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농업의 메카 전북 순창군. 이곳 청정지역에서 30년 넘게 자연과 함께하는 농부가 있다. 친환경을 시작한지는 20여 년, 당시 함께 시작했던 동지들이 하나씩 떠나가며 생긴 빈자리가 이젠 너무 커졌다. 나 홀로 친환경농업을 고수하는 순창군 설성환 농부를 만났다.

엄정식 기자

줄어드는 친환경 입지

전북 순창군은 친환경농업의 메카로 익히 알려져 있다. 내년까지 순창군 내 유기농산업복합센터 유치할 계획이고, 친환경면적 또한 전국구로 손꼽힌다. 30여 년 전 농사에 대한 뜻과, 농민들의 억울함,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본격적으로 농업에 뛰어든 설성환 농부는 군에서 인정받는 농부였다.

“억울하게 당하고만 사는 농부들을 보면서 이들에게 큰 힘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농업에 큰 뜻이 있었기에 지체하지 않고 농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처음 600평으로 농사를 시작한 설성환 농부는 현재 1만평 농사를 짓고 있다. 평수가 늘었다는 사실만 보면 축하할 일이지만 마냥 기쁘지만은 않은 현실이다.

“관행농을 하다 먹거리, 건강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할까라는 생각에 주저 없이 친환경농업으로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당시 마을 주민들과 함께 작목반을 개설했습니다. 계약재배로 친환경 농산물을 재배했는데 인원이 줄다보니 그 양을 채우기 위해 더욱 더 면적만 넓어졌습니다. 20명으로 시작한 작목반은 이젠 저 혼자 남았습니다.”

기존 친환경 농사를 짓던 회원들이 친환경농업을 포기하며 하나둘씩 떠나면서 그 양을 채우다 보니 어느새 농지가 1만평이 되었다는 설 농부. 의리를 지키려다 뒷통수를 맞기도 했다.

의로운 사람, 의인(義人)

농민들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농업의 가치를 알리고 싶다는 설성환 농부는 주변 농가로부터 의인이라는 평을 받는다. 2012년 한우 파동 이후 축산농가에 도움이 되고 싶단 일념 하나로 직판장, 한우식당 등 농민들의 도움이 필요한 곳엔 항상 설성환 농부가 있었다.

“농민이 살아야 국민이 삽니다. 농가들이 어려울수록 정부에서 도움을 줘야하는데 지원이 부족한건 현실입니다. 그 아픈 곳을 쓰다듬기에 저 혼자는 부족합니다. 그럴 때 외롭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더불어 사는 농민들을 위해 힘내고 있습니다.”

자연농업을 추구하다

설성환 농부가 실천하는 자연농업은 환경과의 조화를 바탕으로 한 농업이다. 특히 친환경농업 20년 경력에 농업에 대한 마음이 결합되어 설 농부만의 자연농업을 실천하고 있다. “현재 하우스에서 상추, 치커리, 케일, 쑥갓, 건강초 등을 재배하며 학교급식, 유통업체, 공판장, 식당 등 순창군 전역에 제가 키우는 채소들이 납품되고 있습니다. 친환경농업은 병·충과의 싸움이 가장 힘든 것 같습니다. 자닮 오일, 백동 추출물, 은행 추출물 등으로 방제를 하지만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래도 학생부터 어른까지 이 채소를 먹을 국민들을 생각하며 꾸준하게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병해충도 힘들지만 친환경농민이 가장 힘들 때는 아무래도 제값을 못 받을 때입니다. 저장 가능한 작물은 괜찮지만 매일 수확하는 채소류 경우 문제가 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농촌 내 부익부빈익빈이 심해집니다. 시·군 농산물만을 취급할 것이 아니라 도내 농산물을 같이 이끌어가는 정책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