쨍쨍하다 못해 따갑기 시작한 태양아래 푸릇푸릇한 양배추가 줄지어 서있는 이곳은 군산. 의외로 우리의 식탁에서 자주 마주할 수 있는 양배추는 사실 역사가 그리 깊지 않다. 하지만 군산에 양배추의 역사에 친환경이라는 페이지를 써나가고 있는 농가가 있다. 오늘의 주인공은 두진완 농부다.

| 손무경 기자

식탁의 숨은 조력자. 양배추

분식집 하면 빠질 수 없는 떡볶이와 바삭바삭한 돈까스, 거기에 보쌈까지. 모두가 좋아하는 위 세 음식을 빛내는 공통적인 조연이 있으니 바로 양배추다. 1900년대 초에 우리나라에 들어오게 된 양배추는 처음엔 기록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인기가 없었지만, 6.25이후 급격히 늘어나며 현재 전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본디 바닷가에서 자라던 양배추는 유기계 황화합물이 분해되며 나는 특유의 향미와 염분과 해풍에 견디기 위해 두꺼워진 잎과 줄기로 인해 생채가 아니면 생식으로 먹기는 조금 힘들다. 하지만, 데치거나 조리를 하면 달콤한 맛이 살아나며 식감도 부드러워 인기가 많다. 또한, 위 보호에 탁월하고 소화를 도우며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등의 역할도 해 현대인들의 인기 식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도 우리나라는 양배추를 많이 재배하는데 주로 제주도와 전라남도가 전체 수확량의 70%이상을 책임진다. 하지만 이들 만큼 양배추에 진심인 곳이 또 있다. 바로 전북 군산이다.

군산은 2021년에 꼬꼬마양배추로 최고품질 농산물 생산단지로 대상인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양배추 아삭함과 조리시 발산하는 달콤함을 더욱 강조한 꼬꼬마 양배추로 이른바 ‘수출불모지’라는 별명을 벗어난 군산은 꼬꼬마양배추 뿐만 아니라 양배추에도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군산에 친환경으로 양배추를 재배하는 농민이 있어 찾아갔다. 한창 양배추 수확으로 바쁜 이곳. 군산친환경작목반 회장인 두진완 농부의 농장이 그 주인공이다.

안된다면 바꿔라. 과감히 도전해라.

두진완 농부의 농장은 내리쬐는 햇볕에도 불구하고 양배추를 수확하느라 분주했다. 총 2만 6,446.2㎡ (8,000평)의 넓은 농장 중 2,975.2㎡ (900평)이 양배추 밭이라는 두진완 농부는 원래 마늘이 주 작목이었지만 마늘농가의 과다와 수요의 부진으로 인해 갈수록 수입이 줄어 마늘재배를 줄이고 3년 전부터 양배추를 재배에 도전했다고 한다.

“수요가 있고 공급이 따라가야 하는데, 공급만 너무 많고 수요가 부족하다보니 많이 남아요. 농산물이다보니 오래 보관할 수 있는 것도 아니죠.”

일례로 학교급식이 마늘 10톤 정도를 공급받아야하는데 군산 내 마늘농가는 16농가나 되어서 한 농가당 600kg정도 밖에 공급하지 못했다고 한다. 올해 두진완 농부는 약 12톤의 양배추 생산을 예상하고 있다. 한 번도 양배추를 재배해본 적 없었던 두진완 농부지만, 처음부터 유기농으로 농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친환경농업을 잘 아는 두 농부였음에도 처음 도전하는 작목을 유기농으로 한다는 것은 순탄치 않았다고 했다.

“정말 많이 물어보고 다녔죠. 양배추 재배를 했던 선도농가들에게 계속 질문하고 도움도 많이 받았어요. 양배추를 재배해 본적은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두진완 농부는 친환경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고 그만둘 생각도 없다고 했다.

30번 이상의 친환경자재 방제, 손 제초,자연농법으로 만들어진 유기농 양배추

19년도에 귀농해 올해로 4년차 귀농인인 두진완 농부는 사실 농사에 경험이 다분한 준비된 농업인이다. 과거 농부였던 아버지와 함께 벼농사를 했다는 두 농부는 당시에 만연했던 관행농법을 하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화학자재를 사용한 농사를 유지하다보니 언제나 쌀은 과잉생산이 되어 제값을 받기 어려웠으며, 지력도 나빠져 환경오염이 되는 걸 직접보고 화학자재에 대한 거부감이 생겼다고 한다. 결정적으로 그가 관행농법과 헤어지게 된 계기는 화학자재를 사용한 농산물을 자꾸 먹다보니 몸이 안 좋아지는 것을 느꼈을 때라고 했다.

“처음에는 정말 어려웠죠. 잡초도 다 제거할 수 없는데다가 병충해는 거의 막을 수 가 없었어요. 예전에는 친환경자재가 지금만큼 좋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거의 자연농법이나 다름없었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렇게 몇 해가 지나니까 어느 순간부터 관행농업 했을 때의 수준으로 점점 생산량이 따라오더라고요. 그때가 제가 고등학생이었는데, 일찍이 지력이라는 걸 느꼈던 거죠.”

18세에 친환경 농사를 이미 해본 경험이 있는 두진완 농부는 그때부터 환경과 깨끗한 먹거리에 신경을 무척 썼다고 한다. 현재 농업기술센터에서 퇴비를 받아 미생물로 퇴비차를 만들어 희석시킨 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잡초 방제와 충해다. 인건비의 상승으로 농가들은 더 이상 인력을 사용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고, 이는 두진완 농부의 농가도 마찬가지였다. 작물이 어느 정도 자라 잡초와의 양분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때에는 한결 낫지만, 작물이 어린시기에는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다보니 일일이 손 제초를 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인건비의 문제와 더불어 인력난으로 인해 넓은 농지 전체를 혼자하거나 가족들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엽채류는 충해에 진짜 타격이 커요. 특히 비가 안 오는 시기가 길었던 만큼 해충의 피해가 심합니다.”

올해 극심한 해충피해를 호소하는 농가가 많았던 만큼 두진완 농부도 예외는 아니었다. 두 농부는 해충방제를 위해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실제로 3일 주기로 친환경자재를 사용해 방제를 했다고 하니 최소 30번 이상이다.

깨끗한 먹거리, 군산 친환경급식으로

군산 친환경 작목반의 3년차 회장인 그는 친환경에 대해 아주 중요한 가치이라고 말하며 군산에 친환경을 전파하고 있다. 하지만, 친환경의 가치가 소비자들에게 존중받는 것은 아직 섭섭한 수준이다. 또한, 과도한 인건비와 빈약한 판매처는 친환경 농산물이 제값받기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실제로 유기농 양배추는 친환경 학교급식에 납품 시 1kg에 2,200원 선에서 거래되지만, 유기농의 노고와 공익적 측면을 산정해주지 않는 외부판매의 경우 1kg에 800~1,000원 정도에 그친다. 그마저도 양배추의 특성상 길어야 3개월 이상 보관할 수 없어 수확 후 신선도가 떨어지면 전량 폐기해야한다고 하니 시간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특히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유기농 농산물을 납품하면 반응이 좋아요. 화학자재나 성분이 하나도 안 들어간 깨끗한 농산물이기 때문에 아토피나 현대의 만성질환이 개선되었다는 말도 들었어요.”

두진완 농부는 미래세대의 주역인 아이들이 건강한 먹거리를 자주 접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깨끗한 자연을 후대에 남기는 것도 우리의 의무라고 말했다.

“친환경 농업을 하면서 몸이 힘든 거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정부의 관심이죠. 친환경 농업으로 자연을 보호한다는 공익적 측면을 생각하고 지원해줬으면 해요.”

친환경 직불금과 친환경농산물 생산보조금 등 다양한 정책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하면서도 두진완 농부는 “우선 정부차원의 관심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두진완 농부의 굳건한 마음처럼 앞으로 친환경 농민들이 더욱 건강하고 깨끗한 먹거리 생산에만 마음 편히 집중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