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구나 자신만의 사업을 한번쯤 꿈꿔봤을 것이다. 여기 전라북도 남원, 이곳에 그 꿈을 안고 서른다섯의 나이에 일찍이 귀농한 청년이 있다. 친환경을 지킨다는 마음으로 딴딴하게 버텨온 정원구 농부와 농약비산 걱정 없는 숲속의 딴딴농장. 이곳에 남원의 유일한 유기농 복숭아가 열린다. 예로부터 천년갑자를 살게 해준다는 속설을 가졌던 동아시아 최고의 과일, 복숭아. 유기농으로 더욱 건강하고 깨끗한 모습을 만나본다.

손무경 기자

춘향과 복숭아

남원하면 떠오르는 고전 소설이 있다. 바로 춘향전. 간략한 내용으로는 지조와 절개를 지킨 춘향이 암행어사가 되어 되돌아온 이몽룡과 사또를 벌한다는 전형적인 해피엔딩이다. 공교롭게도 정원구 농부의 딴딴농장은 춘향골 바로 옆에 위치하면서 춘향이 같은 서사를 담고 있다. 서울에서 귀농해 6년째 친환경이라는 지조를 지켜 유기농이 된 딴딴농장. 유기농 과수원은 찾아보기 힘든 만큼 조언을 구하기 어려워 무척이나 애먹었다고 한다.

2015년은 정원구 농부가 귀농한 해다. 당시 그의 나이 서른다섯이었다. 서울에서 농업과 전혀 관련 없는 스포츠 마케팅 전문기획을 했던 정 농부는 문득 본인의 사업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마케팅 전문기획자답게 정 농부는 본인의 농장인 딴딴농장 소개서를 보여줬다.

“전 이런 일을 했었으니까 특기를 살려봤어요. 잘 소개해야 소비자들이 알아 주시니까요.”

유기농은 불가능이 아니다

“처음부터 친환경으로 시작했어요. 그렇게 하다보니까 관행농법은 못하겠더라고요.”

정원구 농부는 어쩌다가 친환경 복숭아를 하게 되었냐는 질문에 친환경이 아니었던 적이 없다고 답했다. 그렇다고 해서 친환경이 결코 쉬운 적도 없었다는 정 농부. 그는 남원으로 귀농 후 초반엔 많이 방황했다고 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는 농장 부지를 구하기 어려워 2012년에 먼저 남원으로 귀농하신 장인어른의 과수원에서 일을 도우며 복숭아에 대해 많이 배웠다고 한다. 또한 농산물 산지유통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판로나 유통구조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고했다. 나이 마흔이 되면 무조건 본인사업을 하겠다고 다짐했었다는 정 농부는 그렇게 본인의 사업을 위한 공부를 착실히 경험으로 배웠다.

정원구 농부의 농장은 총 2곳으로 각각 약 9,917㎡ (3,000평)씩 총 1만 9,835㎡ (6,000평)이다. 현재 과수도 200그루씩 총 400그루가 식재되어있다고 하니 결코 작지 않다. 그럼에도 송동에 위치한 첫 농장은 유기농인증을 받았고, 두 번째 농장도 유기농인증을 곧 받을 예정이라고 한다.

“주변에서 복숭아 친환경으로 한다고 하면 다들 말렸어요. 그래도 하나하나 경험하며 배우니까 되더라고요. 다시 돌아가서 처음부터 한다고 해도 친환경으로 할 거에요.”

정원구 농부는 수익이나 생산량 관계없이 친환경을 하는 것 자체를 중요히 여긴다고 했다.

딴딴농장이 ‘딴딴’해지기까지

정원구 농부의 딴딴농장은 유기농을 하기에 최적의 요건을 모두 지녔다. 산속 깊은 곳에 홀로 위치하고 있어 농약 비산에 걱정 없다. 또한, 해가 일중 전부 지나가는 곳이어서 일조량도 아주 높다고 한다. 좋은 환경이어서 그런지 생산하는 복숭아의 종도 무려 13종으로 수확시기 순으로 홍비금, 앙기, 그린황도, 미황, 조황, 알프스코마치, 경봉, 차돌, 금적, 천중도, 단금도, 서왕모, 도왕이다. 이중 딱딱한 복숭아는 경봉과 차돌, 그리고 금적이라고 한다. 딱딱하고 새콤달콤한 게 좋은 ‘딱복파’는 7월 중반부부터 수확되는 딱딱한 복숭아를 노려야 한다. 지금에야 다양한 종류의 복숭아가 6월부터 8월말까지 끊임없이 쏟아지지만 그 배경엔 무수한 시행착오가 있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3년에서 4년 정도는 다 갖다 버렸죠. 수확하는 것마다 거의 다 버려야했어요.”

2017년도부터 2020년까지 복숭아에 천공병이 와서 많이 힘들었다는 정원구 농부는

2020년이 되어서야 처음 소득을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전해에는 청년창업농도 되었다고 한다. 정 농부는 그 시기를 지날 수 있게 해준 것은 농작물재해보험의 덕이 컸다고 한다.

보이지 않는 세계를 이해하기

정원구 농부가 강조하는 것이 하나 있다면 바로 미생물이다. 올해 들어 심한 일교차와 가뭄으로 인해 전국적으로 과수의 상태가 좋지 않다고 한다. 그런데 정원구 농부의 딴딴농장은 여전히 단단하고 굳건했다고 하니 그 이유로 정 농부는 미생물을 꼽았다.

“미생물이 진짜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전에 대략 9,917㎡ (3,000평)에 양파를 재배하면서 미생물을 풍부하게 줘봤는데 뿌리썩음병도 사라지고 근권부가 아주 좋아졌어요. 복숭아나무도 같은 효과를 보고 있다고 생각해요.”

미생물이 어떻게 작용하고 흙 속에서, 뿌리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우리는 눈으로 볼 수 없다. 하지만, 정원구 농부는 이전에 다른 작물을 통해 미생물이 무슨 효과를 주는지 체감했다. 그래서인지 정 농부의 농장엔 액비통이 줄지어 있었는데 종류도 무려 6가지다. 대게분말을 사용한 액비, 혈분액비와 골분액비, 복숭아를 사용한 액비도 있으며 깻묵과 생선을 사용한 액비까지 다양했다. 미생물은 농업기술센터에서 보급 받아 사용한다는데, 미생물이 이렇게 다양해야 토양 내 세균증식이 억제되어 복숭아에 피해가 적어진다고 한다.

“미생물에만 신경을 쓰다보니까 어느새 해충으로 인한 피해를 엄청 입었어요.”

최근에는 은행에 계피와 님케이크를 넣어 끓인 물로 살충도 하고 있다고 한다. 은행과 계피는 예로부터 천연살충제로써 살충효과가 우수했고 님열매 또한 님오일로서 살충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에 이를 배합해 사용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천연자재들이어서 화학제품을 사용한 것에 비해 효과가 미비하여 1년에 20번이나 방제한다고 한다.

정원구 농부의 밭에서 볼 수 있는 특이한 점은 바로 아무데서나 자라는 헤어리베치다. 언뜻 보면 한국의 등갈퀴나물과 비슷한 헤어리베치는 콩과 작물로 질소고정양이 높고 추위에 강해서 화학비료대신 사용하는 녹비작물이다. 정 농부는 헤어리베치의 열매가 맺히기 전까지 제초하지 않고 그냥 자생시켜 화학비료사용을 대체하고 있다고 한다. 아무리 제초를 하더라도 1년에 채 2번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농장의 대표라는 것

농사가 아무리 잘 되서 작물이 좋더라도 작물을 판매로 이어지게 하는 것은 농부들의 또 다른 과제다. 정원구 농부는 2021년 그동안 직거래로 판매해오던 복숭아를 ‘임산부 농산물 꾸러미’로 납품하면서 전환점을 맞이했었다. 하지만 ‘임산부 농산물 꾸러미정책’이 사라지면서 정 농부는 새로운 판로를 찾아야했다.

“유기농 쌀 같은 인기 작목들은 판로를 구하거나 주변에 조언을 구할 데도 많지만, 복숭아는 전국에 거의 없다하다 보니 판로를 구하는 것도 어렵거니와 조언도 얻을 수 가 없어서 홀로 해야 했죠.”

뿐만 아니라, 일방적인 계약취소로 수백박스에 달하는 복숭아를 내놓지도 못하게 되는 상황도 경험했었다는 정원구 농부는 판로 개척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복숭아는 특성상 사람 손을 최소한으로 타야 품질과 신선도가 유지된다며 직거래를 고집하는 정 농부는 최근 마음에 드는 판로를 찾아 현재 얘기 중에 있다고 한다.

친환경으로 시작해 친환경을 넘어 유기농을 꿋꿋이 고집하는 정원구 농부는 앞으로도 딴딴하게 딴딴농장을 다져나갈 것이라 다짐했다. 유기농 과수가 어렵고 힘든 만큼 좋은 성과를 거두어 안전한 먹거리에 이바지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