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농사를 꿈꾸던 소녀. ‘땅은 정직하다’는 신념을 가지고 사회와 농업, 농촌에 뛰어들었다. 농촌보육시설을 설립하고, 전국 여성농민회 활동을 하면서 여성농민의 권익을 위해 평생을 바친 이가 있다. 전국에서 30여 명도 되지 않는 유기농 참외를 재배하고 있는 윤금순 농부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달콤한 참외가 노랗게 익어가는 5월.

이달의 1박사 1농부의 주인공, 윤금순 농부를 만났다.

1농부_윤금순•1박사_국립농업과학원 유기농업과 박광래•이경민 기자

여성농민의 권리와 지위 향상을 위해...

“어려서부터 당돌하게 농사를 짓겠다고 말했습니다. 대학도 가기 싫으니 농사를 짓게 부모님에게 땅을 사달라고 할 정도였죠.”

참외의 고장 성주에서 만난 윤금순 대표는 어려서부터 농민이 되겠다는 꿈이 있었다고 웃으며 말한다. 공무원이 되라는 부모님의 반대를 피해 서울로 대학을 진학하게 됐지만, 학업보다는 농업과 농촌 문제에 더 관심이 있었다.

“땅은 정직합니다. 그래서 땅을 기반으로 삼고 정직하게 농사짓는 농민이 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농촌을 접하고 보니 구조적인 문제를 비롯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았습니다.”

윤 농부는 농민운동을 하면서 처음으로 농촌보육으로 눈길을 돌렸다. 아이들을 돌보지 못하고 농사에 전념하는 농촌현실에서 그가 접근할 수 있었던 것이 바로 농촌돌봄이었던 것이다. 농촌보육을 시작으로, 농민을 조직화하기 시작했고, 사회적인 이슈에 대응하고자 농민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맹 활동을 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주가 된 것은 여성농민의 권리를 지키고 지위를 높이는 활동이었다. 이러한 활동을 바탕으로 2004년부터 2017년까지 국제농민단체 비아 캄페시나에서 활동하면서 국내 여성농민들의 사례를 전 세계에 알리기도 했다.

유기농기술포인트1. 꿀벌이 만드는 유기농 참외

참외의 고장 성주에서도 유기농 참외를 재배하는 농부는 20여 명에 지나지 않다. 그 중 가장 먼저 유기농 참외를 재배한 이가 바로 윤금순 농부이다.

“대학 때 환경공학을 공부했는데 이때 생물학, 미생물학, 농생태학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때부터 농사를 짓게 되면 당연히 유기농업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1991년부터 지금까지 윤 농부의 농사는 ‘실험농사’라는 한 단어로 설명할 수 있다. 친환경농업이라는 이름이 없었을 때부터 농약과 화학비료 없이 유기농업에 대한 실험을 진행해온 것이다. 그는 처음 인증을 받을 때가 아직도 생생히 기억이 난다고 말한다.

“처음에 농약없이 생산된 참외를 생협에 한 박스씩 납품을 하다가 생협쪽에서 소비자들이 인증을 원한다는 말을 듣고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을 찾았는데, 첫 마디가 “참외가 어떻게 농약 없이 가능하냐”는 말이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농약 없이 참외를 재배하는 것은 불가능하던 시기었습니다.”

1990년대 중반 참외를 수정할 때에는 도마도톤이나 초산을 사용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그 때 사용하던 약품들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는 언론보도에 참외 농업이 크게 휘청거렸다. 윤 농부는 이때부터 수정방법을 찾다가 꿀벌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 당시에는 꿀벌로 수정된 참외는 따서 버리던 시절이었다. 모양이 불균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꿀벌 수정된 참외는 식감도 좋고, 육질도 좋았기 때문에 성주 미생물농업발전 연구회를 세우고 벌수정 참외에 대한 홍보를 시작했다. 그 때부터 꾸준히 노력해 현재는 많은 농부들이 꿀벌을 이용해 수정을 하고, 이때 뜻을 같이 한 농부들이 모여 성주에서 유기농 참외를 재배하는 참살이공동체가 만들어지게 됐다.

유기농기술포인트2. 수분관리, 온도관리가 최우선

8월 초 유기농 참외 수확이 끝나면 덤불을 치우고 태양열 소독을 실시한다. 태양열 소독과 녹비처리를 함께 하면 그 효과가 더욱 좋지만, 최근 이상기상으로 참외 농사의 일정이 더 빡빡해져 태양열 소독이나 녹비재배 2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서 실시하고 있다.

“참외를 재배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수분관리와 온도관리입니다. 저는 굉장히 게으른 농부라 생각합니다. 될 수 있으면 참외에 손을 덜 데고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윤 농부는 자신의 농장의 특성을 최대한 파악해 수분을 공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농장은 수분이 많은 땅이기 때문에 최대한 물을 적게 공급해주고 있다. 참외 수확 후 하우스에 물을 꽉 채워두고 나면 작물이 들어가고 나서는 물을 덜 줘도 된다고 한다. 온도관리와 수분관리가 중요한 것은 병해충의 영향 때문이다. 수분이 너무 많으면 노균병이 쉽게 오고, 너무 건조하면 흰가루병이 오기 때문에 항상 온도와 습도를 체크해야 한다. 또 하나의 포인트는 하우스 환기를 할 경우에 열판동의 개폐를 먼저 하고, 천창을 이용해 습도를 제거해주는 것이다. 측창의 경우 온도가 올라가면 어쩔 수 없이 열어야 하지만, 최대한 천창과 열판동의 개폐로 습을 제거하고 측창은 가장 늦게 열어야 병 발생을 줄일 수 있다.

유기농기술포인트3. 천적을 이용한 해충관리. 자재 사용은 최소한으로

온도와 습도관리에 신경을 쓰기 때문에 친환경자재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진딧물이 가장 문제가 되기 때문에 지난해에는 개미집을 일일이 제거해주는 작업을 했는데, 오히려 그게 독이 되었는지 5월 중순 이후 급격히 밀도가 증가했다. 그래서 올해에는 개미집을 제거하지 않고 천적만을 사용했는데, 하우스 안에 자연스럽게 생태계가 형성되서 진딧물의 밀도가 크게 늘어나지 않고 있다. 하우스 중간 중간 보리를 심어 천적의 서식처를 만들고, 진딧물 밀도가 늘어난 하우스에는 천적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참외 잎을 따서 옮겨주고 있다. 기비는 퇴비를 사용해 공급하고, 추비의 경우에는 구아노 발효액, 아미노산 종류의 생산액비, 해초 등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예전에 프랑스로 농업 연수를 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만났던 여성농업인이 환하게 웃으면서 몇 년 동안만 열심히 농사짓고, 이제는 은퇴를 하겠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55세에 농업인으로 은퇴를 하고 연금을 받으며 농촌 교육이나 봉사, 여행 등을 하겠다고 말하는 프랑스 농민을 보면서, 우리도 농업인 은퇴에 대해 고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계획은 유기농을 넘어선 그 다음 단계, 농생태학의 단계로 가는 첫 걸음을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다만 한 동이라도 탄소중립에 도움이 되는 무경운 유기농 참외 재배를 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은퇴하는 시기에, 농업인으로 당당히 은퇴하고, 농촌운동, 농민운동, 여성농민운동에 더 매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