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꽃 축제, 천관산 문학공원, 동백숲, 편백숲 우드랜드-

폭설에 봄샘추위에 황사까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 같지 않은 봄’에 뿔난 심통을 한 방에 날릴 춘신(春信)은 남녘 장흥에서 날아왔다.
‘할미꽃 봄나드리’(제 6회. 3월 26일 ~ 4월 3일 전남 장흥군 회진면 한재공원)축제는 소박했다. 한재공원 능선 따라 할미꽃 군락지 10만㎡(3만평)를 밟았다. 아직은 누런 풀밭 속에 무리진 할미꽃이라니! ‘할미꽃 전설’속 끝내 허기와 추위에 지쳐 숨진 할머니와 막내 손녀의 무덤인 듯 행사장 뒤편 2기의 무덤가에 핀 꽃잎은 진자줏빛 바탕에 하얀 털을 송송 박은 천생 비로드(벨벳)다. 행사장에서는 가족단위로 둘러앉아 나무화분을 제작해 할미꽃 묘를 분양받고, 한편에선 천연염색, 투호놀이, 시화전으로 활기찬 봄나들이가 무르익었다.

현대문학의 큰 기둥인 소설가 이청준, 한승원을 배출한 문향의 고장답게 천관산(720ｍ)  중턱에 전시실, 세미나실, 창작실을 갖춘 ‘천관산 문학관’의 자태가 웅장했다. 휴관이라 곧장  문학공원으로 올라갔다. 천관산 기슭 숲에 ‘남도 땅과 인연이 깊은 작가들의 글을 받아’ 자연석에 음각으로 새긴 50여 개의 문학비와 주변에 쌓아올린 크고 작은 돌탑이 즐비했다. 문학공원을 조성한 주민의 손길에서 애향(愛鄕)의 진정성이 느껴져 뭉클했다.
“애비야 못 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 말썽피운 아이들을 가지 치듯 자르지 마라. 봉분 옆 산죽 하나가 말귀를 트고 있다.” 이한성님의 ‘어머니의 말’ 말씀이 가슴에 꽂혔다.
천관산 휴양림 길목에서 마주친 ‘동백숲’은 장관이었다. 동백나무 군락지(20㏊)에는 수령 20~100년의 동백나무가 2만여 그루가 자생하여 식물분포학적 가치가 높아 국내최대군락지로 공식인정(2007년)을 받은 곳이다. 인간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동백숲엔 만개한 동백꽃 사이로 새떼의 지저귐과, 계곡을 넘는 바람소리가 밀림의 신비를 더해 주었다.
정남진 편백숲 우드 랜드는 Wellbeing-life의 정점이었다. 하늘높이 솟은 청록의 편백에서 품어져 나오는 피톤치드는 현대인의 피부질환과 심신안정에 절대적인 치유효과를 준다. 삼림욕보다 한 단계 진보된 ‘산림치유’를 찾은 탐방객들로 숲이 넘쳤다. 목재문화체험관에 전시된 전시물을 보는 동안 피로가 싹 가셔 상쾌했다.
서울 광화문에서 정남쪽에 위치하여 정남진이라 불리는 장흥에 잠시 머물렀지만 머무른 곳곳이 독특했고, 규모가 커 시원시원했다. 물론 장흥토요장터의 볼거리, 살거리, 먹을거리도 넉넉했다. 남녘 훈훈한 봄빛만큼이나 풍부한 체험으로 즐거웠고 격조 높은 삶의 질에 동참해 행복했다.        
 
글·사진 객원기자 이순희(lsoon2@hanmail.net)