모님들이 고추를 재배할 때는 농약이나 비료를 사용하지 않고도 고추 농사가 잘 됐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토양이 오염됐기 때문에 고유의 토종종자가 버티지 못하는 것입니다. 또한 기후변화로 인한 온도 변화에 토종종자가 제대로 힘을 발휘하고 있지 못합니다.”

안 농부는 토종고추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뿌리역병에 강한 품종에 토종고추를 접목해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접목 재배를 할 경우 뿌리가 튼튼해지며, 흡비력도 좋아져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하다. 또한 토종 고추 재배에 문제가 되는 바이러스도, 접목된 고추를 사용해 생육 초기에 세력을 강하게 올려 바이러스를 예방하고 있다.

유기농기술포인트3 - 제대로 알고, 꼼꼼히 방제하라

안 농부는 은행, 백두홍, 고삼 등의 식물성 추출물을 활용해 병해충을 예방하고 있으며, 헛골에 물을 흘려 습도를 높이는 등 재배환경을 조절해 고추 흰가루병에 대한 친환경 방제를 실시하고 있다.

“예전에는 병해충 방제, 영양분 공급을 위해 다양한 유기농자재를 직접 자가제조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공시된 유기농자재도 많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병해충 방제용으로 사용해 오던 백두홍과 고삼도 가격이 많이 올랐습니다. 시간과 경제적인 면을 고려해 보면 유기농자재의 활용도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충의 피해가 있을 경우에는 고삼 성분이 들어 있는 유기농자재를 선택해 골고루 잘 묻게 자재를 살포하는 것이 좋으며, 이후 데리스가 포함되어 있는 자재, 제충국이 포함되어 있는 자재를 기간을 두고 살포하면 나방류, 진딧물류, 총채류를 제대로 방제할 수 있다.

유기농기술포인트4 - 신뢰로 연결된 소비. 판로 확대는 직거래

옛날맛농장에서 생산된 유기농 토종고추는 전량 직거래로 판매되고 있는데, 물량이 부족해서 못 파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매년 구매를 원하는 고정고객만 400여 명이 넘는다. 또한 직접 소비자에게 적정한 가격을 제시하는 등 품질과 신용을 시키고 있어 전국에서 배송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SNS 홍보 등은 전혀 하지 않습니다. 한번 맛본 소비자들은 저희 고추만 구매합니다. 현재 6,000근 정도 수확하는데 물량이 항상 부족합니다. 김치를 담가보면 차이가 더 확실하게 난다고 소비자들이 말을 합니다.”

옛날맛농장은 7월 25일 첫 수확을 한다. 주위 농가와 달리 일주일 정도 늦게 수확기가 지나서 수확을 하고 있다. 이유는 속까지 익은 고추를 따기 위해서이다. 속까지 충분히 익은 고추를 수확해 고춧가루를 만들어야 색이 곱고, 맛도 잘 나오기 때문이다.

유기농기술포인트5 - 토종 고추, 혼자가 아닌 함께

안 농부는 유기농고추연구회 초대회장직을 맡아 30여 년 이상 유기농 고추재배의 노하우를 청년농업인들에게 전수하며 소득증대에 앞장서왔다.

유기농고추연구회는 고추 주산지와 유기농업군인 괴산 지역의 명성을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창립된 연구단체로 유기농 고추 재배에 앞장서고 있다. 또한 옛날맛농장은 1년에 20회 이상 귀농·귀촌인들이 방문하는 교육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지난해부터는 괴산군 농업기술센터와 협력해 토종종자 시범포를 운영하고 있다.

“토종고추는 개량종고추와 달리 수량과 수익성은 떨어지지만 맛과 품질에서만큼은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전국에서 가장 좋은 고추, 소비자가 찾는 고추, 환경과 미래를 생각하는 고추를 생산하는 것이 평생 목표입니다. 유기농업은 사명감 없이는 힘든 농업이기 때문에 후배 농업인들에게 철학을 심어주는데 앞장서고 싶습니다.

괴산군, 맛있고 안전한 토종고추 집중육성

토종고추는 매운맛이 강하고 색깔이 좋아 고추 품종 중 가장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지만 수확량이 적어 대량 생산이 어려운 품목 중 하나로 알려져 있으며 소비자들이 사고 싶어도 없어서 못사는 희소성이 높은 고추종자다. 괴산군 농업기술센터는 관내 농가들에게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유기농 토종고추품종 보급을 위해 안광진 농가와 손을 잡고 농가에서 재배하고 있던 유월초, 광진초 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재배중인 토종고추 26종을 수집, 작년에 실증재배를 통해 유월초, 이육사, 이운사 등 15품종을 선발했다, 올해는 이 토종고추 15종과 시중품종 5종을 비교 재배해 품질과 수확량, 소비자 선호도를 조사하고 있다. 또 장연면 광진리 안광진 농가 하우스에는 유기농으로, 칠성면 둔율마을 노지밭에는 관행으로 재배해 유기농과 관행재배 차이도 비교해 볼 계획이다. 군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우수한 2~3품종을 선발해 토종고추 종자를 관내 희망농가에 보급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