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쌀쌀한 날씨지만 제주는 지금 한창 노지 작물 출하철이다. 겨울을 이겨낸 햇감자를 비롯해, 월동 무, 브로콜리, 양배추 등 제주 친환경농산물은 한창 출하를 기다리고 있다. 제주 대정에서 태어나 친환경농사를 짓고 있는 정근식 농부는 친환경농산물을 닮은 환한 웃음을 지으며 바쁜 수확을 하고 있다. 정근식, 문영난 부부가 이달 1박사 1농부의 주인공이다.

1박사_국립농업과학원 유기농업과 박광래•1농부_정근식·문영난•이경민 기자

유기농. 혼자가 아닌 우리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이 저한테는 정말 딱 맞는 말이었습니다. 원래 관행농사를 짓다가 주변에 친환경농사를 짓는 친구들을 접하게 됐습니다. 벌써 15년 정도 됐는데, 그 당시 친환경농사를 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혼자서 선뜻 친환경농사를 하기에는 많은 문제점들이 있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판로였습니다. 관행농산물의 경우 공판장을 통해 경매를 하면 되지만, 친환경농산물의경우 어떻게 판매를 해야 하는지 막막했습니다.

고민하던 찰라에 친환경하던 친구들이 공동체를 소개해줘 생드르영농조합을 만나게 되었습니다.”정근식 농부는 친구들의 소개로 생드르영농조합을 만나 친환경농업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친환경농사를 지으며 잘 몰랐던 기술적인 부분도 함께 고민하며 친환경농사에 매진하기 시작했다. 현재 생드르 공동체는 제주도 친환경 농업 생산자들이 6개 지역 공동체를 기반으로 운영하는 단체로 지역공동체 및 분과위원회 활동을 통해 농산물 생산 및 품질향상에 대해 끊임없이 교류하며, 안전한 먹거리를 소비자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유기농기술포인트1. 자연스럽게 실시하는 윤작

윤작은 돌려짓기라고도 하며, 같은 땅에서 일정한 순서에 따라 종류가 다른 작물을 재배하는 경작방식을 말한다. 윤작은 유기농업의 기본이며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윤작을 구성할 때 화본과 작물과 같이 유기물을 많이 생산하는 작물이 포함된 흙은 토양유기물 함량이 증가하고, 두과작물과 같이 근류균에 의한 공중질소를 고정시키는 작물이 포함된 흙은 질소의 함량이 증가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토양내 유기물과 질소를 증가시키는데는 화본과와 두과작물의 조합에 의해 관리하고, 동시에 토양미생물을 증식시켜 양분의 공급을 증대시킬 수 있다. 정 농부는 감자를 비롯해, 월동 무, 브로콜리, 양배추, 양파 등 14가지가 넘는 다양한 품목의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봄과 가을작기에 걸쳐 다양한 작물을 생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윤작이 기본이 되었다. 노지 1만 6,000평에서 자라는 친환경농산물들은 자연과 닮은 건강한 노지에서 햇빛과 바람을 듬뿍 받고 자라고 있다.

“봄작기에 심은 브로콜리를 수확하고 그 자리에 다시 브로콜리를 심지는 않습니다. 초기에 친환경농사를 실천할 때부터 자연스럽게 윤작을 실시하게 되었고, 크지는 않지만 휴경지를 유지하며 지력 회복에 힘쓰고 있습니다.”

유기농기술포인트2. 모종도 직접~

친환경을 하거나 관행농사를 짓거나 대부분 농민들은 모종을 구입해 농사를 시작한다. 하지만 정근식 농부는 자가 육묘를 실시하고 있다. 포트에 씨를 뿌려 2~3개월간 직접 모종을 키우며, 이 때 온도와 수분, 병해충에 약한 어린싹을 돌보는데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사서 쓰면 편하긴 한데, 그래도 친환경 농사를 짓고, 한살림 생산자로 활동을 하는데 직접 육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영난 농부는 비닐을 어린싹 관리를 위해 온 정신을 다 기울인다고 강조한다. 모종 농사가 1년 농사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유기농기술포인트3. 토양관리를 위한 녹비재배

“윤작과 휴경지 관리, 그리고 농업기술센터 토양 분석에 의거한 시비 처방 등을 하고 있습니다. 별도로 자가제조 퇴비 등을 사용하지는 않지만 토양이 친환경농업에 기본이 되기 때문에 봄작기와 가을 작기 사이에 녹비를 재배하고 있습니다.”

정근식 농부는 수단그라스와 보리 등을 녹비로 활용해 토양을 관리하고 있다. 현장을 찾은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박광래 박사는 “수단그라스와 보리 등의 녹비 외에도 네마장황을 녹비로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고 조언을 했다. 네마장황은 콩과식물로 뿌리에 있는 근류균이 공기 중에 있는 질소를 토양에 고정해 질소시비량을 줄일 수 있으며, 생육이 왕성해 파종 후 35일 후에는 10a 기준 3,000~3,500kg의 생초량 확보가 가능해 경운을 통해 토양 물리성을 개선할 수 있다. 또한 네마장황은 여름철 경관작물로도 활용이 가능하며, 선충 억제에 효과가 있기 때문에 박 박사는 네마장황의 사용을 권장했다.

유기농기술포인트4 브로콜리 검은썩음병. 보르도액으로 방제

15가지 이상의 작물을 친환경으로 재배하지만,노지재배에서는 병해충 관리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정 농부는 최근 몇 년간 검은썩음병 피해가 크지 않았지만, 이번 작기에는 큰 피해를 입었다.

“어린 모에 발생해 초기에 검은 반점이 나타나고 병이 진전되면 병반이 확대, 잎 바깥 부분이 V자형 황색으로 변하는 것이 검은썩음병입니다. 심한 경우 줄기에 검은 점이 발생하고, 뿌리도 흑갈색으로 변하며, 내부 물관부가 검게 변하면서 생육이 정지되는 병입니다. 친환경으로 재배하다 보니 한 번 병이 번지면 잡기가 이만저만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정 농부는 목록공시된 자재와 함께 4-4식 보르도액을 집적 제조해 병해충을 방제하고 있다. 현장을 함께 방문한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홍성진 박사는 “검은썩음병의 경우 연작을 피하고, 화본과나 콩과 작물로 2~3년간 윤작을 하는 것이 좋으며, 작업 시 잎에 상처가 생기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으며 “약제의 경우 구리제를 이용하고 육묘기 및 정식 후 예방 위주의 살포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최근에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기후변화와 인력부족입니다. 대정에서 농사를 지은 지 30년 이 넘었지만 최근 기후변화는 정말 심각합니다. 정말 친환경농사를 짓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더구나 코로나로 인해 인력을 구할 수 없어서 계속 수확을 미루게 되니 이 또한 답답한 심정입니다. 아마 혼자서 농사를 지었다면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친환경을 함께 하는 든든한 동지가 있어서 어려움도 조금씩 극복하고 있습니다. 겨울을 이겨낸 건강한 제주 친환경농산물을 많이 사랑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