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 청춘. 가슴이 뛰는 단어다. 청춘과 젊음의 동의어가 도전은 아니지만 유사어 쯤은 되는 것 같다. 청춘의 나이 기준은 정확히 정해진 구간이 없지만 가장 도전적인 사람이 가장 젊다고 한다면 아산의 정선섭 농부는 국내에서 가장 젊고 용기 있는 청년 농부일 것이다. 70대 후반의 나이에도 새로운 농법에 도전하고, 연구하는 젊은 농부 정선섭 씨가 이달의 1박사 1농부 주인공이다.

1박사_국립농업과학원 유기농업과 박광래

1농부_정선섭

이경민 기자

즐거운 유기농업, 신나는 유기농업

평생 유기 농사를 지으면서 배우고 익히는 것에 게을리 하지 않는 농부가 있다. 바로 아산에서 유기벼를 재배하는 정선섭 농부이다. 20대부터 전국에 자연농업, 유기농업을 하는 곳이 있다면 마다하지 않고 찾아가 유기농법을 배우고, 일본의 유기농업책을 번역한 내용을 국내에 적용하고자 연구를 거듭한 정 농부는 한살림에서도 수도작 분과장 역할을 하며 항상 새로운 도전을 거듭하고 있다.

“농사를 짓는 것은 참 재미있습니다. 하늘거리는 벼가 점차 커나가는 과정을 보는 것도 즐겁고, 새로운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즐거운 일입니다. 어떻게 하면 농부들이 더 쉽고, 돈도 절약하면서 즐겁게 농사를 지을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연구하는 일이 매일 매일 새롭기만 합니다.”

노동력을 줄이는 모판작업

벼 농사의 시작은 종자 소독에서부터 시작한다. 정선섭 농부는 다양한 방법으로 종자 소독을 연구했다. 온탕침지법, 유황을 넣은 찬물에 48시간 담는 방법, 자닮유황을 사용하는 방법 여러 방법을 사용했다 최근에는 다시 온탕소독을 선택했다. 볍씨를 60℃ 물에 10분간 담근 후 건져내 찬물에 20~30분간 충분히 식히는 온탕소독법이 키다리병 방제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판단이었다.

“벼농사가 기계화가 많이 진행되어 예전에 비해 사람 손을 덜 타지만 아직도 모판작업은 손도 많이 필요하고, 힘든 일입니다. 조금 더 쉽게 모판작업을 하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방법을 찾게 되었습니다.”

정선섭 농부의 간편 모판작업

➊ 평평한 육묘장 바닥에 포대를 수분을 충분히 공급한다.

➋ 재래식 모판에 흙을 담고 볍씨를 파종한다. 줄파종한 모판은 바닥 포대에 가지런히 놓는다. 파종기의 경우 레일을 설치해 이동이 간편하다.

➌ 파종기에 롤러와 합석판을 사용해 줄파종을 하는 장치를 만들어 줄파종이 가능하다.

➍ 줄파종된 볍씨는 별도의 복토 작업을 거치지 않아도 흙 속에 자연스럽게 파고 든다.

➎ 모판을 이불 덮듯이 부직포를 덮고 수분을 공급한다. 부직포는 실리콘으로 이어 붙여 하우스 크기만큼 조절할 수 있다.

➏ 40일 가량 키운 건강한 묘(30cm 이상)는 바로 이앙기에 넣고 모내기를 실시한다.

➐ 평당 50주 정도 드문 모심기를 하고, 모내기 이후 물을 깊게 댄다.

➑ 왕우렁이는 중패의 경우 200평에 3㎏, 작은 치패는 1㎏ 정도 사용한다.

일반적인 못자리 모판 만들기 순서는 볍씨소독  모판흙담기  볍씨파종하기  파종한

육묘상자 펼치기  물주기를 거쳐 모내기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 과정마다 모판을 옮기고 다시 펼치고 옮기는 과정이 힘이 들기 때문에 정 농부는 육묘한 모판을 옮기지 않고 한 번에 40일 동안 키운 모를 바로 꺼내 모내기를 한다.

‘人자형 벼농사’

정선섭 농부는 10여년 전부터 작은 실험을 시작했다. 집 옆 작은 밭을 논으로 전환해 무투입농법을 시작한 것이다. 벼를 수확하고 난후 볏짚을 토양에 환원해주는 것 이외에는 인위적인 영양성분을 일체 넣어주지 않는 것이다. 초기에는 수확량이 적어 ‘무투입 농법 가능할까?’하는 의구심도 들었지만 무투입으로 재배한 유기농 벼는 어느새 일반 유기농법과 비슷한 수준의 생산량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들어 정 농부가 아산지역의 생산자들과 새롭게 시도한 농법이 있다. 일본의 이하라 유타카 씨가 제창한 ‘헤 자형 벼농사’, 우리 말로는 ‘人자형 벼농사’가 그것이다. 벼의 생리를 이용해 최대한 본성을 잘 발휘하도록 하는 농법으로, 모내기를 하고 한 달 후에 첫 거름을 주고 이삭거름을 별도로 주지 않는 농법이다. 첫 거름으로는 질소 함량이 높은 입상질비료를 사용하는데, 초기에는 거름을 주지 않고 든든하게 키우고 후기에 적정 시비를 하는 방법이다. 벼가 웃자라지 않고 벼 마디가 길지 않아 이상기후나 태풍에 의해 발생하는 도복에 강한 벼로 키울 수 있다. 人자형 벼농사는 측조시비에 비해 떡잎이 살아 있고, 이삭이 고르게 완전히 출수해 야물게 익는 특징이 있다.

“모내기 이후 깊은 물가두기로 초기생육을 억제하면 통풍이 잘 되어 도열병과 문고병 방제효과가 있고, 제초효과도 좋습니다. 깊은 물 가두기는 물의 압력으로 헛가지가 없고 후기에는 아주 굵은 가지가 생깁니다. 모내기를 늦게 해도 비슷합니다. 자신의 논의 깊은자리를 관찰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깊었던 곳이 가을 결실기에 더 좋습니다. 이삭 나오기 30일전까지 깊은 물관리를 계속해야 합니다. 이후 7월 중수에 중간 물떼기를 한 다음, 후기엔 물걸러 대기를 해 뿌리에 산소 공급을 시켜줘야 합니다. 모는 평당 50~55주 정도 심는데 초기에 주위의 관행농가의 벼와 비교해 보면 정말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이렇게 물만 깊게 대고, 영양분 공급을 안해도 괜찮을까?’하는 고민이 듭니다. 하지만 모내기 이후 한 달 정도 기른 후에 영양분을 공급해주면 부채꼴로 가지도 잘 치고, 건강한 모가 자라게 됩니다. 다른 농가들에게도 권하고는 있지만, 이 농법은 용기가 없으면 선뜻 실천하기 어렵습니다.”

정선섭 농부는 별도의 병해충 관리가 없다. 건강하게 키운 모가 부채꼴로 가지치기를 하며 튼튼하게 자라기 때문에 별다른 방제는 하지 않는다. 모내기 초기에 발생하는 물바구미의 경우 모내기 시기를 조금 늦추면 발생이 떨어지며, 8월 이후 도열병이 발생하면 엽면 살포 시 물 한말에 바닷물 600cc 정도 넣어 살포해 준다. 또한 규산을 밑거름이나 수용성 엽면살포를 해 빳빳하게 키우면 병에도 강하고 결실도 좋아지기 때문에 수용성 규산제품(코시팜스 오복이)을 활용하고 있다.

“벼 재배도 이제는 노동력을 절감하고, 힘이 덜 드는 방법으로 가야 합니다. 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제가 사용하는 방법을 다른 농부들도 쉽게 접근하기 위해 지금까지의 내용을 책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처음 도전하는 농법이라 망설여지기도 하겠지만, 조금 용기를 내서 더 간편하고 쉬운 벼 유기농업에 도전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