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농업은 신념이 있어야 한다고들 말한다. 그것이 경쟁력 확보이던, 환경보호이던, 미래세대를 위한 먹거리이던. 이에 군산의 문정숙 농부는 친환경 농업에 대한 신념으로 사랑을 말했다. 친환경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던 시기부터 농민운동과 우루과이 라운드를 거쳐 AI농업이 등장하기 시작한 지금까지 친환경 농업을 이어온 오늘의 주인공을 소개한다.

| 손무경 기자

마리 퀴리는 그렇게 씨를 뿌렸다

“원래 제 꿈은 과학자가 되는 것이었어요. 퀴리부인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죠. 그래서 화학공학과도 갔었어요” 문정숙 농부는 웃으며 말했다. 1982년도, 당시 나이로 29살이었던 문정숙 농부는 귀농을 선택하게 된 이유를 잠잠히 되짚으며 말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문정숙 농부는 74년도에 대학을 입학하면서 사회의 격통을 온몸으로 느꼈다고 말했다. 당시 사회의 법규로 농촌 봉사활동 및 동아리 활동만으로도 신원조회를 받던 시기에 문정숙 농부는 이것이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후 80년도에 교사가 된 문 농부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시기를 지나며 과학자의 꿈을 내려놓았다고 말했다. “종교적 신념에 따라 사랑을 하면서 살려면 이렇게는 안되겠다. 이런식이면 과학자가 되어도 인류에 도움은 안되겠다고 생각했어요” 라며 귀농의 시작을 말했다.

친환경은 사랑의 첫 발걸음

‘박애’. 문정숙 농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다. 문 농부는 당시 사회적으로 태동하기 시작한 노동운동과 농민운동의 흐름에 섞이기 위해 실제로 공장에 다니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향 차이로 포기하고 이내 친정을 따라 농사를 짓게 되었다고 말했다. “농민운동을 하려면 농민들과 사고를 같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려면 같은 환경에 처했어야 했죠. 그래서 농사를 짓게 되었어요. 당시에는 그냥 일반 농사였죠”. 그런 문정숙 농부를 친환경 농민으로 탈바꿈시킨 것은 같이 환경운동을 했었다는 최열 운동가의 지인이었다.

‘봄의 침묵’이라는 책에 영향을 받은 최열 운동가의 지인부부와 문정숙 농부는 그렇게 순창에서 4,500평의 땅으로 첫 농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친환경 농사를 지었어요. 친환경이라는 것이 근본적으로 같이 살아야 된다는 것이에요. 사람과 사람만이 아니라 사람과 자연도 같이 살아야죠. 그런데 농약을 사용하는 것은 사람을 서서히 죽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사랑을 베푸는 삶이 아니라고 생각해요”라며 문정숙 농부는 아직까지도 여전히 같은 신념이라고 덧붙였다.

소비하기 위해 현장에 왔습니다.

문정숙 농부가 친환경을 하면서 화학자재를 기피하는 것에는 월남전과 관련이 있었다. 당시에 월남전이 발발한 것을 보며 고엽제에 의한 피해를 실감한 문 농부는 전쟁때 활용되었던 화학 무기가 결국 화학자재로 활용이 된다고 말했다. 그렇게 친환경에 대한 의지를 불태운 문 농부는 순창에서 4,500평의 농지에서 고추를 재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당시 문정숙 농부가 경작했던 순창의 땅은 비옥하지 못하고 잘 부스러지는 특성이 있어 순탄치 않았다고 말했다.

당시엔 친환경에 대한 내용이 적어 자연농 위주였다는 문정숙 농부는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당시의 순천 경작지엔 칼륨과 인, 유기물질이 부족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과거의 친환경은 정보도 적고 대부분 그나마 있는 정보도 다 일본에서 배워온 친환경이었어요. 그래서 인분에 쌀겨랑 같이 발효시킨 퇴비를 썼어요”라며 80년대 초의 친환경농

업에 대해 말했다. 게다가, 퇴비를 위해 염소와 닭을 키우며 염소의 분뇨와 계분을 사용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농사? 조금은 게을러도 좋아

그렇게 농업을 이어온 문정숙 농부 앞에 농업의 또 다른 큰 산이 나타났다. 바로 92년도의 ‘우루과이 라운드’였다. 우루과이 라운드로 자급자족의 농업이 중심이던 한국 시장에 큰 변화가 올 것을 예측한 문정숙 농부는 생협운동을 시작했다. “92년도부터 10년 정도는 ‘푸른 군산 생활협동조합’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도시에서 대체로 지내며 생활운동을 했어요. 그 뒤로 다시 농사를 지었어요”라며 문정숙 농부는 군산에 친환경 농산물의 소비를 촉진시키며 친환경 농산물 생산자의 역할까지 도맡아하기 시작했다.

친환경 유기인증이 첫 등장할 때부터 유기인증을 받았다는 문정숙 농부는 성공적인 친환경 농사 비법에 “저는 농사를 잘 짓는 사람은 아니에요”라며 발전한 친환경 기술의 손을 들어주었다. 과거에는 효소를 만들어 액비로 사용하고, 계분과 돈분을 직접 구매해 발효시킨 후 쌀겨와 함께 퇴비를 만들었다는 문정숙 농부. 뿐만 아니라, 요소를 섞어 퇴비발효용 효소를 제작하거나, 막걸리를 활용한 효소로 친환경 농업에 보탰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손이 많이 가고 하나하나 다 만들었어야 했어요.

게다가 친환경 잘하는 곳이 있다고 하면 배우러도 많이 갔어요. 한때는 배추 농사를 짓는데 뿌리혹박테리아에 감염이 되어서 해결방법 겸 친환경 농업을 배우기위해 풀무원 농장에 연수생으로 10개월 동안 살았던 적도 있어요”라는 문농부는 “요즘은 자재가 많이 좋아져서 대부분 친환경 자재를 구매해서 사용해요. 자닮유황과 자닮오일을 주로 사용하고 있으며 기술센터에서 받아 쓸 때도 있어요. 자재의 발전으로 친환경 농업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도전에는 한계가 없다

친환경 자재가 발전하고 좋아졌어도 친환경 농업은 여전히 제초와의 전쟁이다. 문정숙 농부는 이에 제초매트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인건비의 상승으로 사람을 고용해 진행하는 손 제초는 이제 상상할 수 없다고. 물론 제초매트를 깔아도 손제초가 필요한 부분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문정숙 농부는 제초매트만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본다고 말했다. 현재 고추, 부추, 양파, 마늘을 재배하는 문 농부는 대부분의 수확량을 전부 친환경 급식으로 내보낸다고 말했다. 2년 전 200kg을 수확했던 고추는 기후변화와 함께 급격히 높아진 강수량을 맞으며 작년 70kg의 수확량밖에 달성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문정숙 농부의 하우스는 스마트환경제어 시스템이 탑재되어 있음에도 생겨난 일이었다. 문농부는 작물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카메라 설치에만 500만 원이 들어갔으며 전체 설비를 들여오는데만 3,000만 원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뿐 아니라, 2~3년 주기로 교체하는 비닐의 값도 500만원이 발생하다보니 친환경 급식을 통한 납품이 아니면 친환경농업은 이어나가기 어려운 농업임을 토로했다.

“신념이 있어야 돼요. 예전에 저기 옥산에 가지 농사하시는 분이 계셨어요. 친환경으로 3년하셨다고 했는데, 작년부터는 일반농사를 하더니 5,000만 원 손해보던거 5,000만 원 흑자를 본다고 하더라고요. 친환경은 그만큼의 차이가 납니다. 그럼에도, 지구와 환경을 지키고 남을 사랑하는 신앙심으로 하는 마음이 있다면 친환경,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