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계통 벼를 심지 않으면 못자리를 다 밟아서 못 쓰게 하기도 하고, 도로변에 피가 있으면 다 뽑아야 되는 시절이 있었습니다. 멸구라도 나오면 온 동네에 농약을 범벅을 해서 싹 잡아야 하는 시절이 있었죠.” 엄혹하던 시절 농민 운동과 유기농에 평생을 바친 이가 있다. 전남 영광 누리농장의 최상곤 농부가 그 주인공이다. 우직하게 유기농 한 길만 걸어온 최상곤 농부를 만났다.

1농부_최상곤•1박사_국립농업과학원 유기농업과 박광래•이경민 기자

한 평생을 유기농에 바치다

전남 영광의 최상곤 농부는 유쾌하다. 한 평생 유기농을 실천해온 그의 농사는 도전과 실패의 연속이었지만, 어려움과 고난도 그저 평범한 하루일뿐이다.

“우연히 농업관련 신문을 보다가 故 정진영 유기농업협회장님의 유기농업에 대한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어려서 농약 없이 농사짓던 시절도 그립고, 농약 사용 없이 농사를 지어보자는 마음에 유기농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80년대부터 시작한 유기농업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배추 농사는 하나도 수확하지 못한 채 전부 폐기한 적도 있고, 벼 농사도, 포도 농사도 모두 실패를 경험했다. 노지에 심었던 고추도 수확을 못한 적이 허다하고, 새싹보리도 판로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주위에서는 그냥 남들처럼, 편하게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해 키우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최 농부는 묵묵히 유기농사에 전념했다.

“마음가짐이 중요하지요. 저도 물론 조급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경제적인 부분도 문제가 되기 때문에 수 없이 고민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유기농을 하면서 후회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과다한 농약 사용으로 논 생물이 다 사라져가는 논을 보면서 나라도 유기농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의 유기농에 대한 고집은 지역을 조금씩 변화시켰다. 손가락질만 하던 인근 농가들도 유기농업을 실천하기 시작했고, 유기농 기술 개발·확산에 앞장선 결과 제42회 한국유기농업대회 영예의 대상을 수상하게 됐다.

유기농기술포인트1. 유기농 배추의 기본은 토양

최 농부의 자랑 중 하나가 바로 유기농 배추이다. 봄과 가을에 심는 유기농 배추는 대부분 단골고객들의 주문으로 소진되고 있다. 유기농 재배로 속이 꽉 들어찬 배추는 생으로 씹어 먹어도 아삭아삭하고, 달달한 맛이 일품이다. 봄 배추의 경우 2월 20일 자가육묘를 실시한 후 본 잎이 6~7매 정도 나오는 3월 20일경 정식을 한다. 정식 시기가 비교적 저온이므로 맑은 날 오전에 정식을 실시하며, 정식 후 물을 충분히 주어야 활착이 빠르다. 터널재배를 실시하며 잘 자란 유기농 배추는 5월 말부터 출하가 가능하다.

“쉬워 보이지만 시간이 필요한 것이 토양입니다. 유기농이 어려운 것이 아니지만, 유기농에 적합한 토양을 만들기 위해서는 10년 정도 꾸준히 토양을 만들어야 합니다. 봄 배추와 가을 배추 사이에 두 달 정도 간격이 있는데 이때 콩을 뿌려줍니다. 2달 정도 자란 콩을 로터리 해주고, 겨울에는 배추 수확 후 보리를 뿌려줍니다. 날씨가 추우면 보리가 성장이 더디기 때문에 큰 효과를 보지 못하지만 콩과 보리를 중간 중간에 심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건강한 토양에서 자란 배추는 별다른 병해충 피해가 없지만, 최 농부는 기후변화에 대한 걱정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최근 몇 년간의 이상기온으로 인해 배추를 키우기 힘든 환경이 되어 버린 것이다.

“기후변화가 확연히 몸으로 느껴집니다. 봄엔 여름처럼 덥고 가을엔 겨울처럼 춥습니다. 봄 배추의 경우 며칠만 비가 와도 작물이 망가지고 가을배추는 갑자기 추워지면 생육이 멈춥니다. 언제까지 배추 농사를 할 수 있을까 고민입니다.”

최 농부는 봄배추 저장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제안한다. 전라도에서 생산된 봄배추를 저장해 판매하면 배추 재배 농가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현재 저온저장고의 경우 건축규제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법규를 개정해 10평 정도의 이동식 저온저장고를 설치하면 안정적인 배추 판매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유기농기술포인트2. 경영비를 낮춰라. 부산물을 활용한 유기농

배추는 초기 생육이 왕성해야 결구가 좋으므로 밑거름에 중점을 두어 퇴비 등의 유기물을 충분히 시용하는 것이 좋다. 밑거름의 양은 작형이나 토성, 비옥도, 품종의 양분요구도, 생육시기, 배추의 영양상태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 10a 당 퇴비 3,000kg, 질소 성분 10~12kg, 인성분 2~4kg, 칼리성분 12~18kg 정도가 필요하다. 누리농장에서는 농사 부산물과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양분을 투입하고 있다. 부산물 퇴비의 경우 3톤 정도로 넣어주고 있으며, 바닷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생선을 이용해 아미노산 액비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또한 근처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바닷물을 활용해 유기농에 적용하고 있다. 염도가 8도 정도 되는 바닷물은 미네랄의 보고이기 때문에 희석해서 엽면 시비를 해주면 생육에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유기농기술포인트3. 작물을 알면 답이 보인다

“처음에 벼 농사를 할 때 쌀겨농법도 해보고, 오리농법, 우렁이 농법까지 다 해봤습니다.

처음에는 방법을 몰라서 실패를 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답은 나와 있습니다.”

우렁이 농법의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40일 이상 키운 모를 심는 것, 그리고 논두렁을 높이는 것이다. 우렁이 특성 상 물 위에 있는 잡초는 방제할 수 없기 때문에 성묘를 심고, 물을 조절해야 잡초를 방제할 수 있다. 노지작물의 경우 해충이 나오는 시기를 미리 파악해야 한다. 봄배추 재배의 경우 5월 15일 경에는 청벌레가 많이 나오며, 비가 오면 그 시기가 조금 늦어진다. 날씨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이 시기에 맞춰 방제를 해야 하며, 유아등의 경우 3월 초순에 달아줘야 겨울 잠에서 깨어 나온 나방을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충방제용으로 많이 사용하는 BT제의 경우 미생물에 기반을 하고 있습니다. 미생물이니깐 증식을 시키면 더 좋은 효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해 난황유를 만들어 BT제와 혼합해 2~3일 후에 사용해 보았습니다. 방제에 사용해 보니 훨씬 효과가 있었습니다.”

최 농부는 유기농은 작물에 대해 알면 조금 더 쉽게 유기농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