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을 대표하는 풍경, 아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풍경은 무엇일까? 제주 유채밭, 설악산 울산 바위 등 여러 풍경이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전남 보성군 몽중산 일대 펼쳐진 녹차밭이 아닐까. 신록이 우거진 숲 아래 녹색 비단 펼쳐 놓은 듯 산비탈에 자리 잡은 보성 차밭은 풍경 자체로 힐링 효과를 준다. 입춘을 지난 봄날에 보성읍에서 유기농 녹차밭 청우다원을 운영하는 안명순 전남 유기농명인을 만났다.

김경윤 기자

물려받은 녹차밭, 2006년부터 친환경으로 가꿔

보성읍에 위치한 청우다원에서 만난 안명순(76) 유기명인. 새하얀 피부에 좋은 혈색의 소유자다. 안 명인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안 명인의 실제 나이를 알고나면 한 번씩 놀란다. 그 만큼 동안과 건강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안 명인에게 건강의 비결을 물으니, 조용히 차를 건네주며 창밖을 응시한다. 유기농 보성 녹차 한잔, 그리고 보성 녹차밭의 절경이 비결이란 뜻일 것이다. 부모님께 물려받은 녹차밭을 친환경·유기농 녹차밭으로 가꿔 온 안 명인. 안 명인은 지난 2006년 무농약인증을 획득하면서 친환경농업을 시작했다. 친환경농업 자체가 생소하던 시절에 선구자적 농업경영이었다. 그 후 계속 친환경농업 단계를 올려 2009년부터 현재까지 국내 친환경인증 및 국제유기인증까지 획득, 유지해 오고 있다.

볏짚 피복으로 토양 표토관리

청우다원은 몽중산 남향의 경사지에 위치해 있다. 이 일대는 국내 최대 규모의 차밭으로 유명하다. 남향의 경사지 차밭은 겨울철에 단위면적당 받는 태양복사에너지가 평야지 보다 많고 물빠짐이 좋다. 보성의 녹차인들이 몽중산 남향의 비탈길을 차밭으로 선호하는 이유다. 안 명인의 청우다원은 이 일대 14만㎡ 면적에 펼쳐져 있으며 4월이면 녹차의 실록과 농원 둘레에 심어진 매화꽃으로 절경을 이룬다.

“넓은 면적을 산사태 없이 잘 관리하기 위해선 토양 표토관리를 잘 해야 합니다. 피복법으로 관리하는데 추울 때 토양의 습도를 유지하고 보온효과까지 얻을 수 있습니다.”

안 명인은 토양관리, 그 중에서 표토 부분에 대해 먼저 설명했다. 안 명인은 볏짚과 같은 유기물로 토양을 피복하는데 볏짚의 유기물이 분해되어 토양의 물리화학성을 개선하고 차나무에 양분을 공급하는 등 1석 2조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

차광막과 부직포로 잡초 성장 억제

칠십대 중반까지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안 명인이지만, 풀과의 전쟁이 쉬운 건 아니었다. 최근엔 예취기 제초작업을 장시간 하다 어깨가 손상되기도 했다. 유기명인에게 풀과의 전쟁은 숙명이기도 하다.

“경사지 다원에서 제초작업은 평지 보다 훨씬 고됩니다. 차밭과 차밭 사이 둑이 높고 길어 차농사 자체가 풀을 어떻게 다루냐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안 명인은 차나무가 3년생이 될 때가지는 봄부터 가을까지 직접 손수 잡초를 뽑고, 차밭 주변은 예취기 작업을 한다. 봄에는 차광막과 부직포로 잡초 성장을 억제시키고, 가을에는 차밭 고랑에 산야초와 볏집, 보리 등을 덮어 잡초 발생을 막고 동해를 방지한다.

식품, 미용, 기능성 제품의 소재로 쓰이는 보성녹차

안 명인은 첫물차를 주로 곡우전에 채취하고 두물차는 4월 말경에 채취한다. 보통 첫물차와 두물차는 수제로 채취하고 제다해 고급차로 판매하고, 세물차는 티백용, 홍차 또는 가루차로 식품, 미용, 기능성 제품의 소재로 판매한다. 또 안 명인의 반려자 박윤순 여사는 체계적인 다도교육과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청우다원과 보성녹차의 명성을 전국적으로 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