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1년 허균이 우리나라 팔도의 명물 토산품과 별미음식을 소개한 우리나라 최초의 음식 품평서가 ‘도문대작’이다. 이 책에서 첫 번째로 소개된 음식이 바로 ‘방풍죽’이다. “이슬을 맞으며 새벽에 나가 막 돋아난방풍의 새순을 뜯는다. 방풍죽은 곱게 찧은 쌀로 끓이는데, 쌀이 반쯤 익으면 방풍의 새순을 넣고 더 끓인 후 차가운 사기그릇에 담아서 반쯤 식었을 때 먹는다. 이때 방풍죽의 맛과 달콤한 향기가 입에 가득해 사흘이 지나도 가시지 않는다”라고 나와 있다. 허균이 뽑은 첫 번째 진미. 경북 울진에서 특화사업으로 육성 하고있는 해방풍의 아버지, 이규봉 농부가 이달의 1박사 1 농부의 주인공이다.

1박사_국립농업과학원 유기농업과 박광래·공민재 박사•1농부_이규봉•이경민 기자

대한민국 100번째 맛의 방주(Ark of Taste)에 등재된 해방풍

해방풍(갯방풍)은 바닷가 모래땅에서 잘 자라는 산형과로 초여름에 흰색 꽃이 피고 꽃 색깔은 흰색 털로 덮여 있다. 뿌리는 모래 속에 수직으로 20cm 깊게 묻혀 있고 환경부 지정 ‘보호 식물’로 되어 있다. 예로부터 바닷가의 바위벼랑 또는 바닷가 근처에 소금기를 머금고 자란 것이 약효가 최고로, 특히 폐를 튼튼하게 하는데 특효약으로 폐결핵, 폐렴, 기관지염, 가래, 기침 등 모든 호흡기 질병에 뛰어난 효력이 있다. 말린 해방풍을 하루 30g 정도를 물 1.8ℓ에 넣어 물이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달여서 하루에 세 번 나누어 복용한다.

해방풍은 약간 특유의 향기가 있으며 잎은 살짝 데쳐서 나물이나 차로 이용하고, 특히 회와 곁들여 먹으면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울진군농업기술센터에서는 지역 농업 특화사업 해방풍 6차 산업으로 채종포, 재배단지 조성, 자생지 보전, 체험단지 조성, 해방풍 화분생산 등 지역 대표 관광 상품으로 개발·추진하고 있다. 이런 해방풍은 대한민국에서 100번째 맛의 방주에 등재됐다.

‘국제 슬로푸드 생물 다양성 재단’이 인증하는 맛의 방주는 지난 1996년에 시작한 국제적인 프로젝트로서 잊혀 가는 음식의 맛을 재발견하고, 멸종 위기에 놓인 종자와 음식 등을 찾아서 기록하고 목록을 만들어 널리 알리는 활동이다. 100번째 맛의 방주 등재는 소멸 위기에 놓인 토종 종자이면서 귀한 식자재인 해방풍 보존의 토대를 마련했다.

유기농기술 포인트 1 - 멸종위기종 해방풍. 그 팔 색 매력에 빠지다

울진군에서 해방풍영농조합법인을 이끄는 이규봉 농부는 울진지역에서 환경과 지역 운동을 알리기 위해 노력한 환경운동가였다. 30년 넘게 울진지역의 환경을 위해 노력한 그가 해방풍에 빠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6년 전부터 해방풍을 재배하다가 3년 전부터는 해방풍 전업농이 되었습니다. 이 해방풍이라는 작물은 정말 매력이 있는 작물입니다. 약성도 약성이지만 맛과 그 향기가 너무 좋습니다. 처음에는 환경운동을 하면서 울진지역의 멸종 위기종인 해방풍을 보존해야겠다고 접근했는데, 실제 해방풍을 접해보니 그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규봉 농부는 울진군농업기술센터와 함께 초기부터 해방풍을 재배하고, 보급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현재는 13 농가가 이 농부와 함께 해방풍을 재배하고 있으며, 그 수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유기농기술 포인트 2- 기후위기 시대, 새로운 대안이 될 해방풍

예전엔 바닷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던 해방풍. 땅을 가리지 않고 바닷가의 모래땅에서 자라던 해방풍은 폐에 좋다고 소문이나 너도, 나도 채취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많던 해방풍이 어느샌가 찾아볼 수 없게 되었고, 울진군농업기술센터의 노력으로 다시 재배를 시작해 이제는 지역의 특산품이 되고 있다.

“해방풍은 어찌 보면 기후위기 시대에 새롭게 부각되고 있습니다. 원래 척박하고 비료 성분이 거의 없는 바닷가 모래땅에서 자라던 식물이었고, 날씨가 춥거나 덥거나 해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물도 적게 들고 온도에 큰 영향을 받지 않으니, 기후변화 시대에 정말 적합한 작물이라 생각합니다.”

이 농부는 현재 해방풍은 3월 초·중순부터 수확을 시작해 11월 중순까지 일 년에 8회 정도 수확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혹한 뿐 아니라 더운 여름도 버티는 식물이기 때문에 최근 주목받고 있다.

유기농기술 포인트 3 - 발아기술이 관건!

해방풍은 키우기가 어려운 작물은 아니다. 씨로 직파하는 방법이나 포트 재배하는 방법이 있는데 최근에는 포트 재배가 더 늘고 있다.

“씨가 크고 딱딱해 제대로 발아가 되지 않습니다. 여러 가지 실험을 하다 보니 흐르는 물에 5일 정도 담가 놓았다가 2달 정도 저온처리(3℃)를 해주고 나면 발아가 잘 됩니다. 발아가 중요한 이유는 초기에 발아가 잘 안 되면 잡초가 더 무성해져서 제대로 재배가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초기에 발아를 잘 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기술입니다.”

초기에 포트 재배를 시작하면 20일 이후 발아가 되고, 이후 20~30일 정도 지나면 첫 번째 수확이 가능하다. 미나리과이기 때문에 한 잎씩 똑똑 따면 잘 떨어지고, 수확도 어렵지 않다.

유기농기술 포인트 4 - 학교급식에 납품되는 해방풍

“현재 해방풍은 공급이 수요를 못 쫓아가고 있습니다. 울진에서 생산되는 해방풍이 현재 연간 30톤 정도입니다. 하지만 필요로 하는 요구량은 대략 50톤 정도입니다. 생산된 해방풍은 업체를 통해 경기도 학교급식과 경북 학교급식에 납품되며, 개인적으로는 지난해 1,400개 정도 택배를 통해 판매했습니다. 우연히 해방풍을 접하게 된 소비자들은 꾸준히 해방풍을 찾습니다.”

이 농부는 현재 해방풍을 통한 6차 산업도 고민하고 있지만, 지금은 조금 더 쉽게 해방풍을 재배하는 방법을 센터와 함께 해결해야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 말한다. 해방풍의 경우 별다른 병해충 피해가 없기 때문에 친환경 재배가 가능하지만, 가장 어려운 부문은 일손의 확보이기 때문이다. 아직은 모두 토경으로 재배를 하므로 쪼그려 앉아서 매일 매일 수확 작업이나 제초작업을 해야 하는 것이 가장 큰 애로사항이다.

울진센터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베드를 통해 해방풍을 재배하는 실험도 했다. 하지만 이것도 초기 투자 자본이 많이 들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해방풍은 향긋한 향취가 있어 식미가 우수하고, 먹고 나면 입안에 향기가 맴돕니다. 항균효과가 있어 고기나 회와 함께 곁들여 먹으면 정말 맛있고, 살짝 데쳐 된장, 초장 등에 버무리면 입맛을 돋우는 반찬으로 좋습니다. 튀김 반죽을 살짝 묻혀 바싹하게 튀겨내면 아이들 간식으로도좋고, 샐러드 채소로도 최고입니다. 또한, 장아찌를 만들면 그 특유의 향으로 계속 먹게 됩니다. 현재는 울진군에서 특화작물로 육성을 하고 있으며, 해방풍 미스트, 해방풍 비누 등 다양한 상품으로도 개발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울진의 청정바다 112km에서 바닷바람을 이기고 자란 약초, 해방풍을 기억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