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종자에는 조상의 얼이 담겨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듯이 나라에는 식량주권, 농민에는 종자주권이 있다. 씨앗을 지켜나가는 것은 농부의 권리이며 의무이다. 하지만 어느 덧 종자는 사서 쓰는 것이 되었고, 한반도에서 꿋꿋하게 그 생명력을 유지하던 토종종자는 차츰 사라지고 있다. 토종종자는 단순한 씨앗이 아니라 조상의 얼이 담겨 있는 귀중한 자원이다. 토종종자를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해 평생을 바친 안완식 박사를 찾았다.

종자의 경우 이제는 자가 채종을 하는 농민들이 거의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점에서 왜 토종종자를 지켜야 하는 것일까요?
수입 개방화시대에 각 나라의 농산물들이 물밀듯이 밀려오고 있습니다. 대량으로 생산된 수입 농산물들은 화학비료와 농약들로 오염되어 있으며, 싼 가격으로 들어와 국내 농산물들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수입 농산물들의 안전성 문제는 장담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한반도의 여러 가지 특수한 환경에 잘 적응되어온 토종종자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유기농업과 일맥상 통합니다. 유기농업을 실천하는 농민들, 특히 여성농민에 의해 선발 육성되어온 토종종자는 무비료, 무농약 등의 국내 유기농법에 잘 적응되어 왔기 때문에 유기농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더욱이 토종종자는 지역에서 생산된 것을 그 지역에서 소비하는 지산지소 운동과 신토불이의 관점에서도 잘 부합됩니다. 또한 대기업이 육종해 상품화하고 있는 일회성 종자로 잃어버린 농민의 종자주권을 찾기 위해서는 토종종자의 보급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토종종자의 경우 현재 일반농민들이 사용하는 보급종자에 비해 수량성이나 품질 등의 경제적 가치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까요?
많은 농민들이 사용하고 있는 보급형 종자들은 개량을 거듭해 다수확이 가능해졌습니다. 하지만 다수확을 하는 만큼 많은 비료가 사용되며 병해충에 대해 수직저항성이 있습니다. 저항성이 없는 병해충에 대해서는 면역성이 많이 떨어집니다. 하지만 토종종자는 우리의 자연환경에 오랫동안 적응하며 살아온 식물이기 때문에 많은 비료를 주지 않아도 일정한 수확량을 유지하며, 한반도에서 오랫동안 적응이 되어온 품종이기 때문에 병충해에 대한 수평저항성을 갖게 되어 갖가지 병에 걸리기는 하지만 그 고유의 특성으로 꿋꿋하게 살아 남을 수 있습니다.
또한 환경에 살아남는 토종종자는 우리나라 고유의 중요한 자산입니다. 토종 종자가 국내에서 사라진다면 그 종자는 세계 어디에서도 없는 것입니다. 토종 종자를 지키며 발전시켜 나가야 ‘생물 다양성 협약’이 맺어져도 우리의 것을 주장할 수 있고, 자손만대로 물려주어야 하는 가장 귀중한 유산입니다.

1997년 (사)한국토종연구회를 설립한 안완식 박사는 최근 종자주권 인터넷 카페인 ‘씨드림’(cafe.daum.net/seedream)회장을 맡아 토종 살리기 및 보급에도 앞장서고 있다. 토종을 좋아하는 1,000여 명의 회원들이 참여하고 있는 씨드림에 가입하면 토종에 관한 각종 정보는 물론 저마다 가지고 있는 종자들도 상호 교환할 수 있다.
안 박사는 토종종자 보급의 확산을 위해 ‘1농가 1토종 갖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의 성과로 인해 지역의 토종종자 보급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토종종자포는 도시민과 학생들에게 농업교육의 장이 되었다. 평생을 토종종자를 사랑하고 보급해온 안 박사는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열정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토종종자를 지키고, 보존하고, 보급하는 그의 열정에, 그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