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배추, 브로콜리, 감자, 양파, 배추, 취나물, 유채나물 등 10개가 넘는 품목을 재배하고 있습니다. 남들은 취나물이나 유채나물을 재배하지 않지만, 대표를 맡고 있으니 남들이 꺼려하는 작물도 제가 앞장서서 재배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 아이들이 먹는 것인데 힘들더라도 제가 나서야지요.” (사)제주친환경연합생산자회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강대헌 농부. 제주 친환경학교급식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강 농부가 임인년 첫 번째 1박사 1농부의 주인공이다.

1농부_강대헌•1박사_국립농업과학원 유기농업과 박광래•이경민기자

판로가 없었던 가시밭길. 친환경농업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월동채소 농사에 여념이 없는 강대헌 농부의 친환경농업 스토리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1990년 초에 유자나무를 심으며 친환경농업을 시작했습니다. 껍질째 먹어야 하는 과일이라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재배를 시작했지만, 가격 폭락으로 다른 작목을 선택해야 했습니다. 새로운 품목을 제주도에서 생산하고자 단감을 재배하기도 하고, 여러 작목을 재배해서 초반에는 많은 고생을 했습니다. 다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2000년도 초 무농약 감귤을 재배하는 17농가를 모집해 친환경감귤 농사를 시작했지만, 수확기 덜 착색된 감귤이 실수로 납품되어 판매도 지속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판로에 대해 고민을 하다가 손을 잡게 된 곳이 바로 한국생협연대(ICOOP 생협의 전신)였다. 무농약 인증 감귤을 원활하게 공급하면서 소비자들과 인연을 쌓게 되었고, 생협에서는 월동채소에 대한 부분도 요청하기 시작했다. 어렵게 친환경농업을 실천하던 농민들과 의기투합해 감귤과 월동채소 등을 도시소비자들에게 공급했지만 소비둔화로 인해 다른 판로를 구축해야 했고, 강대헌 농부는 과감하게 친환경학교급식의 길로 뛰어들었다.

유기농기술포인트1. 친환경학교급식을 위한 재배작기

제주도는 2005년 시범사업으로 전국 최초로 29개 학교를 대상으로 친환경농산물 학교급식을 실시했다. 2006년 97개 학교, 2007년 197개 학교, 2008년 225개 학교, 현재는 모든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특수학교에 친환경농산물 학교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생협의 제주 소비자들에게 물품 공급을 했던 기반이 있었기 때문에 학교급식 시범사업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친환경농업에 대한 기술이 부족했기 때문에 재배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병충해에 대한 방제 교육이나 자재 등이 부족했기 때문에 양배추 유기재배를 할 때에는 벌레를 손으로 잡을 정도였습니다.”

학교급식에 필요한 농축산물과 가공품은 대략 150여 가지가 넘는다. 다품목의 농산물을 공급하기 위해 강 농부는 다른 회원들이 재배를 꺼려하는 취나물, 유채나물 등까지 재배하며 1년 동안 분주하게 농사를 짓고 있다. 1월에는 밀감 하우스 가온과 봄작기에 들어갈 양배추, 브로콜리 모종을 준비하고, 심어 놓은 월동 채소를 수확한다. 2월에는 월동작물의 수확이 이어지며, 봄작기 채소인 양배추, 브로콜리를 정식하고, 2월초에 봄 감자를 준비한다.

3월이 되면 여주, 호박, 노지 과채류육묘를 실시하고, 4월에는 월동작물의 마지막 수확과 여름 작기를 준비한다. 5월은 여름작물을 파종하고 관리하는 시기이며, 6월에는 양배추,

브로콜리, 양파, 봄 감자, 여주 등을 수확한다. 7월에는 수확한 작물들을 저장하고, 월동작물 파종을 준비한다.

7~8월에는 양배추, 브로콜리, 콜라비, 비트, 가을감자를 정식하고, 8월말부터는 가온 감귤 수확을 시작한다. 9월에는 조생양파, 만생양파를 파종하고 월동작물 정식에 들어가며 11월 감귤 수확과 여름에 심었던 작물을 다시 정리한다. 12월에도 꾸준히 작물을 관리하며 1년 내내 쉴 틈 없이 친환경농사가 지속된다

유기농기술포인트2. 지역의 자원을 활용한 토양관리

“토양 특성상 돌려짓기를 실시하는 것이 좋으며, 녹비의 경우도 매년 재배하기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건강한 토양을 만들기 위해 지역의 자원을 활용하는 방법을 모색하던 끝에 좋은 자원을 찾게 되었습니다.”

봄철 바닷가에 수북이 쌓여있는 굉생이모자반은 제주도에서 처리하기 어려운 골칫거리였다. 강 농부는 천덕꾸러기 신세인 굉생이모자반을 퇴비로 만들어 건강한 토양을 만들고 있다. 제주도에서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사업으로 생산한 고사목 우드칩과 굉생이모자반, 흙을 섞어서 1년에 3번 정도 뒤집어 주면서 발효를 시킨다. 3년 정도 충분히 숙성된 모자반 퇴비는 훌륭한 퇴비가 되어 친환경농사의 1등 도우미가 되고 있다.

유기농기술포인트3. 상생의 6차산업

“코로나19로 인해 학생들이 등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친환경 감귤즙이 포화상태에 이르렀습니다. 친환경가공식품이라고 해서 감귤즙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과즐이나 과자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해 감귤퓨레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감귤퓨레를 이용한 과즐을 만들기 위해 가공시설을 갖춘 업체를 찾던 강 대표는 장애인들이 근무하는 가공업체를 찾아 손을 내밀었다.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생산업체에 친환경농부들이 손을 내민 것이다. 친환경농부들은 건강하고, 맛 좋은 1차 원물을 생산하고,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 근무 업체에서 2차 가공을 담당해 상생의 6차산업을 실천하고 있다.

“생산과 가공, 그리고 체험까지 연계한 친환경농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연중 언제든지 체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체험을 통해 누구든지 손쉽게 친환경농업을 접할 수 있게 할 것입니다. 직접 눈으로 보고, 만져보고, 맛보는 체험을 통해 소비자와의 신뢰를 쌓고, 건강하고 지속적인 친환경농업을 더욱 더 발전시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