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은 사회적인 것입니다. 본인이 농사를 잘 지어서 명품 농산물을 생산해 백화점에 납품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돈 있는 몇 몇의 사람들을 위해서만 유기농산물을 생산하는 것이 과연 맞을까요? 유기농업 뿐 아니라 농업은 기본적으로 공공의 영역입니다. 저는 돈이 있거나, 없거나 먹거리로 소외되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휴전선 접경지역인 파주시 파평면에서 유기농 배를 생산하는 아름다운 몽상가, 김상기 농부가 이 달의 1박사 1농부 주인공이다.

| 1농부_김상기•1박사_국립농업과학원 유기농업과 박광래•이경민 기자 |

초보 귀농인에서 지역의 리더로~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 임진강 자락에 유기농 배와 양파, 감자 등이 자라는 평화농장이 김상기 농부의 일터이다. DMZ 평화농장은 한살림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만든 평화와 통일의 염원이 담겨 있는 농장이다.

“2001년 경기도 파주로 귀농을 해 신념대로 유기농업을 실천했습니다. 연고도 없는 이곳에서 마을주민들과 어울려 차근차근 농사일을 배우며, 지역과 밀착된 활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친환경농사를 하다 보니 도시소비자와 더 많이 대화하고 소통하는 일이 필요해 과수원의 배나무를 소비자들에게 분양하는 일도 하고, 체험행사도 많이 진행했습니다.”

초보 귀농인이었던 김상기 농부는 차츰 지역 생산자로 활동을 하게 되고, 파평면 금파리 일대 마을주민들에게 친환경농업을 전파해 현재 9농가의 생산자 공동체는 내년에 모두 유기농인증을 받게 되었다. 지역의 친환경농업을 선도해온 그는 파주시친환경농업인연합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장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유기농기술포인트1 기후변화의 시대, 내 작물에 대한 면밀한 관찰이 필요

민통선 안에 위치한 평화농장도 기후변화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김상기 농부는 이제는 아무도 냉해에 대해 장담을 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적뢰작업이나 적화작업을 이제는 할 수가 없습니다. 같은 지역에서 배농사를 하는 회원들도 냉해 피해를 많이 봤습니다. 적뢰, 적화 작업 후에 갑자기 한파가 몰려오면 그 해 농사는 큰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습니다. 예전에 책에서 배웠던 방제력은 참고사항 일뿐이지 정답은 아닙니다. ‘작물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처럼 자신의 농장을 항상 관찰하고, 나무의 상태를 보면서 본인이 판단을 해야 합니다.”

최근 들어서는 개화기 전·후 늦서리 피해나 강우 등으로 적과를 너무 일찍 완료하면 안정된 결실을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적과는 꽃이 떨어진 다음 1주일 후에부터 진행하지만 올해에는 적뢰, 적화는 물론 적화까지 거의 진행하지 않았다. 과실의 세포분열을 촉진시키기 위해 적과는 꼭 필요한 작업이었지만 올해 적과까지 건너 뛴 것이 도움이 되었다

유기농기술포인트2 소규모 경축순환농업의 롤 모델

4,500평의 면적에 800그루의 유기농 배나무가 자라고 있는 평화농장. 이 농장은 소규모 경축순환농업을 실천하고 있는 농장이다.

“파주 친환경농업인연합회를 시작할 때부터 경축순환농업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지역에서 친환경 축산을 하는 농부, 토종닭을 키우는 농부, 수도작을 하는 농부들을 묶어서 함께 할 수 있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국내에서 유기재배를 실시하는 농민들은 대부분 소농들입니다. 소규모 유기재배에서는 퇴비장 시설을 갖추면 지역의 부산물을 활용한 경축순환농업을 실천할 수 있습니다.”

친환경축분과 계분, 그리고 수도작에서 나오는 쌀겨와 농사 부산물들은 모두 퇴비화 과정을 거쳐 다시 논과 밭으로 환원된다. 퇴비화 과정에서는 토착미생물을 넣고 6개월 정도 발효를 시킨 후 사용한다. 지역에서 나오는 부산물이 적을 경우에는 안성에서 유기축산 우분을 가져와 사용하기도 하며, 한 가지 축분만을 지속적으로 사용하기 보다는 우분, 계분 등을 혼합해서 사용한다. 이렇게 해야 영양분 공급면이나 수급면에서도 수월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발효시켜 만든 퇴비는 12월에 나무의 상태를 보면서 공급해준다.

유기농기술포인트3 균 방제는 철저히

유기농 배 재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검은별무늬병이다. 배 꽃눈이 살짝 올라오기 시작하는 4월초 석회유황합제를 사용해 방제를 실시하며, 꽃눈이 올라와서 꽃받침이 살짝 벌어질 때 쯤 방제를 실시해야 한다. 꽃받침 속에 검은별무늬병 포자가 월동하기 때문에 이 시점에 석회유황합제를 구석구석 꼼꼼히 뿌려줘야 한다.

“균 방제는 정말 대안이 없는 것 같습니다. 올해 균방제를 위해 석회유황합제를 30번이 넘게 살포 했습니다. 올해 초 봄에 비가 많이 왔기 때문에 방제가 무척 어려웠습니다. 검은별무늬병을 비롯한 병들은 밭에서 월동된 포자가 2월부터 움직이기 시작하고, 4월에 온도와 습도가 맞으면 퍼지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지속적으로 방제를 해야 하는 것입니다.”

석회유황합제는 비오기 전 골고루 살포해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며, 비가 오면 다시 10시간 이내에 살포해야 한다. 검은별무늬병 포자는 온도와 습도 등 조건이 맞으면 몇 시간 이내에 뿌리를 내리고 활동을 시작한다. 농약의 경우 침투성이기 때문에 병원균이 침입한 후에도 살포하면 균을 죽일 수 있지만 유기농업 자재 중 병원균 침입 후 살포해 균을 죽이는 자재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비가 오기 전, 비가 온 후 꾸준히 석회유황합제를 살포해야 하는 것이다.

“석회유황합제를 주로 사용하며, 유기농자재의 경우에도 하나의 자재를 두 번 이상 뿌리지 않고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사용하면 내성이 생기기 때문에 한번 살포한 후에는 다른 자재를 번갈아 가며 살포하고 있습니다.”

유기농기술포인트 4 농업에 대한 인식 전환이 급선무

김상기 농부는 ‘농업은 사회적인 합의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교육에서 농업이 빠졌기 때문에 일상 속에서 국민들은 농업을 ‘경관’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농업이 바로 내 삶의 바탕입니다. 하지만 국민들에게 농업은 너무나 먼 이야기입니다. 농업에 대해 무감각해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몇 달 전 뉴스에는 온 통 ‘금(金)대파’ 이야기가 도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왜 금대파가 되었는지 보다는 농업을 물가의 한 축으로만 보고 비싸다라고만 하는 것입니다. 이제는 소비자가 요구를 할 때입니다. 식의 문제는 국민적 시선의 문제이기 때문에 식량주권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하며, 정부도 이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실시해야 합니다. 매년 국민들이 건강검진을 받는 것처럼 앞으로는 생산에서 밥상까지 주기적인 먹거리 검진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