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추위 속에서 바닷바람과 눈서리를 견디느라 땅바닥에 붙어 자라며, 직립형인 일반 시금치와 달리 옆으로 퍼진 비금도 섬초. 성장 환경 때문에 잎이 두꺼워 삶아도 흐물거리지 않고 씹는 맛이 좋은 섬초는 비금도 농부들에게 소득을 안겨 주는 효자작물이다. 비금도에서 유기농으로 섬초를 재배하고 있는 최민영 농부가 이달의 1박사 1농부의 주인공이다. 최민영 농부를 만나본다. 

1박사_국립농업과학원 유기농업과 박광래•1농부_최민영•이경민 기자 

소금과 시금치가 상징이 된 비금도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될 만큼 깨끗한 바다와 아름다운 기암절벽이 해안 따라 펼쳐져 있는 신안 비금도. 기암절벽들이 바다로부터 섬을 감싸며 곳곳에 빼어난 풍광을 지닌 비금도는 새가 날개를 펼친 형상을 하고 있다. 아름다운 비경도 비경이지만 비금도하면 소금, 그리고 시금치를 떠올린다. 우리나라에서 천일염전이 최초로 시작된 비금도에는 7.2㎢의 염전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반짝반짝 빛나는 염전의 물결을 지나면 비금도는 온통 녹색빛으로 물들어 있다. 비금도의 또 하나의 자랑인 시금치, 비금섬초 때문이다. 1958년부터 시금치를 재배하기 시작해 현재는 비금도 농가의 2/3이 시금치를 재배하고 있으며, 1996년 3월 비금농협에서 섬초라는 이름으로 상표등록을 함으로써 비금도에서 재배하는 시금치는 비금섬초로 전국적으로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있다. 

다시 선택하라 해도 친환경 

2009년 고향으로 돌아와 다시 농사를 시작한 최민영 농부. 대를 이어 짓던 농사는 고되고 힘들기만 했으며, 태풍으로 재배한 농산물이 모두 망가져버리게 되어 최 농부는 농사를 접고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항상 고향으로 돌아가 농사를 짓겠다는 마음뿐이었다.

“다시 농사를 시작하면, 환경을 위해서라도 친환경·유기농업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2009년 비금도로 돌아와 벼농사부터 유기농으로 전환하고, 고구마, 시금치, 대파 등의 작목으로 점차 유기농을 확대하기 시작했습니다. 재배하는 다양한 농산물을 모두 친환경으로 재배하고 싶었지만, 비금도의 토양에 대파와 고구마 등의 작목은 어울리지 못해 벼와 시금치를 주작목으로 선택했습니다. 지금 비금도에서 유기농으로 시금치를 재배하는 농가들은 거의 없습니다. 누구나 손쉽게 구입해 먹는 시금치는 건강하게 재배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유기농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힘들기는 하지만 다시 시작하라해도 저는 친환경농업을 선택할 것입니다.” 

유기농기술포인트1 - 발아부터 중요한 시금치

섬초로 알려진 시금치는 겨울철이 주 출하기이며, 달고 품질이 좋은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겨울철에 수확한 것이 달고 맛있으며, 잎도 두툼하다. 최 농부는 시금치 재배의 포인트 중 하나로 ‘발아’를 강조한다.

“예전에는 시금치를 굉장히 빽빽하게 심었습니다. 키우면서 솎아내는 작업을 진행했었는데, 이제는 인력의 수급문제, 그리고 노균병 문제 등으로 일정한 간격으로 드물게 심고 있습니다. 욕심을 부려서 밀식하면 꼭 문제가 생깁니다. 우선 씨를 뿌릴 때도 드물게 심어야 통풍도 잘되고 병충해도 적게 발생합니다.”

시금치 식재 전 밭을 갈고 목록공시된 친환경자재를 살포해준다. 재래종 시금치는 9월 20일 경 씨를 뿌린 후 로터리 작업으로 배토를 해 준다. 이후 물을 흠뻑 주는 것이 포인트다. 파종 후 수분을 충분히 공급해줘야 발아가 잘되며, 발아가 된 이후 본격적인 관리가 들어간다. 

유기농기술포인트2 유기질비료로 영양분 공급을~

시금치는 짧은 기간 동안에 급속히 발육을 하기 때문에 밑거름과 웃거름이 중요하다. 재배일정에 따라 10일 간격으로 1~3회 정도 주는 것이 필요한데, 친환경재배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로터리 작업으로 배토를 하고 수분을 충분히 공급해주고, 섬초가 2~3잎 정도 나올 때 영양분 공급이 필요합니다. 우선 유기질비료(목록공시제품)는 심기 전 토양에 넣어주고, 10월 중순에 한 번, 그 이후에 또 한 번 영양분을 공급해줍니다. 초기에 2~3잎 나올 때 영양분을 공급하면 잎이 두터워지고, 예쁘게 성장을 합니다. 시비의 양도 처음보다는 두 번째 시비할 때 양을 50%정도 더 넣어줍니다.”

시금치의 경우 인산과 칼리부족은 수량이나 내한성, 품질 등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되기 때문에 유기질비료를 충분히 시비해주며, 산성에 약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유기농기술포인트3 탄저병과 노균병은 미생물로 방제 

시금치가 어느 정도 성장한 10월 중순은 병충해가 문제가 되는 시기이다. 잎을 가해하는 나방류와 청벌레가 문제가 되는 충이며, 병의 경우에는 노균병과 탄저병이 문제다. 잎에 주로발생하는 노균병은 잎 앞면에 엷은 황색을 띠는 부정형 병반이 나타나며, 작은 병반이 합쳐지면서 점점 커지고 잎 전체로 퍼진다. 잎 뒷면에는 회색 또는 보라색을 띠는 곰팡이가 밀생하며, 진전이 되면 병반이 암갈색으로 되면서 말라 죽고 과습한 경우 수침상으로 보이다 썩는다.

“노균병은 저온다습한 환경에서 발병가능성이 높으므로 재배 중에 토양이 과습하지 않도록 환기를 잘 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병든 식물체는 그 주변의 흙과 함께 뽑아서 조기에 제거해야 하며, 병이 발생하면 막기가 어렵기 때문에 초기에 방제를 해줘야 합니다.”

최 농부는 노균병을 초기에 방제하기 위해 신안군농업기술센터에서 지원하는 미생물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신안군에서는 지역별로 미생물배양시설을 갖춰 농민들이 무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고 있으며, 최 농부는 고초균과 유산균, 광합성균을 최대한 활용해 지속적으로 살포해 주고 있다. 미생물을 활용해 꾸준히 방제해주면 병의 밀도를 확실하게 낮출 수 있으며, 이후 온도가 떨어지면 자연스럽게 노균병이 사라지게 된다.

유기농기술포인트4 토양관리를 위한 녹비재배 

유기농의 기본은 토양관리라고 강조하는 최 농부는 토양관리를 위해 시금치 재배가 끝나는 4월이 되면 충분히 부숙된 축산퇴비와 유기농 벼 재배의 부산물인 볏짚을 넣고 토양을 비옥하게 만든다. 이후 여름철 녹비로 수단그라스를 재배하고 있으며, 시금치가 끝난 토양에는 후기작으로 고추를 재배하고 있다.

“비금도에서 시금치는 쌀 이상으로 중요한 작물입니다. 추운 겨울바람과 맞서 힘들게 키운 비금 섬초는 비금도 농민에게 효자이자, 주 소득원이며, 자부심입니다. 전국에서도 알아주는 섬초, 유기농으로 재배해야 하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