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부진 체격에 산악인 등산모가 어울리는 최창돈(80) 보성 청룡다원 대표. 올해 80세로 산수(傘壽) 경지에 올랐지만, 체력과 지력은 30~40대 장정 못지않다. 최창돈 명인의 80세 인생을 짧게 표현하자면 ‘산’과 ‘교직’과 ‘차’였다. 한가지 공통점은 이 모든 만남이 운명적이었다는 것이다. 광주일고 고등학생 재직 시절부터 히말라야 등정을 동경해 온 최창돈 명인은 바쁜 교직 생활 속에서도 암벽 등반과 산악을 즐기면서 호남권 최초로 히말라야 원정에 참여한 대표적 산악인이다. 최 명인은 교직 정년 퇴임 후 고향인 보성군 노동면에서 20년 넘게 친환경·유기농 녹차를 재배해 오고 있다.

김경윤 기자

광주일고 재학 시절, 히말라야 등반 꿈꿔

광주석산고 교사로 재직하면서, 히말라야·알프스 등정

“고등학교 학생 때부터 산에 미쳐 있었습니다.”

최창돈 명인은 광주일고 2학년 시절 최초로 지역 고등학교 산악회를 조직 할 당시를 떠올

렸다. 고교시절부터 무등산, 내장산, 지리산 등의 호남 명산을 섭렵했다. 그러나 양에 차지 않았다. 최 명인의 마음 한 구석에는 전세계 모든 산악인들이 동경하는 히말라야가 있었다.

최 명인 지난 71년 한국 최초의 히말라야 마나슬루 원정대에 대원으로 선발되어 히말라야를 다녀왔다. 지금으로부터 52년 전 일이다. 당시 서른도 안 된 무명의 산악인이었지만, 평소 최 명인의 산악에 대한 열정을 지켜보던 김종태 전남일보 전무의 추천으로 원정대에 합류 할 수 있었다.

“당시(71년) 교사 월급이 1만원이 안되던 시절이었습니다. 히말라야 원정대에 합류하니, 자부담을 내라고 하는데, 그 금액이 자금만치 51만원 이었습니다. 광주시내에 잘 만들어진 한옥집 한 채 값이었습니다.”

당시 교사 월급으론 꿈도 꿀 수 없는 거금이었지만, 최 명인은 자금이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최 명인은 전남대 생물학과에 재직하던 시절 자원입대해 월남전에 참전했다. 월남전에 간 목적은 오직 하나 ‘돈을 벌어 오기 위해서’였다. 사병으로 근 2년 동안 월남전에서 맹호부대원으로 참전하면서 최 명인은 히말라야 원정대 참가 자금을 준비할 수 있었다. 최 명인의 치밀한 계획성은 유기농 녹차밭을 조성할 때도 이어졌다.

자연순화농법의 유기농 녹차밭,냉해방지 위해 방품림 설치해

보성군 노동면의 1.1ha의 면적에 펼쳐진 유기농 녹차밭. 최창돈 명인이 녹차재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 90년 광주·전남 지역 산악회원들을 중심으로 낭가 파르바트 원정대를 꾸려 진행한 산행에서 대원을 잃은 후 부터였다.

“원정대 실패와 대원의 사고로 상심이 컸고 극도의 허무감이 몰려 왔습니다. 마음을 달랠 길이 없었는데 그때 생각났던 게 부모님이 물려주신 보성의 야산이었습니다.”

최 명인은 녹차밭을 처음 시작 할 당시를 떠올렸다. 처음엔 어떤 작물을 할지 몰라 고민도 컸지만, 본인이 좋아하고, 지역에서 추천하는 작물을 선택했다. 보성의 임야에서 농사를 지을 것이니, 당연히 녹차였다. 처음부터 농약을 안 쓰기로 했다. 최 명인의 청룡다원을 가보면 농장 주변에 방품림 병정처럼 둘러쳐 조성되어 있다. 녹차 생육이 바람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냉해를 방지하기 위해선 필요불가적인 선택이었다. 최근 들어 기후변화로 인해 전남 쪽에 냉해피해가 심해지고 있는데, 청룡다원은 최 명인의 방품림 덕에 냉해 피해를 덜 수 있었다.

美 FDA식품안전검사에 합격한 유기농 명차

지난 2004년 녹차 유기농 인증을 받은 최 명인은 국내를 넘어 미국시장을 눈여겨 봤다. 유기 가공식품 인증 및 국제 유기 인증까지 획득한 것이다. 특히 녹차 완제품으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미국FDA식품안전검사에서 5개 품목(세작·우전·중작·대작·가루녹차)이 합격했다. 최 명인은 현재 대표 상품 ‘기산차’를 비롯해 15종의 차 관련 브랜드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최 명인은 토양의 지력 유지를 위해 친환경 차나무 재배를 위해 자운영, 클로버, 헤어리베치 등 콩과식물을 농업에 이용하고 있다. 뿌리혹박테리아가 공기 중 유기질소(N₂)를 고정하면서 콩과식물에 공급하면 토양 비옥도가 올라가 차나무의 생육이 활발해지는 효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